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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맥간공예 '어벤져스' 직장인반 "토요일마다 활짝 여는 온전한 나의 시간"

10~28년, 각기 다른 긴 시간 한 길 걸어와
임경순·송경아·김명숙·배민정, 서로 의지하며
손으로 만드는 예술 가치 보존 및 확산 힘써

 

직장과 육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토요일마다 작업실 문을 여는 사람들이 있다. 

 

화려한 전통공예 같지만 실제로는 보릿대를 한 올씩 쪼개고 붙이며 완성하는 치밀한 작업. 손끝의 집중과 긴 시간이 필요한 맥간공예다. 

 

맥간공예연구원 직장인반 토요팀은 이상수 원장의 지도 아래 그렇게 10년, 15년, 길게는 28년째 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다.

 

28년차 임경순 씨는 처음 맥간공예를 접했던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우연히 본 도록 속 작품 한 점 때문이었다.

 

'그 여름날 오후의 기다림'. 크고 화려한 작품이었다. 

 

"너무 멋있는데 엄두가 안 났어요. 선배 언니한테 물어봤더니 숙련되면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공방에 한번 가보자 했는데 완전히 반했죠." 

 

그렇게 시작한 '한번만 해보자'는 어느덧 28년이 됐다.

 

15년 차 송경아 씨에게 맥간공예는 스트레스를 견디게 한 탈출구였다. 회사와 육아를 병행하던 시절, 우연히 신문 문화면에서 공예 기사를 봤다. 전시를 찾아가 작품을 본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 

 

"서울에서 수원까지 다니면서 배웠어요.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죠. 그런데 점점 큰 작품을 만들고 싶어졌고, 선생님이 창안하신 독창적인 기법들에 빠져들었어요."

 

그는 맥간공예를 단순한 공예가 아니라 '창조의 영역'이라고 표현했다. 

 

"서예나 회화는 기존의 체계를 배우는 느낌이라면 맥간은 디자인하고 분해하고 배열을 새롭게 만들어야 해요. 굉장히 과학적이고 퍼즐 같은 작업이에요."

 

13년째 작업 중인 김명숙 씨 역시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 사내 문화센터에서 '보릿대로 작품을 만든다'는 설명을 듣고 호기심에 수업을 신청했다. 

 

"직접 보니까 정말 신기했어요. 자연 소재라는 것도 좋았고요. 육아로 잠시 공백이 있었지만 다시 공방을 찾았는데 예전과는 또 다르더라고요. 레인보우 작품도 보고 더 깊이 배우고 싶어졌어요."

 

 

10년 차 막내 배민정 씨는 자개공예를 찾다가 맥간공예를 만났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작품을 발견했고, 한국미술관 전시까지 찾아갔다.

 

"처음엔 자개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까이 보니까 완전히 다른 거예요. 자개가 차갑고 시원한 느낌이라면 맥간은 황금빛의 따뜻함이 있어요."

 

그들이 말하는 맥간공예의 가장 큰 매력은 '빛'이다. 보는 각도와 결에 따라 전혀 다른 색과 이미지가 나온다. 보릿대 특유의 온기 역시 다른 재료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작은 소품 하나도 따뜻한 느낌이 확실히 달라요."

 

하지만 아름다운 결과물 뒤에는 지난한 과정이 있다. 

 

임경순 씨는 "도안을 직접 그리는데 선이 매끄럽게 안 나오고 자꾸 끊기면 속상하다"고 했다. 

 

송경아 씨 역시 "맥간은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디자인과 설계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빛과 결을 계산하고 형태를 분해해서 다시 조합해야 해요. 처음엔 몰랐는데 앞 단계를 배우면서 쉽지 않다는 걸 알았죠."

 

그럼에도 이들이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이다. 

 

배민정 씨는 "주중에는 회사와 육아로 계속 달리는데 작업실에 오면 차분해진다"며 "ENFP라 원래 굉장히 활발한데 맥간이 저를 눌러준다. 종교 같은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작업실은 단순한 취미 공간을 넘어 서로의 기운을 나누는 장소가 됐다. 한 주의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작품을 보며 위로받는다. 회사에서는 '작가님'이라는 새로운 정체성도 생긴다. 직접 만든 작품을 선물할 때의 의미도 남다르다.

 

성과도 적지 않다. 이들은 예술평론가협의회 전통부문 '주목할 예술가상'을 차례로 수상했고, 인사동 아세안 미술교류전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김명숙 씨의 '미백호', 배민정 씨의 성모 마리아 작품처럼 각자의 대표작도 생겼다. 

 

 

배민정 씨는 판매한 작품이 작은 성당 공소에 걸린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환갑 때까지 한두 작품씩 기증하는 게 목표예요."

 

이들은 맥간공예가 단순한 전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체험과 교육, 전수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400m 계주처럼 바통터치를 해야 해요. 누군가 계속 이어가면 맥간은 지속되는 거죠."

 

AI 시대일수록 손으로 만드는 예술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는 믿음도 강했다. 

 

송경아 씨는 "결국 남는 건 창작과 손으로 하는 작업"이라며 "도안과 기법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권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이들에게 맥간공예는 이제 취미를 넘어 삶의 방향이 됐다. 

 

"목표가 있는 사람은 방황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들은 토요일마다 다시 작업실로 향한다. 

 

화려하지만 검소하고, 따뜻하지만 과하지 않은 맥간공예의 미학처럼 말이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토요팀이 지향하는 삶의 태도이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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