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조사 앞두고 작물만 심으면 ‘경작’?…여주·이천 현장선 실효성 우려

2026.09.16 16:55:53 1면

장기 휴경지에 작물 식재 후 다시 방치…‘보여주기식 경작’ 지적
위성·항공사진 활용 심층조사…실제 영농 여부 확인이 관건
고령화·임차인 부족 등 불가피한 휴경도…“현실 반영한 기준 필요”

 

정부가 무단 휴경과 불법 전용·임대차 등을 확인하기 위해 농지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여주·이천 지역에서도 조사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기관 등이 행정정보와 위성·항공 사진을 활용해 심층조사를 하고 있지만, 장기간 방치한 농지에 조사 시기를 앞두고 작물을 형식적으로 심는 '보여주기식 경작’을 제대로 가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16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여주시 대신면 일부 농지에서는 수년간 휴경 상태로 방치되다 올해 들어 작물이 식재된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여주시 대신면 옥촌리 인근 산자락의 4500㎡ 규모 밭은 장기간 방치되다 올봄 땅 고르기 작업이 이뤄졌지만 이후 별다른 경작 없이 다시 잡초가 무성해져 있었다. 소유자는 인천시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 3500㎡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김 모 씨는 “몇 해 전부터 묵혀 있던 땅에 올해 4월쯤 옥수수를 심은 것 같은데 이후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가 모두 덮었다”며 “실제로 농사를 지으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휴경농지는 주변 농가 입장에서도 골칫거리다. 잡초 씨앗과 해충이 인근 농지로 번지면서 추가적인 방제와 제초 작업이 필요해서다.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한 모 씨는 "밭에서 풀을 아무리 뽑아도 바로 옆 묵은 밭에서 계속 해충이 날아와 별도로 작업을 하는 일 때문에 두 배 비용이 드는 셈”이라며 “소유자가 외지인이라 연락하기도 쉽지 않아 결국 피해를 감수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모든 휴경지를 같은 잣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여주·이천에는 진입로가 좁거나 경사가 심해 농기계가 들어가기 어려운 소규모 농지가 적지 않고, 고령화와 임차인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경작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어서다.

 

농촌지역의 경우 가족이나 이웃에게 별도의 임대차계약서 없이 농사를 맡기는 경우도 있어 농지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다른 사례가 적지 않다.

 

심층조사에 참여한 한 조사원은 “위성사진을 보고 현장을 찾아가면 농지인지 산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치된 곳도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역 농민들은 단순히 작물 식재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파종부터 제초·방제, 수확 등 실질적인 영농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조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천 부발읍에서 콩 농사를 짓는 박 모 씨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투기 목적이라고 판단하면 농촌 현실과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실제 경작이 어려운 농지와 의도적으로 방치한 농지를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황의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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