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신랑도 웃고, 신부도 웃는다. 하객들은 "행복하게 잘 사세요!"를 외친다. 그러나 신혼여행이 끝나고 현실이라는 캠퍼스에 입학하는 순간, 많은 부부는 뜻밖의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바로 '갑과 을의 역할분담학'이다.
주변에 "가정은 기업일까, 공동체일까?"를 물으면, 미혼이거나 신혼 초인 사람들은 대부분 "공동체"라고 답한다. 그런데 기혼자들은 대답이 조금 달라진다. "우리 집은 부장님이 한 분 계십니다." 누가 부장님이냐고 물으면 재미있는 것은 부부가 서로 상대방을 가리킨다는 점이다. 참 우스운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갈등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쓰레기봉투 하나, 설거지 한 번, 아이 숙제 확인 같은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을 이야기하지만, 결혼생활에는 '감정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왜 나만 하지?'라는 생각이 커질 때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래서 부부 사이에는 언제나 갑과 을이 생긴다. 문제는 누가 갑이냐가 아니다. 오늘의 갑이 내일은 을이 되고, 건강한 날에는 갑이었다가 아플 때는 을이 되는 유연성이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유머는 때때로 가장 부드러운 피드백이다. 심리학 연구에서도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유머와 공감을 활용하는 부부가 갈등을 훨씬 건강하게 해결한다고 보고한다. 웃음은 문제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문제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 주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가사분담 역시 비율보다 인식이 중요하다. 어떤 부부는 7대 3으로 역할을 나누어도 행복하고, 어떤 부부는 5대 5인데도 억울함을 느낀다. 중요한 것은 계산이 아니라 공감이다. "당신이 힘들었겠네." 이 짧은 한마디는 설거지 열 번보다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좋은 리더는 명령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역할을 바꿀 줄 아는 사람이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요리하고,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운전하며, 시간이 있는 사람이 아이를 데려오면 된다. 역할은 직책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협력의 기술이다.
또 하나 필요한 기술은 '감사 표현의 습관화'다. 신기하게도 회사에서는 커피 한 잔만 받아도 "감사합니다."를 말하면서 집에서는 하루 종일 밥을 차려준 배우자에게는 아무 말 없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 사랑은 거창한 이벤트보다 반복되는 인정에서 오래 살아남는다. "고마워." "수고했어." "오늘 당신 덕분에 편했어." 이 세 문장은 부부관계의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가진 투자상품이다.
결혼은 갑이 승리하는 게임이 아니며 을이 참고 견디는 계약도 아니다. 두 사람이 번갈아 갑이 되고 을이 되며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가는 공동 프로젝트다.
결국 행복한 부부의 비결은 가사분담표를 완벽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서로의 수고를 알아보고, 필요할 때는 기꺼이 역할을 바꾸며, 실수는 웃음으로 넘기고, 고마움은 아끼지 않는 데 있다.
가정은 성과평가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가장 작은 사회다. 그리고 그 사회에서 최고의 리더는 가장 많이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먼저 앞치마를 두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