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건물 세입자들은 병원장이 병원의 전신(全身)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가나 중소기업 등을 입점하기 위해 병원장의 ‘문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한다. 간신히 문턱을 넘어도 병원장이 바뀌면 새로 입점한 것과 다를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경기신문은 병원 세입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허술한 법적 보호망과 대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병원에는 경쟁 업체가 없는데다 손님 걱정도 덜하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지요.”
12일 오전 10시 30분쯤 인천 부평구 A병원 지하 1층 한 식당. 점심시간까지는 아직 이르지만 벌써부터 5개 테이블에서 7명의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다. 4년 전 입점한 이곳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지만 식자재와 인건비를 뺀 월 평균 순수익은 6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업주 B씨(43)는 “순수익이 안정적이라는 걸 병원도 알고 있어요. 때문에 계약서가 있어도 요구사항이 늘거나 아예 재계약을 강요한 적도 있다”며 “병원장이 관련돼 있으니 거절할 수 없는거죠”라며 한숨을 쉬었다.
인천을 비롯한 전국 2·3차 병원들이 입정한 상가나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계약서 내용을 일방적으로 바꿔 재계약을 요구하면서 법적 분쟁이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김미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병원 등에 대한 상가 관련 분쟁 건수는 68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63건) 소폭 상승했다.
분쟁의 주요 원인은 관리비 부담과 임대료 인상, 임대료 연체, 보증금 반환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병원장 등 임대인의 일방적인 관리비 부담과 임대료 인상 등을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병원이나 상가 등에 입점할 당시 월세와 관리비를 아우른 임대료 계약서를 작성하지만 병원장 등이 바뀌면 암묵적으로 임대료 등이 일방적으로 올라 법적 분쟁이 생겨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인천의 한 신축 병원에 입점한 약국은 앞서 건물 준공 2달 전 시행사(임대인)와 월세·관리비 등을 계약했지만 뒤늦게 입점한 병원이 해당 건물을 매매하면서 병원장이 관리비를 2배 이상이나 올려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전북 전주시의 한 병원도 새로운 의료기기 업체와 5년 계약을 맺고 의료기기을 싼값에 들였지만 병원장이 새롭게 바뀌면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끊자 수백억 원대의 법정 소송전에 휘말렸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서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망이다. 계약 내용을 위반하지 않는 한 병원장이 바뀌었다고해도 유지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거래 관계도 마찬가지다”며 “병원이 갑의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병원장이 바뀌었다고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는 건 범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인천 = 지우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