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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땅 주인이 이제 그만 나가래요"…농지 전수조사에 떠는 여주·이천 임차농들

실경작자 보호 없는 조사에 현장 혼란
"농지 질서 확립과 경작권 보호 함께 가야"

 

“농사를 잘못 지은 것도 아닌데 하루아침에 땅을 비워달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 전수조사'를 앞두고 여주·이천지역 농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농지 불법 소유와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을 보호할 제도가 미흡해 성실한 농업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업인들은 무엇보다 농지시장 위축을 걱정한다. 8월 본격 조사를 앞두고 거래가 끊기고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는 고령농들도 농지를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천시 부발읍에서 1만9830㎡(6000여 평) 규모의 논농사를 짓는 양모(74)씨는 “농민들은 나이가 들면 요양원에 가거나 관절 수술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데 농지를 내놔도 매수자가 없다”고 말했다.

 

인근 벼농가 서모(55)씨도 “3.3㎡(1평)당 40만 원 하던 농지가 최근 25만 원 수준까지 떨어졌는데도 팔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특산물 생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주시 가남읍에서 9900㎡(3000평) 규모의 고구마 농사를 짓는 김모(66)씨는 “도시민 지주들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돌려달라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며 “고구마 재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주는 상당수 농가가 임차농지를 기반으로 영농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농과 귀농인의 경우 임대차 계약 의존도가 높다. 여주시 강천면에서 콩농사를 짓는 박모(47)씨는 “지주가 계약 종료를 통보해 그동안의 투자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처지”라며 “농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농촌에서는 일부 토지 소유주가 행정처분을 우려해 임차 계약을 해지하거나 직접 경작을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농민들은 전문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만큼, 실제 직접 경작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사면 참외 시설하우스 농가 김모(72)씨는 “지주가 농지를 회수하면 임차농은 시설하우스를 철거하고 떠날 수밖에 없다”며 “비슷한 처지의 농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농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계약이 종료되면 영농 기반 자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천면에서 백태·서리태를 재배하는 청년농 남모(39)씨는 “농업의 미래를 믿고 귀농했지만 농지 거래도 막히고 임대인도 농지를 거둬들이려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농업계는 농지 이용 질서를 바로 세우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실경작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천지역 한 농협 조합장은 “20여 년 전만 해도 농사지을 사람이 부족해 고령 농업인들이 농지를 맡기는 일이 흔했다”며 “조사 원칙만 앞세우기보다 그분들이 편안하게 농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지 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부실채권도 늘어 농협 경영과 지역경제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업인들은 장기 임차농에게 우선 임차권이나 매입 우선권을 부여하고 성실 경작자 보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경자유전'과 함께 '농지농용' 개념을 도입해 농지의 '소유'보다 '이용'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주시 대신면에서 2만3140㎡(7000평) 규모의 벼농사를 짓는 한모(62)씨는 “투기성 농지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땀 흘려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까지 농촌에서 밀려나서는 안 된다”며 “실경작자 중심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황의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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