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포기하고 싶거나 하기 싫어지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즐기면서 해라. 무엇이든 도와줄 테니까.”
화성시 이산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스켈레톤 국가대표 후보팀 이승빈에게 아버지가 건넨 이 말은 운동을 대하는 기준이 됐다.
한때 줄넘기 국가대표로 국제 무대를 누볐던 그는 선수 생활을 완전히 내려놓을지 고민했다.
이승빈은 “처음에는 스켈레톤을 앞으로의 길로 생각하기보다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운동을 다시 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흥미와 목표가 생겼다”고 돌아봤다.
스켈레톤에 도전한 이승빈은 지난 7월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 미래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에 올랐다.
운동을 그만두려 했던 이승빈이 다시 출발선에 섰다.
◇ 여러 종목을 경험하며 배운 ‘운동의 즐거움’
이승빈에게 운동은 처음부터 하나의 종목에 머물지 않았다.
어린 시절 스케이트, 펜싱, 배드민턴, 핸드볼 등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했다. 테니스를 해온 아버지도 한 종목에만 집중하기보다 여러 운동을 접해보길 바랐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했던 이승빈에게 다양한 종목을 경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결과에 대한 부담보다 운동 자체를 즐기는 태도를 배웠다.
그는 “아버지께서 여러 종목을 경험하게 해주셨고, 저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여러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운동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즐기는 것이 먼저라는 마음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에는 줄넘기가 재미있어 보여 시작했다. 처음부터 국가대표라는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즐기면서 실력을 쌓았고, 어느새 선수 생활로 이어졌다.
국가대표가 된 뒤에는 국제 무대에서 각국 선수들의 경기 전 루틴과 준비 방식을 살펴보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법도 배웠다.
특히 2022 한국 오픈 국제 줄넘기 선수권대회에서 각 종목 1위를 차지한 경험은 선수로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선수 생활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약 4년 동안 함께했던 팀을 떠나 새로운 팀으로 옮기면서 익숙했던 동료와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했다.
그는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게 느껴지는 변화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만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이승빈에게 가장 큰 변화는 팀을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선수 생활 자체를 내려놓을지를 고민했던 순간이었다.
◇ 운동을 그만두려던 순간, 스켈레톤을 만나다
줄넘기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성과를 쌓아가던 이승빈은 한때 운동을 완전히 그만두려고 했다.
학교생활을 하며 만난 선생님들의 모습은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게 한 계기였다.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신도 누군가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이승빈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교육이라는 것에 큰 가치를 느꼈다”며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운동을 그만두고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코치의 제안으로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미 선수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상황이었지만, 직접 썰매를 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빠른 속도로 트랙을 질주하며 새로운 종목을 배우는 재미를 느꼈고, 선수 생활을 다시 이어갈 가능성을 발견했다.
◇ “나도 잘할 수 있겠다”… 스타트에서 찾은 가능성
스켈레톤은 그동안 경험했던 종목과 달랐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가운데 순간적인 판단을 해야 했고, 썰매를 조종하기 위한 신체 조절 능력도 요구됐다.
그는 가장 먼저 스타트 훈련에 집중했다. 순간적인 파워와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과 육상 훈련을 꾸준히 이어갔다.
변화는 기록으로 나타났다. 스타트 훈련을 거듭하면서 파워가 좋아지는 것을 느꼈고, 기록도 조금씩 단축됐다.
이승빈은 “훈련하면서 제 파워가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꼈고, 그때부터 나도 이 종목에서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 0.01초 차이로 1위… 가능성을 기록으로 증명하다
이승빈은 2026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 미래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처음에는 경험해 본다는 생각이 컸지만, 훈련을 거듭할수록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특히 육상 훈련에 집중하며 조금이라도 기록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트랙을 달렸다. 그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훈련으로는 슬레드 푸시(썰매 밀기)를 꼽았다. 스켈레톤 경험이 많지 않아 동작에 어려움을 겪던 중 후보팀 전임 감독이 직접 찾아와 피드백을 건넸다. 이승빈은 감독의 조언대로 동작을 수정하며 훈련했고, 이후 기록이 크게 향상됐다.
이승빈은 “슬레드 푸시 경험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직접 오셔서 피드백을 해주셨다”며 “알려주신 방법대로 수행해 보니 기록이 크게 좋아졌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준비한 선발전 당일, 그는 첫 번째 순서로 경기에 나섰다. 첫 번째 시도에서 부담을 느꼈지만, 계측기 오류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
그는 이를 자신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했고, 결국 2위에 단 0.01초 앞서 1위에 오르며 국가대표 후보팀에 선발됐다.
선발 소식을 들었을 당시에는 하계 훈련에 집중하고 있어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국가대표 후보팀에 선발됐다는 사실이 조금씩 와닿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지도해준 코치들과 함께 훈련한 동료들, 그리고 늘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 다시 태극마크를 향해
이제 목표는 분명하다.
다시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는 것. 국가대표 후보팀에서 꾸준히 성장해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더 나아가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같은 국제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렇다고 그의 목표가 기록과 성적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여러 종목을 경험하며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찾아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승빈은 “지금은 국가대표 후보팀에 선발된 만큼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열심히 훈련해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목표”라며 “어떤 순간에도 저 자신을 믿고 자신감을 잃지 않으면서, 제가 선택한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즐길 줄 아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제 이승빈은 후보팀에서 스켈레톤 적응과 경기력 향상에 집중하며 다시 태극마크를 향해 나아간다.
한 번 내려놓으려 했던 운동, 그리고 다시 잡은 꿈.
이승빈의 두 번째 태극마크를 향한 질주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 경기신문 = 김우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