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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고현혜(Tanya Ko)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대 집에

죽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고

냉기 가득한 그대 부엌

큰솥을 꺼내 국을 끓이세요

어디선가 지쳐 돌아올 아이들에게

언제나 꽃이 피어 있는

따뜻한 국이 끓는

그대 집 문을 열어주세요

문득 지나다 들르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당신 사랑으로 끓인 국 한 그릇 떠주세요

그리고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목숨 바쳐 사랑하세요.



- 고현혜 시집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 2015년·푸른사상

 

 

 

인간의 일생에 사랑을 핑계 삼아 사랑 밖에서 머무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머물며 거기서 밥을 먹고, 꽃을 사며, 수다를 떨다가 지친 육신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와 쓰러져 잠들어 버리는 배심(背心)의 삶을 살고 있을 때, 시인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자신의 집에 시들은 사랑을 꽃 피우고 따뜻한 국을 끓이는 원래의 삶을 회복하기를 노래하고 있다. 가족을 핑계로 가족과 멀어졌던 역천(逆天)의 시간에서 순천(順天)의 온전한 삶으로 초대하고 있다. 미국 이민자로 살면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은 스스로 디아스포라로서 집을 떠난 영혼이 집을 그리워하며 노래했으리라. 이 시는 우리가 진정 피워야할 것은 자신의 이마에 씌워질 화관(花冠)이 아니라, 식구(食口)의 가치를 가장 아름답게 구현하는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나누는 사랑의 꽃이 피는 집으로 돌아가기를 손짓하고 있다. 저기 외로움에 떨고 있는 이웃을 불러 서로 위안의 밥상이 되어주는 평안의 서식지를 이루기를 노래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귀소의 희망이 있었다는 것을 일깨워주듯이.

/김윤환 시인

문화 가 - 00224<일간> 2002년 6월 15일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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