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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주의 라이프 in]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 "내가 가야할 길은 하나, 기쁨과 희망을 전하는 것"

천주교 수원교구 보좌주교이자 제1대리구장
"유능한 주교보다 겸손한 주교 되고파" 전해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는 1966년 8월 26일 평택에서 태어나 현재 천주교 수원교구 보좌주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수원교구 총대리와 제1대리구장도 맡아 교구 행정과 사목의 중심에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1994년 사제품을 받은 뒤 비산동 본당 보좌신부를 시작으로 철산 본당, 호계동 본당 보좌신부를 지냈고, 팽성 본당 주임신부, 복음화국장, 본오동 성 요한 세례자 본당 주임신부 등을 역임했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루카 복음서 22장 27절 말씀인 이 구절은 문 주교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그는 주교라는 직함보다 누군가의 곁에서 함께 걷는 사람, 낮은 자리에서 공동체를 돌보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천주교에서 교황이 임명한 주교는 일정 지역 교회를 맡는 교구를 책임진다. 교구장 주교는 사목과 행정 전반을 이끌며 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하는 최고 책임자다. 

 

국내에서 서울대교구 다음으로 큰 규모로 꼽히는 수원교구는 관할 지역과 신자 수가 방대해 교구장의 책임 또한 무겁다. 이에 보좌주교가 임명돼 역할을 나눠 맡는다. 

 

현재 수원교구는 문 주교가 총대리로서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와 함께 교구장을 보필하고 있다.

 

이번 라이프 in에서는 혼란한 국제 정세와 국내 사회 갈등이 이어지는 시대, 희망과 건강한 사회를 위해 한 길을 걸어온 문 주교를 만나 그의 삶과 신념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화창한 28일 낮 찾은 천주교 수원교구 제1대리구청에서 만난 그는 벽에 걸린 근엄한 사진 속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환한 미소와 부드러운 인사로 맞이한 그는 첫인상부터 편안함을 전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에는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여유가 배어 있었다.

 

그에게 사제의 길은 우연한 선택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자연스러운 소명이자 삶 전체를 이끌어 온 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영향 속에서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이어온 그는 엄격하지만 따뜻한 가정 분위기 안에서 성장했다. 신앙은 주일에만 머무는 일이 아니라 일상의 질서이자 가족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 저녁 식사가 끝난 뒤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한 시간 정도 저녁기도를 했어요. 자연스럽게 스며든 그 시간이 제 삶의 뿌리가 됐죠"라고 말했다.

 

사제의 길을 걷기까지 고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없다"고 답했다. 어린 시절부터 진로가 또렷했다는 뜻이다. 

 

수원교구가 운영하는 효명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학창 시절 사제의 꿈을 더욱 구체적으로 키워나갔다. 친구들은 장난스럽게 "문 신부님"이라고 불렀고, 그는 그 호칭이 낯설지 않았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그는 결국 1994년 1월 21일, 제단 앞에 가장 낮은 자로 엎드려 주님의 목자를 이끄는 사제가 됐다.

 

이후 2015년 7월 2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를 주교로 임명했고, 같은 해 9월 10일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주교 서품을 받으며 본격적인 사목 여정을 이어갔다. 

 

당시 안산 본오동 성당 주임신부로 있던 그는 예상하지 못했던 임명 소식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본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황대사관에서 전화가 왔어요. 황당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죠. 책임감 때문에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주교라는 직책은 기쁨만큼 무거운 책임을 안겼다. 신앙의 가르침을 삶으로 증명해야 하는 자리, 수많은 신자와 지역사회를 향해 공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임명과 동시에 쏟아진 일정 역시 그에게 큰 변화였다. 모든 시간이 교구 일정에 맞춰 움직였고 공적인 만남과 행사도 크게 늘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휴가도 모두 사용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는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하며 삶의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짧은 휴식 속에서도 소소한 기쁨과 추억을 만들며 자신만의 리듬을 지켜간다는 설명이다.

 

독서 역시 중요한 쉼의 방식이다.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삶의 태도를 배운다고 했다.

 

문 주교의 사제 생활을 돌아보면 기쁨과 보람만큼이나 깊은 아픔으로 남은 순간도 있었다.

 

그는 사제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4·16 세월호 참사를 꼽았다.

 

사고 당시 구조 과정을 지켜봤다는 그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기억할 수밖에 없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라며 "지난 12주기에도 추모 현장을 다녀왔는데 여전히 가슴이 아팠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성세대의 한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또 다른 아이들이 같은 아픔을 겪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도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수원교구는 Happy해누리작업장, 가톨릭여성의집,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총 122개의 교구 인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수원교구 유지재단 소속 13개 시설과 사회복지법인 천주교 수원교구 사회복지회 소속 40개 시설이 운영·관리 중이다.

 

 

문 주교 역시 이 같은 기관들을 찾으며 기쁨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손을 잡고, 청소년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용기를 건네는 일이 그의 중요한 사목 가운데 하나다.

 

그는 신앙이 가리키는 끝에는 결국 '사랑'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능한 주교보다 겸손한 주교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이 시대 이웃들에게 세상의 분열은 탐욕에서 시작됩니다. 재화의 탐욕, 명예의 탐욕, 권력의 탐욕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경쟁하고 싸우게 되죠. 그 결과 개인 간 갈등을 넘어 국가 간 전쟁으로도 이어지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신자뿐 아니라 모두가 나눔을 실천하고 사랑을 퍼뜨린다면 분열을 치유하고 평화를 가져올 수 있어요. 친근하면서도 모두에게 따뜻한 주교가 되고 싶습니다. 저 역시 화가 나는 날도 있고 지치는 날도 있지만, 그것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독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회가 매우 바쁘고 사건·사고도 많아 젊은 세대가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줄 아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패만 남습니다. 인류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오늘의 사회를 만들어 왔습니다. 코로나19도 이겨냈습니다. 언제나 희망과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오늘도 낮은 자리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고, 지친 이웃의 곁을 지키며 사랑의 힘을 전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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