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4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피격사건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선박 화재가 이튿날 진화됐고 인명 피해도 경미했으나, 초기부터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란측 소행임을 지적하고 한국의 해상작전 참여를 요구하면서 이미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10일 선미 손상이 미상 비행체 2기의 공격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발표로 상황은 좀 미묘해졌다. 청와대는 민간선박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하면서도 비행체 잔해를 가져와 정밀 분석한 뒤 공식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야권에서는 이란측 공격을 기정사실화하고 강력한 외교적 항의 외에 선박 호송 등 군사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란은 관영 매체에서 공격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외교 경로로는 직접 개입하지 않았고 사고일 뿐이라는 모호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우리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국제안보의 현실과 이란전쟁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력과 군사력이 세계정치의 행로를 바로 결정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2022년 발발한 러·우전쟁이나 이번 이란전쟁 모두 강대국의 압도적 군사력에도 당초 목표나 예측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미국은 2025년 국가안보전략서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지만 본토 방위와 뒷마당 확보를 우선시하고 유럽과 아시아 등 지역 평화는 주요 동맹국과 함께 구축한다는 구상을 이미 제시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능력과 군사시설 파괴 이후에도 전쟁을 마무리짓지 못하는 이유는 이란의 지정학적 위상과 지형 때문이다. 산유국이 걸프 연안에 줄지어 있고 호르무즈 해협이 해상수송의 목줄을 잡고 있는 한 이란뿐 아니라 세계경제와 중동 전체를 파국으로 이끌지 모를 군사적 초강수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사우디와 UAE 등은 동맹과 자국 안보를 저울질하면서 대응책을 고심 중이고, 유럽의 NATO 국가들은 종전 이후 해협관리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이 휴전과 종전 방안에 대한 기싸움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단기적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등 전쟁 당사국뿐 아니라 걸프 국가들, 나아가 중국, 러시아 및 역외 동맹국들이 인정할 수 있는 포괄적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불안정한 전쟁 상황에서 어느 국가도 마음대로 교전 구역에 출입하기 힘들며, 단독이든 다국 연합이든 군사개입을 시도한다면 자칫 또다른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정부의 대응은 결국 전략적 융통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는 휴전과 종전, 그리고 그 이후의 평화회복과 재건 지원에 주목하여 한국의 전방위적 역할과 지원 노력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는 한미동맹과 안보협력을 강조하면서 작전 참여 요구에 다양한 창의적 방안으로 대응해 나가고, 이란과는 민간선박 안전항행을 우선 강조하고 전후 평화재건 지원에 주력하며, 걸프 국가들과는 기존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고 평화 유지를 위한 제반 협력을 강구해야 한다.
이십여 년 전 한국 최초의 국가안보전략서를 만들면서 균형적 실용외교와 협력적 자주국방 등의 안보 기조 수립에 참여한 적이 있다. 중견국인 우리의 입장에서 일국에만 줄서지 말고 다양한 지향점을 융통성 있게 추구해 나가자던 전략 방향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