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부업체를 운영하던 60대 남성이 수도권의 이른바 ‘깡통 빌라’를 담보 가치가 높은 부동산으로 꾸며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실제 전세 계약이 체결된 빌라의 임대차계약서를 월세 계약서로 위조하고 확정일자까지 받는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나상훈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대부업체 운영자 A(60)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B(63)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A씨 등은 2020년부터 돈을 빌려줄 투자자, 이른바 ‘전주’들을 상대로 부동산 담보 대출을 가장한 사기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이 노린 것은 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의 차이가 거의 없어 사실상 담보 여력이 부족한 빌라였다.
A씨는 빌라 소유주들과 공모해 기존 전세 계약을 보증금이 적은 월세 계약으로 꾸민 뒤 이를 근거로 투자금을 받아내기로 했다.
첫 범행은 2020년 1월 안양의 한 빌라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당시 해당 빌라에는 전세 세입자가 살고 있었지만, 일당은 세입자 명의의 도장을 임의로 만들어 ‘보증금 3000만 원·월세 60만 원’짜리 임대차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이후 위조 계약서를 법원 등기국에 제출해 확정일자까지 받았다.
이들은 이렇게 만든 계약서를 투자자에게 제시하며 해당 빌라의 담보 가치가 충분한 것처럼 믿게 했다.
그러면서 1억 원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고, 이를 믿은 투자자는 7000만 원을 송금했다.
수법이 통하자 범행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A씨 일당은 서울 강서·금천·구로구를 비롯해 인천 부평구, 경기 김포시 등 수도권 곳곳의 빌라 소유주들과 공모해 같은 방식의 범행을 이어갔다.
2020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이들이 허위로 작성한 월세 계약서는 모두 42건에 달했다. 이를 담보 자료로 내세워 투자자 7명에게 받아 챙긴 돈은 총 44억8천여만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 1명은 약 29억 9500만 원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과정에서 의심을 품는 투자자가 나타났지만 사기는 계속됐다.
B씨는 계약서가 위조된 사실을 알아챈 투자자가 항의하자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겠다는 취지로 안심시킨 뒤 다른 투자자를 추가로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끝에 범행 전모가 드러나면서 A씨와 B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A씨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기 범죄로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으며 누범기간 중 다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담보 가치가 사실상 없는 부동산을 안전한 담보물인 것처럼 꾸미고 위조 서류까지 동원했다는 점을 무겁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제로 담보 가치가 없는 부동산을 담보 가치가 충분한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믿게 해 차용금을 편취했다”며 범행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문서를 위조해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속인 점도 불리한 사정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 같은 범죄가 주택 임대차 제도를 신뢰하는 시민들의 주거 안정까지 위협해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피고인들이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