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에서 북한의 남부국경화 작업이 한창이다. 그들은 정전협정에 따른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전환해 영구 폐쇄하고, 군사적 완충지대로 설정된 비무장지대(DMZ)를 무시한 채 남부국경선 이북을 군사요새화하고 있다. 휴전 이후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해 70여 년간 작동해 온 핵심 수단을 무력화하는 실로 위험천만한 조치다.
남부국경화 작업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제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듬해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이를 반영한 헌법 개정과 군사태세 전환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최고인민회의 제15기 1차 회의에서 북한 헌법 개정이 완료되어 일체의 통일 관련 개념이 삭제되고,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영해, 영공”을 영역으로 규정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구체적 군사 조치도 추진 중이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2024년 10월 한국과 연결된 도로와 철길을 끊고 방어구조물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된다고 발표하고 유엔사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경의선 및 동해선 도로·철도 연결 구간이 폭파·차단됐고, 군사분계선 인근까지 대전차 방벽과 대규모 참호가 구축되고 지뢰·철책 등 장애물이 증설되는 한편 연결 전술도로도 신설되고 있다. 또 전단 부대를 국경수호 임무로 재편제하고 국경 일대에 신형 미사일·방사포·자주포 등 각종 전술 화력과 전술핵을 포함한 단·중거리 통합 타격체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남부국경화 작업은 단순히 DMZ 훼손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추진되는 남북 관계 전환과 정전 체제 해체 시도다. 그들의 군사 위협도 과거보다 더 가깝고 더 강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나름 방어적 조치라면서 유엔사 채널을 유지하고 있지만, 완충구역이 줄어든 결과 남북 접경의 군사 충돌이나 우발적 확전의 위험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도 남방한계선의 추진철책 북상이나 강력한 GP/GOP 경계선 확보로 근본 대책은 서 있으나, 기존의 대침투 임무에 더해 정규전 위협에 비중을 둔 만반의 군사대비태세 구축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점증하는 군사 위협에 대해 군사 조치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상호파괴적이고 자칫 무분별한 군비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당초 북한의 조치가 안정적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 개선 실패를 절감한 김정은의 체제 안정을 도모한 전략적 판단의 결과인 만큼, 우리의 대응도 외교 안보와 남북 관계 전반을 고려한 중장기적 포석에 기초해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사실 9·19 군사합의의 즉각 복원이 더 힘들어진 측면이 있으나, 상호 적대행위 중지와 우발적 군사 충돌 방지의 필요성 역시 더 커졌다. 위협 감소를 위한 남북 대화채널 복구와 북미 관계 개선 지원이 역시 중요하다.
최근 북한의 대담한 행보를 보면서 우리의 대비와 대응이 제한되는 데 대한 답답함이 크다. 한반도 안보는 우리에게 늘 절체절명의 과제지만 워싱턴에서는 또 다른 게임으로 볼 수 있다는 안타까움도 크다. 우리가 주도하는 연합방위체제의 조속한 재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래야 완벽한 군사태세도, 융통성 있는 안보 전략도 가능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