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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명과암] 기대에 찬 구도심…'갈아엎고 새출발' 요구도 거세

화성 재생사업, 풍부한 문화적 자원…'주거 환경‧골목상권 부활' 기대
오산 재생사업, 찬반 입장 첨예…"노후건물 수리로 삶의 질 높아지나"
전문가들 "급격한 도시화, 구도심은 난개발 심각…재개발로 정비해야"

 

신도시 개발로 상대적으로 낙후한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 넣는 도시재생 사업은 관 주도(官主導)로 추진된다. 구도심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리모델링을 통해 도심간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긍정적 반응이 있는 반면,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세금을 낭비한다는 등의 지적과 불만도 넘쳐난다. 경기신문은 ‘도시재생 명과암’을 통해 도시재생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관주도 주거환경 개선 집중…사업 완료 뒤 관리는 주민 몫
②상권 활성화‧주거환경 개선 vs 재개발로 새롭게 탈바꿈해야
<계속>

 

 

"재생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주민들은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21일 오후 화성시 송산면 사강시장. 대부분 낡고 작은 점포들로 이뤄진 재래시장은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3.1 만세운동의 3대 발상지이자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유동인구가 줄며 상권은 침체됐고, 빈 점포는 점점 늘어만 갔다.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주민들 사이에서 사강리가 쇠퇴 지역이라는 피해의식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며 "재생사업을 통해 다시 활기를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화성시는 사강리를 전통과 역사가 공존하는 곳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11만9000㎡ 일대에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골목상권 등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주민들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주민협의회는 총회를 열고 도시재생 임원을 선출,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이종국 송산도시재생 대표는 "제부도‧대부도를 가려는 유동인구가 많고 문화적 자원도 풍부해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면서 "원주민과 외지인의 유입으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보존과 개발의 갈림길?…오산시 구 궐동에서는 무슨 일이

 

반면, 다른 지역의 경우 기대 보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시재생 사업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재개발의 기회조차 사라진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20일 오전 오산시 구 궐동의 한 주택가. 동네를 다니는 내내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고, 골목골목마다 적막이 감돌았다.

 

하천 변에 위치한 단층 주택 지붕은 석면 슬레이트였고, 갈라지고 부서진 외벽은 합판을 덧대 훼손된 부분을 가렸다. 합판 역시 낡고 오래돼 검게 변했고, 여기저기 떨어져 나간 흔적이 보였다. 

 

마을 곳곳에 위치한 상가건물은 비어 있는 곳이 많았고, 오래된 폐 공장은 마을의 흉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구 궐동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243억원을 투입되는 주거지원형 모델로 2024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 궐동은 도시재생을 놓고 주민간의 입장이 첨예한 곳이기도 하다. 앞서 뉴타운‧재개발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면서 지난 3월 민간주택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공찬원 궐동 민간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도시재생을 통해 주민들이 체감하는 만족도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지만 예산이 투입되고 사업이 완료되면 다시는 재개발 기회를 얻을 수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사업을 잠시 멈추고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사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균형발전은 공감…'재생 vs 개발' 만족도 높은 것은

 

'보존이냐, 개발이냐'를 놓고 주민들이 주장하는 공통분모는 균형발전이다. 도시재생 찬성 측은 노후주택 수리 등을 통해 계속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입장이다.

 

신기봉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회장은 "재개발을 하면 적은 보상으로 주민 80%가 동네를 떠나야 한다"면서 "그러나 도시재생 사업은 주민이 떠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75)씨도 "원주민 대부분 가게를 하고 있고, 재개발을 하면 직업까지 뺏기게 된다"며 "원주민 대부분이 나이가 많지만 이사 갈 마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재개발 추진하는 측은 이미 노후 건물을 수리한다고 해서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재개발을 통해 낙후된 동네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궐동 민간주택협동조합 관계자는 "재생사업에 투입되는 243억원 가운데 커뮤니티센터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면 주민들에게 투입되는 것은 100억원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이마저도 제대로 주민에게 돌아갈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궐동 500가구 중 재개발에 동의한 가구는 270곳으로, 50% 이상 재개발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두 번의 재개발로 주민들이 지쳐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민들의 인식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주민 정모(60)씨도 "헌집을 수리한다고 새집이 되냐. 재개발의 경우 새로 건물을 짓는 거라 만족도와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면서 "재개발 추진을 주민이 이끌지 못하면 오산시라도 나서 끌고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개발 동네 늙어 가는데 재생이 웬 말…새롭게 탈바꿈해야"

 

도시재생 찬반 입장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현재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 체감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사업 완료 후 주민 만족도가 얼마만큼 높아질지는 모르지만 주민이 짊어질 고통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책 일관성과 예산 중복 투입 등의 문제로 재개발 추진이 다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네를 고쳐 놓고 보니 맘에 들지 않아 재개발을 하려고 해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앞으로 20~30년 안에 재개발을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동네가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기다린 것치고는 그 대가가 너무나 큰 셈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현 재생사업을 소규모 주민중심이라고 하는데 주민 중심으로 이뤄진 재생사업이 많지 않고 그 효과를 주민들이 체감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존 중심의 도시재생은 정부 정책이고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아 전면 철거를 통한 재개발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도시재생과 같은 정책을 하게 되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진정한 도시재생은 마을 주민이 사는 환경을 주민이 원하는 방향과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로 만들어 가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대다수가 원하는 재건축, 재개발이 아닌 마을 만들기를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6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를 겪으며 대부분의 건물들이 난개발 됐다"며 "지금이라도 재개발을 통해 계획적인 도시의 모습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고태현 기자‧김은혜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