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오늘도 하늘만 바라봤습니다"…폭염 속 안성 배농가의 간절한 하루

2026.08.09 17:08:42 1면

공도읍 배농장은 뜨거운 햇볕 아래 폭염과 사투 중
농업인 강봉수씨 "배도 사람도 한계…이제는 비 내리길"

 

"요즘은 새벽 5시부터 농사 일을 시작합니다. 오전 9시만 넘어도 더워서 더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7일 오전 안성시 공도읍의 한 배농장.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과수원은 이른 시간부터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배나무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이마에는 금세 땀이 맺혔고, 달궈진 흙에서는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나뭇가지마다 탐스럽게 자라나는 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지만, 농민들의 얼굴에는 풍년의 기대보다 폭염에 대한 걱정이 더 짙게 묻어났다.

 

35년 넘게 배농사를 짓고 있는 강봉수(74) 씨는 이날도 새벽부터 관수 작업과 병해충 방제를 마친 뒤 배나무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작업복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그의 손길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강 씨는 "예전에도 더운 여름은 있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더 덥게 느껴진다"며 "폭염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비가 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는 햇빛만 많이 받는다고 좋은 과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일반 사람들은 햇빛이 강하면 당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폭염이 계속되면 과육이 물러지고 껍질이 갈라져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한 경우에는 전체 수확량의 30~40%를 버려야 할 수도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물 관리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루 세 차례, 3시간 간격으로 관수를 하고 있지만 끝없는 더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평년 같으면 약 50t의 배를 수확하지만 올해처럼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량 감소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지금 같은 날씨가 계속되면 40% 정도는 상품으로 출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농민 입장에서는 정말 속이 타들어 간다"며 한숨 지었다.

 

요즘 강 씨의 하루는 새벽과 저녁으로 나뉜다. 새벽에는 물을 주고 병해충을 방제한 뒤 오전 9시가 되면 더위를 피해 집으로 돌아간다. 해가 기울어야 다시 농장으로 나와 배 상태를 살피는 일이 반복된다.

 

그는 "한낮에는 사람도 버티기 힘들다. 괜히 무리했다가는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일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강 씨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 봤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은 농민에게는 반갑지 않은 풍경이었다.

 

그는 "요즘 집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일기예보를 보는 거죠. 비가 온다는 소식만 기다리고 있죠. 비 한 번만 제대로 내려주면 사람도 살고 배도 살 텐데…. 이제는 그저 비가 오기를 기도하는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계속되는 폭염은 농민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새벽과 저녁으로 작업 시간을 옮기고, 쉴 새 없이 물을 주면서도 끝내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 올가을 맛있는 안성 배를 수확하기 위한 농민들의 땀방울은 오늘도 뜨거운 배밭을 적시고 있었다.

 

[ 경기신문 = 정성우 기자 ]

정성우 swju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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