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며 한 분 한 분의 삶을 떠올립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윤정이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어르신들의 얼굴을 흉상으로 빚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인물을 재현하는 조형물이 아니라, 이름과 얼굴, 삶의 흔적을 역사 속에 남기는 기억의 작업이다.
윤 작가가 제작한 흉상은 오는 8일 광주 나눔의집에서 열리는 '2026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공개된다. 생존 피해자가 다섯 명만 남은 지금, 흉상은 직접 증언을 들을 수 없는 시대를 준비하는 또 하나의 역사 기록으로 의미를 더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오전 10시 광주 나눔의집에서 '2026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기억을 잇다-함께하는 연대, 세계를 넘어'다.
도가 주최하고 더아트플러스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경기도 홍보대사인 배우 박시은의 사회로 진행된다. 기념식과 영상 상영, 평화·인권·기억의 메시지 공모전 시상식, 피해 어르신 흉상 제막식, 기림문화제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 떠나는 증언자들…더 절실해진 '기억의 책임’
올해 3월 28일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한 분이 별세했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인적 사항과 장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5명만 남았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생존 피해자들은 서울·경기·대구·경북·경남에 각각 한 명씩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 90대 중후반의 고령이다.
생존 피해자가 한 분씩 우리 곁을 떠날 때마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삶을 어떻게 기록하고 계승할 것인가는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광주 나눔의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함께 생활하며 서로 의지해 온 삶의 공간이다. 현재는 피해자들이 남긴 증언과 유품, 생활의 흔적을 보존하며 추모와 기림, 역사교육의 공간으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 "숫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기억하기 위해"
이번 기념식의 주요 순서는 피해 어르신 흉상 제막식이다.
나눔의집은 돌아가신 피해 어르신들의 얼굴과 삶을 기억하기 위해 흉상을 제작해 한 분씩 모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조형물 설치가 아니라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름과 얼굴, 삶과 꿈이 있었다는 사실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기록이다.
이번 흉상 제작은 경기도 광주에서 활동하는 윤정이 작가가 맡았다.
윤 작가의 작품은 피해자들을 하나의 역사적 숫자나 집단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존엄을 지닌 한 사람으로 마주하도록 돕는다. 살아 있는 증언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지금, 피해자들의 얼굴을 남기는 작업은 역사적 기억을 다음 세대로 잇는 공익적 기록으로 평가된다.
◇ 기념식부터 문화제까지…평화와 인권의 가치 되새겨
행사는 3부로 진행된다.
1부 기념식에서는 '기억을 잇다' SNS 챌린지 영상과 국내외 일본군 '위안부' 기념관 및 역사 현장을 담은 '소녀의 눈으로 기억을 걷다' 영상이 상영된다. 기념사업 유공자에 대한 경기도지사 표창과 평화·인권·기억의 메시지 공모전 시상도 함께 열린다.
2부에서는 피해 어르신을 기리는 흉상 제막식이 진행된다.
3부 기림문화제에서는 어린이 퍼포먼스와 시·무용·음악 공연, 가수 김해나의 무대가 마련된다. 레진아트 키링, 나비 키링 만들기, 플랜트 드로잉, 페이스페인팅, 소녀상 포토존 등 시민 참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 8월 14일 '기림의 날', 기억은 계속된다
매년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위해 지정된 국가기념일이다.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 증언한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정부는 2017년 관련 법률을 개정해 8월 14일을 공식 국가기념일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했다.
도는 오프라인 기념식과 함께 '기억을 잇다' SNS 챌린지도 진행한다. 챌린지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지며 국내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우수 콘텐츠 40건을 선정해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할 예정이다.
생존 피해자가 모두 세상을 떠난 뒤에도 기억은 멈춰서는 안 된다. 광주 나눔의집에 세워지는 흉상은 한 사람의 얼굴을 넘어 역사를 기억하는 약속이자,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또 하나의 증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통 속에서도 우리가 겪은 일을 역사에 남겨 두어야 합니다."
고 김학순 할머니가 남긴 이 말처럼, 기억은 오늘도 사람의 얼굴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 경기신문 = 김삼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