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시] 감각을 깨우는 초록의 향연… 수원시립만석전시관 ‘그린그린 뮤지엄: 감각 노트’

2026.09.03 13:42:32 12면

양지윤의 설치, 임현경의 채색화 총 13점... 공생의 가치를 상상하는 참여형 교육전시

 

​가을의 문턱, 자연을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함께 숨 쉬는 존재'로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감각 여정이 시작됐다.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이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선보이는 참여형 교육전시 ‘그린그린 뮤지엄: 감각 노트’ 이야기다.

 

​자연의 '초록(Green)'을 '그린다(Drawing)'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이번 전시는 지난 3월에서 7월까지 열린 1부 ‘별가루 신비정원’의 뒤를 잇는 두 번째 시리즈다. 양지윤, 임현경 두 작가가 참여해 회화와 설치 작품 13점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를 시각을 넘어 다채로운 감각으로 풀어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오감을 자극하는 것은 미세하게 감도는 숲의 향기다. 후각예술가이자 아로마하우스 피토테일(PHYTOTALE)의 이혜영 대표가 협찬·연출한 전용 향과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자연의 소리가 작품을 감상하기 전 마음의 긴장을 잔잔하게 풀어준다.

 

​공간 중앙으로 걸음을 옮기면 양지윤 작가가 한지로 조형한 2026년 신작 '물의 모양: 숨'과 ‘빛의 모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벽면을 따라 유기적으로 흐르는 한지의 결은 관람객의 걸음과 공간의 미세한 바람을 따라 부드럽게 흔들린다. 눈에 보이지 않던 빛과 바람, 물의 순환이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공간 전체를 감싸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어 펼쳐지는 임현경 작가의 회화 공간은 숲속의 시간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대표작 ‘숲을 잇는 시간 1-8’ 연작은 숲을 이루는 수많은 생명들의 정교한 관계망을 섬세한 붓 터치로 기록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나무와 풀, 이름 모를 생명체들이 서로를 보살피며 지켜온 시간이 화폭 위에서 살아 움직이며, 깊은 공존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번 전시의 묘미는 눈으로 보는 감상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시 교육 공간에 마련된 ‘모두의 감각노트’ 체험존에서는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느낀 향과 소리, 시각적 잔상을 직접 기록하고 나만의 감각으로 재생산해 볼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나만의 '감각 노트'를 채워가며 자연과 나의 관계를 깊이 있게 돌아보게 된다.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순수한 감각을 되살리는 시간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생태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유익한 배움터가 된다.

 

 

​전시는 오는 12월 4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와 체험비는 모두 무료다. 평일 오전에는 어린이 단체를 위한 예약제 해설이,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4시에는 전 연령 대상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돼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미술관을 넘어, 잊고 있던 감각을 깨우고 자연과 눈을 맞추는 특별한 휴식이 필요하다면 수원시립만석전시관으로 감각 여정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경기신문 = 정진희 기자 ]

정진희 jinny@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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