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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평택 알파탄약고, 70년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고덕신도시가 맞이한 전환점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고덕신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았던 주한미군 ‘알파탄약고’가 긴 세월의 족쇄를 풀고 있다. 

 

1950년대 중반부터 미 7공군사령부가 관리해 온 이 탄약 보관 시설은 부지 면적 약 14만㎡에 불과하지만, 이를 근거로 설정된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약 10배에 달하는 133만㎡다. 

 

신도시 개발의 최대 현안으로 남아 있던 알파탄약고는 2026년 3월 19일 이전을 최종 완료했고, 이달 국방부의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완화 조치에 포함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평택시와 LH 등에 따르면 알파탄약고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오산 일대 전투비행단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로, 소총·기관총용 탄약은 물론 전투기와 폭격기에 쓰이는 폭탄·미사일 등을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측에서는 ‘오산 니아모’로 불리기도 했다. 

 

 

1999년 주한미군 기지 통폐합을 위한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당초 2008년 반환 예정이었지만, 대체 시설 조성 지연과 한미 간 협의 난항 등으로 일정이 수차례 미뤄졌다. 

 

2006년 반환 대상 발표 때 2016년으로, 이후 다시 2019년으로 연기되던 계획은 2020년 한미 양국이 발표한 반환 대상 미군기지 목록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 상태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고덕신도시 조성 계획은 탄약고 이전을 전제로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채 개발이 진행되는 모순이 반복됐다. 

 

LH가 분양 과정에서 탄약고의 존재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입주민들의 불신이 커지기도 했다.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조성된 고덕신도시는 지구 중심부에 탄약고를 둔 채 아파트를 분양하고 주민이 입주하는 기이한 상황을 맞았다. 

 

2025년 기준 약 6만 7000명이 거주하는 신도시에서 탄약고 주변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도로·학교·공동주택 건설이 크게 제약받았다. 

 

전체 부지 중 10%에 해당하는 면적이 규제에 걸려 마지막 3-3단계 사업이 사실상 정체됐다. 

 

실제로 학교 부지 일부가 보호구역에 포함돼 개교가 지연되거나 교문 위치를 임시로 조정해야 했고, 민세중학교와 민세초등학교 등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주변 공동주택 1만 5000여 호 착공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부 초등학생들은 넓은 대로를 건너 먼 거리의 학교를 다녀야 했고, 도로 개통이 막혀 교통 체증이 일상화됐다. 

 

주민들은 “집 옆 300m에 폭탄 창고가 있다”는 불안과 함께 생활 인프라 부족을 호소해 왔다.

 

 

“도시가 절반만 완성된 느낌”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올 정도로 주민들의 불편은 장기화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민단체와 지역 인사들은 2005년 가을부터 ‘알파탄약고 공간문화재생’ 운동을 시작했다. 

 

알파문화예술공원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20년간 해외 미군기지 재생 사례(독일 프랑크푸르트·베를린, 일본 다치카와·요코하마, 중국 베이징 798 예술특구 등) 답사, 학술 토론회, 전시회, 정책 제안 등을 이어가며 공원화 방안을 꾸준히 제안해 왔다. 

 

당초 부지를 전면 철거하고 택지로 개발하려던 계획을 수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 일부 면적을 공원으로 보존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계기가 됐다. 

 

2025년에는 공원화 시민운동 2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려 그동안의 과정과 시민 의견, 학술 연구 성과를 정리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수연 추진위원회 대표는 “반환을 앞둔 알파탄약고 활용에 그간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환점은 2021년 이후 찾아왔다. 

 

평택시가 주한미군·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특별합동실무단을 구성해 협의를 본격화했고, 시장이 직접 미군 지휘부와 접촉하며 설득에 나섰다. 

 

2023년 한미 양해각서에 따라 인근 탄약고로의 임시 이전이 합의됐고, 시설 개선과 이전 작업이 진행돼 2026년 3월 19일 최종 완료됐다. 

 

정장선 당시 평택시장은 “알파탄약고 이전 완료는 고덕신도시가 평택의 중심이자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핵심 발판”이라며 군사보호구역 해제와 공여구역 반환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전 완료로 그동안 착공이 불가능했던 도로 등 기반시설 사업과 3-3단계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 열렸다. 

 

시민들은 “이제부터가 진짜 개발”이라며 행정력의 성과를 평가하면서도, 후속 절차의 속도를 강조했다.

 

 

결국 지난 21일 국방부가 전국 2916만㎡ 규모의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완화를 발표하면서 알파탄약고 일원 133만㎡가 포함됐다. 

 

평택시는 즉시 환영 입장을 내고, 해당 부지를 전시·공연·체험·교육 기능을 갖춘 ‘메모리얼 랜드마크형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탄약고 부지를 중심으로 함박산공원, 평택시청 신청사, 아트센터, 박물관, 중앙도서관 등을 연결하는 문화벨트의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최원용 평택시장은 “오랜 기간 지역 발전을 가로막아 온 규제가 해소된 만큼 공여구역 반환과 환경정화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평화·예술·문화 기능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열린 공간이자 세계적 수준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보호구역 해제가 곧바로 개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부지는 여전히 미군 공여구역으로 분류돼 한미 간 반환 절차가 선행돼야 하며, 이후 환경조사·정화 작업, LH의 토지 매입 등이 남아 있다. 

 

시민운동단체 등은 기존 건물을 최대한 보존해 역사적 의미를 살리는 방안을 지속 제안하고 있고, 일부 주민들은 개발 속도에 대한 기대와 함께 LH가 당초 계획한 앵커시설을 충실히 추진할지를 주시하고 있다. 

 

고덕신도시 공인중개사 A씨는 “탄약고 때문에 1·2단계가 갈라져 개발이 늦어졌는데, 이제 주거단지와 상권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민 B씨는 “아파트만 짓고 인프라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안전이 확보되고 도시개발이 탄력받겠지만 계획된 시설들이 빠르게 삭제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알파탄약고 이전과 보호구역 해제는 평택이 ‘절반의 도시’에서 완성형 국제신도시로 나아가는 전환점이다. 주민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속도를 높이면서도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70년 가까이 냉전의 그림자를 드리웠던 공간이 평화와 예술의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평택 시민과 고덕신도시의 다음 10년이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최화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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