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통보받자 회사 파일 1609개 ‘삭제’…프로젝트 간부 징역형

2026.09.05 10:19:14

업무용 노트북 반납 직전 무더기 삭제…설계도면 등 68개는 외장하드로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뒤 반납을 앞둔 업무용 노트북에서 회사 자료 1600여 개를 삭제하고 일부 영업비밀을 개인 외장하드에 옮긴 프로젝트 총괄 간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단독 강영선 판사는 전자기록 등 손괴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 회복과 합의할 기회를 주기 위해 A씨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A씨는 2022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 회사에서 인도네시아 폐기물 고형연료 생산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간부로 근무했다.

 

그러다 2023년 2월 말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고, 약 한 달여 뒤인 같은 해 4월 10일 지급받았던 업무용 노트북을 돌려주기 직전 저장돼 있던 업무 관련 파일 1609개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고의로 회사 자료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삭제한 파일 가운데 약 150개는 회사 소유가 아닌 자신의 개인 자료였으며, 퇴사에 따라 노트북을 반납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했던 폴더와 파일을 하나씩 정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무 과정에서 작성·보관하게 된 파일은 작성자가 A씨라고 하더라도 회사가 관리하는 자산에 해당하고, 회사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이를 삭제한 만큼 전자기록을 훼손하려는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삭제된 파일들은 피고인이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지하게 된 것으로 회사가 효용을 지배·관리하는 전자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취업규칙에도 직무 범위에서 작성된 문서를 회사 자산으로 간주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노트북 반환을 요구받은 뒤 회사와 협의하지 않고 자료를 임의로 삭제한 점에서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씨가 회사 자료를 삭제하기에 앞서 일부 중요 파일을 개인적으로 보관한 사실도 유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A씨는 발주처에 제출할 설계도면 등을 포함한 업무 파일 68개를 자신의 외장하드에 복사해 회사 밖으로 반출한 혐의도 받았다.

 

법원은 해당 자료가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고 무단 반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회사 업무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한 데다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영업비밀까지 외부로 반출한 만큼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회사의 업무 파일을 대량으로 삭제하고 사회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영업비밀을 무단 유출해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고령인 점과 벌금형을 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회사가 입은 손해가 과도하게 크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

김태호 th124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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