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업 망친다"... 안성지역, SK하이닉스 방류수놓고 '술렁'

2026.06.08 18:10:15 1면

반도체 공장은 용인 원삼에, 방류수는 안성 고삼에
산업단지 방류수와 농업용수 경계에 선 고삼저수지
방류수 기준 충족에도 안성농민들 '친환경 농업 이미지 훼손' 우려

 

고삼저수지는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배출되는 방류수가 유입될 예정인 곳이자 안성시 고삼면 일대 농업용수의 주요 공급원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배출되는 방류수는 법적 기준 이하로 처리된 물이지만, 같은 물길을 따라 반도체 산업과 농업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은 반도체 산업과 농업 모두의 기반이 되는 핵심 자원이다.

 

용인시 원삼면에 조성 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는 웨이퍼 세정 등에 초순수(Ultrapure Water)가 사용되며, 냉각을 비롯한 생산 공정 전반에 막대한 양의 물이 투입된다.

 

반도체 미세공정의 특성상 물은 단순한 보조재가 아니라 생산 공정의 핵심 요소다.

 

공정에 사용된 물은 물리·화학적 처리와 생물학적 고도처리 과정을 거쳐 기준에 맞게 정화된 뒤 방류된다.

 

농업 역시 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논과 밭에 공급되는 농업용수는 작물의 생육과 품질을 좌우하며, 양파·마늘·쌀·잡곡 등 지역 주요 농산물 생산의 기반이 된다.

 

반도체 산업과 농업은 물이라는 공통의 자원을 매개로 연결된다. 산업단지에서 사용된 물은 정화 과정을 거쳐 하천으로 방류되고, 이 물길은 고삼저수지로 흘러든다. 이후 저수지의 물은 인근 농경지의 농업용수로 활용된다.

 

고삼저수지 인근 농민들은 방류수가 수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 오염 여부와는 별개로 '반도체 공장 방류수로 농사를 짓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고삼면 농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관호 안성농민회장은 "친환경농업은 고삼면의 정체성이자 경쟁력"이라며 "방류수로 농사를 짓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고 친환경 농업의 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성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대부분은 외부 지역에 판매된다"며 "방류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기면 안성 농업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영향평가 자료 등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배출되는 방류수는 관련 법령에 따른 수질 기준 이하로 관리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수질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방류수를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법적 기준 충족 여부와 별개로 장기적인 환경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윤철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방류수 수질 기준은 환경과 인체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수준을 토대로 설정된 것"이라면서도 "현재 기준이 물의 모든 특성을 완벽하게 반영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을 유지할 것인지, 더 강화할 것인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방류수를 단순히 안전하거나 위험하다고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역시 변수로 거론된다. 집중호우로 하천 수위가 급격히 변하는 상황에서 산업단지 방류수까지 더해질 경우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와 안성시, 용인시, SK하이닉스, SK에코플랜트, 용인일반산업단지는 2021년 2월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방류수로 인해 고삼면 일대 농산물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보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노한영 고삼면 이장단협의회장은 "저수지와 토양이 훼손된 뒤 보상을 받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설령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인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법적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수준으로 방류수를 관리할 계획"이라며 "주민이 참여하는 모니터링 체계와 검증위원회를 운영해 방류수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1980년대부터 반도체 사업을 이어오며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다"며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방류수를 철저히 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있는 자세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방류수를 법정 기준 이하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고삼저수지를 둘러싼 주민들의 우려는 수질 수치만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 경기신문 = 유창현 기자 ]

유창현 ychanghe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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