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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총체적 난국 속, 과거에 갇힌 여당

  • 신율
  • 등록 2026.08.06 06:00:00
  • 15면

 

과거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1군단에서는 일부 GOP 근무자가 빈 탄창이 장착된 소총을 들고 경계 근무를 섰던 것으로 보도됐고, 같은 1군단의 GP와 GOP에 배치된 K6 중기관총도 삽탄하지 않은 채 경계 작전에 투입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선관위와 관련해서는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매일같이 새로운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경제 분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롤러 코스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도의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추는 반면 월세는 계속 오르고 있다. 앞으로 전세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월세 상승 폭 역시 가팔라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 정도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다.

 

이를 두고 과거 정권의 책임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지만, 현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게다가 선관위 사태를 제외하면 앞서 언급한 사안들은 모두 현 정권 출범 이후에 벌어진 일이므로, 그에 대한 책임 역시 현 정권이 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집권 여당은 당내 권력 투쟁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어느 정도 갈등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통상적인 갈등 수준’을 넘어섰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여기서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갈등 과정에서 빈번하게 소환된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특징적이다.

 

첫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 진영뿐 아니라 합리적 보수 진영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는 재임 당시 한미 FTA를 체결했고, 유엔 평화유지군이 아닌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일원으로 우리 군을 이라크에 파병했을 뿐 아니라, 당시 일부 진보 진영이 극심하게 반대했던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 기지 건설을 시작했다. 이 같은 정책적 결정은 보수 진영 출신 대통령조차 내리기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영 논리보다 국익을 중심에 둔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던 대표적 인물이라 할 만하다. 그런 그가 선명성 경쟁이 한창인 지금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치적 상징으로 소환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둘째, 일반적인 전당대회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주로 언급되기 마련이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현직 이재명 대통령 못지않게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빈번히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당대회가 현재보다 과거를 통해 정통성을 입증하려는 경쟁에 몰입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이렇듯 전당대회에서는 과거에 대한 언급이 넘쳐나지만, 정작 ‘총체적 난국’이라 부를 만한 현재 상황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국민이 국민의힘을 대안 세력으로 여기는 것도 아닌 듯하다. 한마디로 우리 국민은 의지할 곳 없이 자신을 둘러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민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란 쉽지 않다. 희망은 결코 사치가 아님에도, 지금의 정치가 국민이 희망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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