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바다 수온이 가파르게 치솟아 지역 양식업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인천 해역에도 고수온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옹진·강화 등 주요 양식 현장은 대량 폐사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 34도를 웃도는 살인적 수온… 강화·옹진 양식장 ‘비상’
8일 인천시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고수온 특보 발효 이후 현장 점검에 나선 결과 관내 양식장들의 수온이 양식 생물의 서식 한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특히 강화군의 경우 양식장 형태별 수온이 심각한 수준이다. 종묘배양장이 26.4℃, 순환여과식 양식장이 31.0℃를 기록한 데 이어, 축제식 양식장은 무려 34.5℃까지 치솟았다.
옹진군 역시 평년보다 1℃ 이상 높은 수온이 유지되면서 얕은 수심과 내만 안쪽의 양식 생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다행히 지자체와 어민들의 선제적인 방재 노력 덕분에 아직 공식적인 대량 폐사 피해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으나, 안심할 수 없는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군은 실시간 수온 모니터링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특히 강화군은 정부 지원 사업 등으로 확보한 수차(물레방아) 49대와 산소발생기를 고위험 양식어가에 집중 투입했다. 또한 수온 상승에 따른 소화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해 사료 공급량을 조절하고, 장비 상시 가동을 지도하는 등 현장 예찰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시 역시 고수온 경보 격상 시에 대비해 양식 생물 신속 이동을 위한 '월하장' 운영 검토 및 '긴급방류' 안내 등 재난 대응 매니저 정비에 나섰다.
◇ 어민들 ‘고수온 일상화’ 근본 대책 시급
이 같은 상황에서 인천 지역 양식업계는 지자체의 장비 지원에 안도하면서도,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폭염 공포에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양식장 A대표는 "지자체에서 지원해 준 수차와 산소발생기 덕분에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수온이 34도를 웃도는 상황에서는 장비를 24시간 돌려도 늘 불안하다"며 "어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료를 끊고 산소를 불어넣는 응급처치뿐이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기후변화의 파고 속에서 어민들의 사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자체와 방재 당국의 더욱 촘촘하고 지속 가능한 지원 손길이 필요한 시점에서, 고수온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상시화된 재난이 된 만큼 구조적인 지원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정된 단기적 장비 지원을 넘어, 보다 장기적인 사업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고수온에 강한 내성 품종으로의 전환이나 냉수대 공급 시설 확충 등 당국 차원의 중장기적 생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토종·주력 어종의 수확량 감소 및 생태 변화
폭염과 고수온 현상은 양식장뿐만 아니라 인천 근해 자연 생태계와 어종까지 통째로 바꾸어 놓고 있다.
인천 연안의 대표 수산물인 꽃게와 주꾸미는 여름철 길어지는 고수온 현상과 수온 급변의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고수온이 장기화된 해에는 서해 특유의 수온 계층화 현상 등으로 인해 어획량이 평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온이 너무 높으면 어종들의 산란 시기와 성장 주기가 흐트러지고 서식지가 이탈하면서, 어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어획량이 줄어들고 조업 시기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변화된 환경에 맞춰 금어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 '인천 바다의 아열대화'…어종 지각변동
제주도나 남해안 등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나 볼 수 있던 어종들이 최근 인천 앞바다와 경기 북부 연안까지 올라와 빈번하게 잡히고 있다. 영흥도 등 부시리, 방어, 참돔을 비롯 붉바리, 자바리(거북상어), 꼬치고기, 무늬오징어 등이 낚싯배나 그물에 자주 걸려 나오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서해 북부 해역에서 동남아 등 열대·아열대 희귀 어종들의 출현 빈도가 증가하는 반면, 차가운 물을 선호하거나 기존 서해 환경에 적응해 있던 토종 어종들(우럭·볼락·농어 등 일부 냉수·온대성 어종)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업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바다에서 잡히는 고기가 달라지다 보니 어민들은 기존 어구·어법이나 주력 조업 시기를 수정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서해안 생태계 전체의 자원 관리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영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