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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시] 낯선 생명체를 매개로 묻는 책임,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11월 1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서 국제전 개최
극사실적 조각 속 비춰지는 우리의 모습 조명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 위한 관계 대해 질문 던져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존재를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낯선 생명체를 매개로 기술과 생명,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 돌봄의 의미를 탐색하는 국제전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이 수원시립미술관에서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호주 출신 피치니니의 국내 미술관 최초이자 최대 규모 개인전으로, 2002년부터 2025년까지 20여 년에 걸친 그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망한다. 조각을 비롯해 사진, 영상, 설치, 드로잉, 아카이브 자료 등 총 56점이 전시된다.

 

피치니니는 실리콘, 유리섬유, 머리카락 등을 활용한 극사실적 조각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그의 작품은 언뜻 기괴하고 낯설게 다가오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묘한 친밀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피치니니는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오래 들여다볼수록 결국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공감이 생겨나고, 그것이 바로 킨쉽의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인 ‘킨쉽’은 원래 친족이나 가족 관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의 킨쉽은 혈연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 이름 붙일 수 없는 존재들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와 유대, 돌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전시는 크게 △깨어나다 △조우하다 △유대하다 △흔적들 등의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비쳐진 존재’다. 연약하고 보호가 필요한 존재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작은 여아를 모티브로 제작됐으며, 관람객이 이후 등장할 상상의 생명체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피치니니는 “관람객이 직접 만질 수 있는 작품을 전시장 초입에 배치한 것은 이후 이어지는 작품들을 향한 촉각적 호기심과 연결감을 자연스럽게 확장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1부 ‘깨어나다’에서는 ‘독수리 알 인간’, ‘슈폼’, ‘서포터’ 등이 등장한다.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 놓인 존재들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인간이 만들어낼 미래의 생명체를 상상하게 한다.

 

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이 생명체들과 우리는 어떤 관계를 가져갈 것인가.”

 

2부 ‘조우하다’에서는 ‘의심하는 토마스’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낯선 생명체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다가가는 아이의 모습은 서로 다른 존재가 처음 마주하는 순간의 호기심과 경계를 담아낸다.

 

안쪽에 자리한 ‘연인’ 역시 처음에는 충격적인 인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작품 앞에 머무르며 찬찬히 바라보는 순간, 그 낯섦은 새로운 이해와 공감으로 이어진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인간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했을 때, 그 존재에 대한 책임과 사랑이 뒤따르지 않으면 비극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3부 ‘유대하다’에서는 낯선 생명과 인간이 서로의 곁에 머무르며 관계를 형성하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공존은 더 이상 관찰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기 위한 태도로 확장된다.

 

특히 ‘킨드레드’는 인간과 오랑우탄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인간 안에 존재하는 동물성과 비인간 존재에게서 발견되는 친밀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우리가 누구와 가족이 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피치니니의 예술 세계 속 가족은 익숙한 형태로 완성돼 있지 않다. 그의 ‘킨쉽’은 닮은 존재들 사이의 친밀함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 채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가깝다.

 

 

마지막 4부 ‘흔적들’에서는 그의 인터뷰 영상과 작업 자료, 드로잉 등이 공개된다. 관람객들은 작품 뒤에 자리한 작가의 고민과 사유의 과정을 따라가며 그의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목소리와 작업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생명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기술은 인간의 삶과 감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되묻게 된다.

 

기술이 만들어 낸 새로운 생명과 인간의 관계, 돌봄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이번 전시는 11월 1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이어진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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