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의 정치학교 파리 시앙스포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내게 한국 정치는 영 후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야박하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말은 지방선거라면서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도배질을 하지 않는가. 그런데 누구하나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누가 명명했는지 모르겠으나 대한민국의 지성인이라 불리는 모 씨는 이런 선거를 질타하기는커녕 자기편 후보 옹호하느라 특정 정당에 간첩이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러는 사이 지방선거의 정수인 서울시장 선거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는 온통 평택을과 부산북갑에만 앵글을 맞춰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여론조사 업체들은 물들어 왔을 때 한몫 잡을 기세로 엉터리 조사만 한 자루 양산한다. 그걸 믿고 정원오 후보 캠프는 도취돼 미리 팡파레를 울린다.
결과는 황당하다.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 믿기지 않아 동생에게 진짜냐고 묻는다. “정말 오세훈이 된 거야!”라는 대답이다. “서울시장을 국힘이 먹었다고! 도대체 선거를 어떻게 치른 거야. 민주당 바보 아냐?”
언론은 또 판을 깔고 정치 평론가들을 불러 민주당에게 몇 점 주겠느냐는 점수놀이를 한다. 어떤 이는 70점, 어떤 이는 50점이란다. 너무 후한 점수가 아닌가. 윤어게인으로 국민의힘은 죽을 쑤는 반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했는데 결과가 고작 이 정도라니. 정책대결로 양당이 선거를 해야 유권자가 상품을 고를 텐데 영 그러질 못하니 덜 미운 당에 한 표를 던질 수밖에. 이런 선거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두 달 전 치른 프랑스 지방선거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 이 선거는 세계정세의 격랑 속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치러졌다. 프랑스 지방 투표소는 민주주의의 실험장이자 지역 사회에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발판이다. 따라서 지난 선거는 시민들의 기대와 구체적인 과제 사이에 긴장감이 팽팽했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시·도청 건물에 걸린 깃발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 주택, 마을 안전, 녹지 공간, 그리고 주민 생활에 대한 주요 결정을 내리는 수장을 뽑는 일이다. 한 표 한 표의 선택은 지역 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이다.
의제들을 이슈화하고 쟁점화하는 절호의 기회가 지방선거다. 생태 전환을 환경과 건강을 위한 안전망으로 만드는 문제, 지역 안전과 보안 문제 해결, 그리고 시민 참여 매커니즘 재정비, 도시 계획, 주택 및 생활환경에 대한 재고, 지역 경제 및 지역 상권 활성화 등 논제가 수두룩하다. 환경 문제도 있다. 프랑스의 많은 후보는 어떻게 배출량을 줄이고, 지역을 다시 녹지화하고, 새로운 교통수단을 마련할 것인지를 정책으로 삼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범죄 예방과 공공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모색 또한 빠뜨리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이런 의제들을 선거밥상에 올려 첨예한 논쟁을 벌였는가? 선거는 목소리 큰 놈이 1등을 먹는 저급한 콘테스트가 아니다. 거대담론을 만들어 유권자들을 유인하고 사회를 개혁할 힘을 모으는 절호의 찬스가 선거다. 몇 년마다 치러지는 요식행위로서의 선거는 이제 끝내주기 바란다. K민주주의를 자랑하면서 이런 식의 선거를 계속할 셈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