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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리 택하는 노조의 변화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투쟁에 선봉에 서서 희생양만 됐다”며 상급단체를 확 바꾸겠다고 나선 이경훈 후보에게 53%의 표심이 쏠린 것은 놀라운 일이다.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은 강경투쟁 노선을 버리고 ‘중도·실리’를 선택했다. 새 집행부 선출을 위한 결선투표 개표결과 조합원의 권익신장을 위한 실용적인 노동운동을 펴겠다고 약속한 이경훈 후보가 강경 성향으로 알려진 경쟁자를 2천여표의 차이로 누르고 2년 임기의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에 당선된 것이다.

지난 1994년 한 해를 제외하고 줄곧 강경파에 의해 장악돼 왔던 현대차 노조의 수장이 15년만에 온건파로 뒤바뀐 것은 노사관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 진다. 쌍용차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에 이어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에 비판적인 집행부를 출범시킨 것을 계기로 노사갈등을 파업을 비롯한 투쟁보다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는 선진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집행부 선거에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반기를 들고, 강경 투쟁보다는 조합원의 실리찾기에 무게를 두겠다고 선언한 후보가 지부장에 당선된 것은 이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조가 실용중심의 합리적인 노선을 강조한 후보를 선택한 것은 강성 집행부에서 반복됐던 투쟁지향적 노동운동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현대차 노조는 지도부나 상급단체가 주도하는 투쟁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생산 피해액중 일부를 임금 인상에 반영시켜 생활이 훨씬 나아졌을 것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경훈 당선자를 비롯한 온건파 2명이 1차 투표에서 57%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선거 과정에서 “매년 피 터지게 파업했지만 현대중공업보다 나은 게 뭐냐”는 한탄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경훈 당선자는 “조합원들이 투쟁보다 안정, 명분보다 실용, 중앙보다 현장, 관념보다 개혁을 택했다”며 노동 현장이 과거 패턴에서 진화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사 상생을 통한 복지증진을 원하고 있는 근로현장의 분위기를 외면한다면 쌍용차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처럼 이탈 사업장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총에 들어온 것에 고무돼 점차 확대되고 있는 노사 협력과 공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될 것이다. 여러가지 우려되는 상황이 현실로 드러나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현대차 노조의 선택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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