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장에 피신처 노출돼 울었다”…가정폭력 피해자 유족의 절규

2026.09.03 17:58:59

주소 비공개 절차 안내 부족…“평범한 피해자가 알기 어려워”
스마트워치·임시 거처 실효성 의문...A씨 3일 오후 구속 수감

 

가정폭력을 피해 어린 자녀와 거처를 옮겼던 30대 여성이 이혼 소장에 기재된 주소를 통해 남편에게 피신 장소를 들킨 뒤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유족이 피해자 보호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피해자 유족은 3일 언론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고인은 자신과 아이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사건 전 상황을 공개했다.

 

유족에 따르면 피해자는 남편의 가정폭력을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하고 접근금지 조치를 신청했다.

 

자신의 행적이 드러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차량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에 남은 기록까지 삭제하며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혼 소송 과정에서 피신처 주소가 남편에게 전달되자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유족은 “주소가 노출된 사실을 알게 된 고인이 ‘너무 무섭다’며 울면서 가족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 전 별도의 주소 비공개 절차를 신청할 수 있지만,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이를 미리 파악해 대응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주소를 가해자에게 알리지 않도록 소송 단계에서부터 안내하고 보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찰의 신변보호 대책도 피해자의 생명을 지키기에는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스마트워치 등 긴급 신고 수단이 지급됐지만 결과적으로 위험을 막지 못했다”며 “경찰이 마련한 임시 숙소도 직장과 자녀의 어린이집에서 멀었고 외출에 제약이 있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남겨진 자녀를 위한 장기적인 보호 대책과 피의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요구했다.

 

유족은 “가해자가 가벼운 처벌을 받고 사회로 복귀한다면 아이가 성인이 된 뒤에도 안전할 수 있을지 두렵다”며 “고인이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아이만큼은 평생 공포 속에서 살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1일 오전 7시17분쯤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계단에서 가정폭력을 피해 숨어 지내던 30대 여성이 남편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현직 공무원인 A씨는 아내가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불리한 판단을 받을 것으로 예상해 앙심을 품고, 소장에 기재된 주소를 확인해 범행 장소를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경찰서는 지난 2일 A씨에 대해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3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어 이날 오후 구속됐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

김태호 th124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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