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영화 속 홍반장.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스크린 속 픽션이 아니다.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골목골목을 누비며 이웃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진짜 '홍반장'이 있다. 광교산 자락에서 남편과 함께 한식당 '얼씨구절씨구'를 운영하는 길남주 한사랑길봉사단장의 이야기다. 그는 식당 사장이자 지역의 든든한 일꾼이며, 밤낮없이 동네를 살피는 자율방범대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길 단장이 봉사의 길에 들어선 데는 남다른 계기가 있다. 과거 사업 실패로 생계가 막막하고 삶의 무게가 버거웠던 시절, 주변 이웃들이 내밀어 준 손길은 그가 다시 일어서는 결정적인 버팀목이 되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가장 힘들 때 이웃들에게 받았던 따뜻한 온정을 가슴 깊이 간직해 왔다"며 "세 아이를 다 키우고 나면 내가 받은 도움을 반드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고 전했다.
2010년 바르게살기운동위원회를 시작으로 활동을 넓혔고, 201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집수리 공사를 시작했다. 이어 뜻이 맞는 주민들과 함께 2017년 비영리민간단체인 '한사랑길봉사단'을 창단해, 지금까지 매월 셋째 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현장을 찾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봉사 대상 선정 과정도 섬세하다. 동 행정복지센터의 추천은 물론 지인, 통장, 생활지원사 등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의 제보를 적극 반영한다.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새 보금자리를 선물받은 이웃만 누적 150여 가구에 달한다.
2022년 집중호우 당시 침수 피해를 입고도 장애로 집을 치우지 못했던 서둔동 가정, 바퀴벌레와 묵은 쓰레기로 가득했던 곡선동 가정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쾌적한 보금자리로 재탄생했다. 이뿐만 아니라 돌봄이 절실한 미혼모 가정을 찾아 직접 미역국을 끓여주고 아기용품을 전하며 따뜻한 엄마의 마음으로 품어 안기도 했다.
길 단장의 나눔은 일상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식당 앞에는 누구나 무료로 음식을 가져가고 채워 넣을 수 있는 '공유냉장고'가 설치돼 있다. 매일 아침 장사를 준비하며 넉넉하게 만든 반찬을 나누고, 수원시 '슬기로운 공유냉장고' 사업에도 참여해 매년 김장철마다 직접 담근 김치를 1호부터 10호까지 채워 넣고 있다.
길 단장은 "봉사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처럼, 습관처럼 참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금껏 해온 나눔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더 많은 마을 봉사 활동가들을 육성해 소외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교산 자락의 작은 식당에서부터 늦은 밤 골목길을 밝히는 방범대장의 자리까지, 수원의 구석구석을 환하게 밝히는 그의 아름다운 발걸음은 오늘도 멈춤 없이 이어지고 있다.
[ 경기신문 = 김성훈, 노경범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