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6월 30일 기준으로 폐교는 전국 3천595곳에 달했고 그 중 어떤 용도로든 활용되고 있는 폐교가 999곳에 이른다.
현재 폐교된 부산 초장국민학교를 졸업한 저자는 ‘폐교사랑모임’을 결성하며 발품을 팔아 전국에 숨겨진 폐교의 현황을 조사하고 관계자와 인터뷰하며 폐교 운영의 사례와 어려움, 주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서의 폐교의 모습을 포착해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폐교는 문을 닫은 학교지만 학생들이 떠난 곳에 숨을 불어 넣어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책에서는 이처럼 닫힌 공간에서 상상력과 소통이 공존하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한 현황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도시로 떠나버려 문을 닫은 화산초등학교를 개조해 시안미술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나 폐교된 월산초등학교를 개조한 연극촌인 밀양연극촌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창작, 전시, 공연뿐 아니라 체험, 교육, 휴식 등의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폐교들을 지자체의 지원, 운영자의 기획능력, 공간 활용의 다양성 등 다각도로 바라보며 분석하고 있다.
책은 총 8부로 구성돼 있다. 공연장, 갤러리, 시각예술 창작촌, 박물관, 이색공간으로 각기 재구성된 폐교의 사례를 안내하고, 폐교 운영의 어려움에도 마을사람들과 함께하며 주민 삶 속으로 들어간 문화 기획자들을 조명한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사례, 여러 폐교를 활용해 박물관 특구가 된 강원도 영월군의 사례를 통해 폐교 문화공간과 같은 보여주기 식의 단발성 활용이 아니라 도시와 유리된 시골 폐교를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끔 할 것인지를 고뇌하는 기획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캠핑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충주 맥타가트도서관 사례나 주민의 문화예술 향유력을 높이기 위해 카페, 아트홀, 미니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는 논산 KT&상상마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폐교의 변신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공간이란,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가지는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폐교는 문화라는 내용을 담을 때 그 의미가 남다르며,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문화 기획자들이 남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든 친구나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이 서러워 우는 아이들이 졸업후 사라진 학교를 찾을 때, 텅 빈 폐교를 마주하기보다 문화공간으로 생기 있는 폐교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그들이 사라진 학교를 기억하는 데 있어 감회가 클 것이다.
전시공간을 찾지 못해 동분서주하는 문화기획자들에게도 ‘폐교’가 좋은 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폐교의 선순환 구조가 많이 알려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폐교공간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 건강한 지역문화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