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사랑과 교육열로 순위를 매기자면 우리나라 부모들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할 것이다. 수퍼맘, 알파맘 같은 유행어만 보아도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우리 엄마들의 욕심은 비교할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하다. 그러나 이렇게 아이를 위해서라면 심장도 내어 놓을 것 같은 우리나라 부모 대부분이 자신의 아이들을 집이 아닌 다른 곳, 다른 사람의 품에 맡겨 놓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어쩌면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모들의 눈높이와 기대치에 맞추기 위해 정부는 오랫동안 보육교사와 원장에 대한 자격조건과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감독을 끊임없이 강화시켜 왔으며, 보육관련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을 만하면 언론을 장식하는 보육교사의 아이 학대와 같은 문제는 국민들로 하여금 공분을 일으키며 다시 한 번 보육교사의 전문성과 질을 탓하는 쪽으로만 결론을 내리고 만다.
그러나 진지하게 한 번 돌아보자.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여론 수습용으로 떠밀려 시행하게 되는 자격요건 강화와 관리감독 강화정책은 과연 문제를 해결해 왔나? 불행하게도 결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정부가 보육예산을 늘리고 정부와 지자체, 원장과 학부모가 눈에 불을 켜고 감독하고 있지만 거짓말처럼 문제는 어김없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가까운 일본의 사례에서 우리는 쉽게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은 2010년, 가정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과 강도 높은 정책 시행에 나섰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난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부모들이 가정 내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아이에게 손쉽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처럼 부모마저도 경제적, 체력적, 심리적으로 취약해지면 이 같은 일을 벌이게 되는데, 하물며 남은 더하겠느냔 말이다.
오전 7시, 8시까지 출근해서 밤 11시, 12시에 퇴근하기도 하는 우리 보육교사들은 하루 종일 여러 아이들을 밥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변을 받아주면서도 친절하게 웃으며 교육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그뿐인가. 강화된 규정으로 인해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도 보육일지, 관찰일지, 상담일지, 평가서, 교육계획안 등 수많은 서류작업과 교재교구 제작, 환경정리, 세탁, 청소 등 끝도 없는 일들에 매일같이 매달려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에 걸맞은 처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루 평균 10시간 근무에 육박하고 휴가도 제때 못쓰지만 월평균 급여가 120만원도 안 되는 곳이 많다. 작년 기준으로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자 수가 68만명을 넘어간다고 하지만 실제로 일하는 수는 20만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이직률이 높아 현장에서는 보육교사가 적다고 아우성치는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보육관련예산 중 인건비 관련 예산은 15%에도 미치지 않는다. 각종 규제와 세금 부담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어린이집이 급증하는 가운데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보수체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 속담이 있듯이 한 아이의 인생을 좌우할 시간을 함께하는, 어쩌면 엄마보다 더 소중한 엄마일지 모르는 영유아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문제는 새롭게 출범할 박근혜 정부 보육정책의 1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