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MF의 성장률 상향, 외華내貧 경제 구조 점검해야

2026.07.10 06:00:00 15면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과, 민생 양극화 해소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7%포인트나 높은 2.6%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는 주요 30개국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이자, 전 세계적인 경기 하방 압력 속에서 이뤄낸 독보적인 성과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성장률을 일제히 2.6%로 조정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저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 할 만하다. 미-중 무역 분절화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친 풍랑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선전하고 있다는 지표는 분명 반가운 신호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숫자 뒤에 가려진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상향 조정의 근본적인 배경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과 그로 인한 수출 독주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거대 IT 기업들이 주도하는 첨단 기술 수요가 성장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문제는 이 엔진의 온기가 경제 생태계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대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에만 의존하는 '외화내빈(外華內貧)'형 구조는 착시현상을 낳고 있다. 수출 지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민생 경제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실제로 내수 시장과 골목상권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장기화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갉아먹었고,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자산과 소득의 극심한 양극화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혜를 입는 계층과, 고유가·고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서민·중소기업 간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지 못한 채 특정 산업의 사이클에만 기대는 성장은 신기루와 같다. 기술 수요가 조금만 꺾이거나 글로벌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시의적절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반도체 팹을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초격차 전략, 로봇과 피지컬 AI 육성, 대규모 AI데이터센터 구축을 골자로 한 이 구상은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겠다는 국가적 결단이다. 국가의 자원과 민간의 투자를 총동원해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시도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 메가프로젝트 역시 과거의 대기업·첨단산업 편중형 성장 모델을 답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의 진정한 역할은 단순히 천문학적인 투자 숫자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과실이 사회 전반으로 골고루 흐르도록 정교한 통로를 설계하는 일이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상생 생태계를 병행 구축해야 한다. 대규모 첨단 산단과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지역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여 지방 소멸의 대안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중소·중견기업들이 피지컬 AI나 반도체 공급망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과 금융 지원 체계를 촘촘히 다져야 한다. 산업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전통 제조업 근로자들을 위한 재교육과 고용 안전망 강화는 정부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책무다.

경제성장률 2.6%라는 수치는 우리에게 자만이 아닌 '기회의 창'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호황의 그늘에 숨은 양극화와 구조적 모순을 외면한다면,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의 거시경제적 온기를 마중물 삼아 과감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를 성공적인 미래 산업의 기둥으로 세우는 동시에, 무너진 민생의 바닥을 보듬는 균형 잡힌 정책 리더십이 절실하다. 성장의 온기가 대한민국 모든 구석구석과 국민 모두의 삶으로 흐를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경제 대도약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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