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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노마드] 데이터와 존재 사이에서

 

2025년 9월,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만성적인 단전과 단수에 항의하는 작은 시위는 페이스북을 타고 순식간에 10만 명의 분노로 들불처럼 번졌다. 시위대에 군이 합류했고, 결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도피 영상을 남긴 채 축출됐다. 네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Z세대 시위가 정권을 무너뜨린 이른바 ‘스마트폰 혁명’의 순간이었다.

 

이 혁명의 기저에는 ‘복제본(데이터)’이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가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스마트폰은 처음으로 자신의 궁핍한 삶을 타인의 풍요와 나란히 비교하게 만들었다. 데이터가 불평등을 가시화했고, 그 각성이 혁명의 불씨가 된 것이다.

 

그러나 지구촌 반대편에서는 데이터가 정반대의 양상으로 존재에 폭력을 가하고 있다. 중동의 맹렬한 폭격과 가자지구 아이들의 참상, 우크라이나의 무너진 건물들은 스마트폰 스크린 위에서 실시간으로 소비된다. 이란의 폭발 장면과 숏폼 코미디 영상이 위아래로 나란히 배치되는 피드 속에서 타인의 고통은 그저 하나의 ‘콘텐츠’로 전락한다. 더 많은 정보를 쥘수록 타인의 아픔에 무감각해지는 역설. 인간이 한낱 트래픽과 데이터로 환원되는 끔찍한 풍경이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권력화는 일상을 더 깊이 파고든다. 아프리카의 소상공인들이 모바일 페이로 전환하는 동안, 그들의 신용과 미래는 자신도 모르는새 알고리즘에 의해 점수화된다. 국가차원으로 가면 그 스케일은 더 커진다. 세계 최초로 국가 전체의 ‘디지털트윈(가상복제본)’을 구축한 싱가포르는 도시계획과 재난 예측을 시뮬레이션에 의존한다. 처음에는 가상이 현실을 모방했지만, 이제는 현실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가상을 먼저 거친다. 이것이 인간에게 적용될 때 우리는 존재론적 위기를 맞는다. AI가 산출한 신용점수, 범죄 위험도 등 데이터 복제본이 진짜 ‘나’의 삶을 통제해버리는, 복제본(데이터)가 원본(존재)을 압도하는 역전 현상이다.

 

초연결 IT 강국인 한국 사회 역시 이 거대한 흐름의 한복판에 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앱과 플랫폼 속에서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산하며, 동시에 알고리즘이 규정하는 틀 안에 갇혀 세상을 바라본다. 플랫폼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민주주의의 숙의 과정은 밀리초(ms) 단위로 결정을 내리는 알고리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현대사회의 복잡성 속에서 알고리즘을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단이어야 할 효율성이 목적이 되어 인간성을 삼키게 두어선 안된다. 마다가스카르의 청년들은 데이터로 각성했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꿈꾼 미래는 데이터 수치가 아닌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삶’이었을 것이다.

 

데이터가 존재를 압도하는 시대다. 우리는 알고리즘에 복잡한 연산을 맡기되, 그 궁극적인 방향은 반드시 ‘인간성의 보호와 존엄’으로 향하도록 법률적·제도적 닻을 내려야 한다. 효율성은 수단으로 남기고 존엄성은 목적으로 세우는 일. 데이터와 존재 사이, 그 위태로운 간극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이 거대한 기술 문명 앞에서 우리가 답해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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