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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택진 회계사의 세금 이야기] 세금에도 수명이 있다

 

세금이라는 놈들은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늘 성가시게 따라다닌다. 심지어는 우리가 죽고 나서도 곁을 떠나지 않는 엽기스러운(?) 상속세라는 녀석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질기디 질긴 세금도 수명이 다하는 날이 있으니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은 세금의 수명에 해당하는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에 대하여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국가가 확정된 조세 채권을 징수할 수 있는 권리, 즉 국세징수권은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되는데 이를 국세 징수권의 소멸이라고 한다. 다만 5억원 이상의 국세는 그 소멸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며, 지방세는 별도로 5천만원 이상만 되어도 10년을 적용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단순히 5년 또는 10년이라는 기간만 지나면 체납된 세금이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무서에서 중간에 독촉장 발부하거나 압류 또는 교부청구 등의 조치를 취한 경우에는 그때까지 진행되어 온 시효기간은 없어진다. 이를 ‘시효의 중단’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시효가 중단된 경우 그 중단사유가 끝난 때로부터 새롭게 5년 또는 10년의 시효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2021년 1월 31일을 납부기한으로 하는 국세가 고지되었다면 2021년 2월 1일부터 시효가 시작되어 2026년 1월 31이 되면 소멸된다. 그러나 세무서에서 소멸시효가 임박한 2025년 12월 31일자로 2026년 1월 31일까지 납부기한을 정하여 독촉장을 발부했다면, 그 독촉장을 발부할 때까지 진행되었던 시효는 중단하고 독촉납부기한이 지난 2월 1일부터 새롭게 시효를 시작하여 중단이나 정지사유 없이 다시 5년 지나야 시효가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지겹게도 인생을 괴롭히다가 이제는 서류 한 장으로 부활(?)까지 하다니 참 어이없고 대단한 생명력에 그저 놀랄 뿐이다. 한편 시효가 진행되는 기간 중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으면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한다. 하지만 압류할 재산이 없다면 세무서는 압류할 재산이 나올 때까지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때는 시효가 계속 진행한다. 그리고 일단 재산이 압류되면 그 압류재산의 공매 등으로 밀린 세금이 정리될 때까지 시효는 또 중단된다. 압류재산을 공매하였으나 밀린 세금을 모두 충당하지 못하고 잔여세금이 있을 경우 그 잔여세금에 대해서는 새롭게 시효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과정이 끝나고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국세징수권은 소멸시효의 기산일에 소급하여 소멸하고 이에 따라 납부 의무도 소멸한다. 이 때의 소멸시효는 그 국세의 가산금, 체납처분비 및 이자 상당세액에도 그 효력이 미친다. 아울러 주된 납세자의 국세가 소멸 시효의 완성에 의하여 소멸한 때에는 제2차 납세의무자, 납세보증인과 물적 납세 의무자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 이제는 진짜로 안녕이다. 지겨운 세금아.

 

한편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와 혼동하기 쉬운 용어로 “국세부과제척기간”이라는 것이 있다. 좀 어려운 이야기인데, 법적으로 ‘소멸시효’란 확정된 권리의 유효기간을 말하고, '제척기간'이란 어떤 권리에 대하여 예정하는 존속기간을 말한다. 세금과 관련해서 부과제척기간 제도는 조세채권·채무관계를 확정시킬 수 있는 유효기간이고, 징수권의 소멸시효는 확정된 권리의 존속기간이라고 이해를 하면 된다. 따라서 정부는 부과권을 행사하여야 세액을 징수할 수 있으며, 권리의 존속기간인 제척기간이 만료하게 되면 그 권리도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세부과 제척기간은 권리관계를 확정시키려는 것이므로 국세징수권 소멸시효와는 달리 진행기간의 중단이나 정지가 없고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정부의 부과권은 당연히 소멸되어 과세표준이나 세액을 변경하는 어떠한 결정이나 경정도 할 수 없게 된다.

 

시중에 회자되는 세금에 대한 이런 우스갯 소리가 있다고 한다. 태어났다고[주민세], 살아있을 때 주었더니[증여세], 죽었다고[상속세], 피땀 흘려 일했더니[근로소득세], 힘들어서 한 대 물었더니[담배세], 퇴근하고 한잔했더니[주류세], 아끼고 저축해서 집 샀더니[재산세], 황당하게 술에 붙는[교육세], 화장품에 뜬금없이 붙는[농어촌특별세], 직장 그만두고 장사하려고 차 샀더니[취득세], 차량번호 다니[등록세], 차 타고 다닌다고[유류세], 껌 하나 샀더니[부가세], 집에서 가만히 쉬었더니[전기세, 수도세], 사는 게 힘들어서 지방으로 내려갔더니[지방세], 우리는 되지도 않은[절세], 이래 저래 죽는 건[날세]

 

맞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이야기이지만 세금에 대한 우리의 애환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 5월에 시작해서 이제 꼬박 1년을 채우고 오늘로서 이 칼럼을 마감한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그렇지 않게 하려니 힘도 들었는데 독자분들은 더 그러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졸필을 읽어 주신 독자분들과 경기신문사 관계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모두들 슬기로운 세금 생활하시기를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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