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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의 날-기억을 잇다] ③ 기림사업의 지역 격차, 제대로 기억하고 있나

기림사업 지역별 격차…관련 조례 제정 절반에 못 미쳐
도내 평화의 소녀상 36개…28개 시군에 설치

 

매년 8월 14일이면 경기도 곳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는 행사가 열린다. 평화의 소녀상 앞에는 시민들이 모이고 피해자를 추모하며 아픈 역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기림의 날이 지나간 뒤에도 그 기억은 지역사회에 남아 있을까.

 

경기도 31개 시군을 들여다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역사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한 기반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평화의 소녀상 등 상징적 공간은 대부분 지역으로 확산됐지만 이를 기록과 교육, 지속적인 기념사업으로 연결할 제도적 기반은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피해 생존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거주지역에 따라 역사를 접하고 기억할 기회까지 달라지는 ‘기억의 지역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월 14일엔 함께 기억하지만…기림 이후는 ‘제각각’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지정된 국가기념일이다.

 

2017년 12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민간 차원에서 이어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올해에도 경기도와 일선 시군은 기림의 날을 전후해 기념식과 시민참여 행사를 진행했다.

 

2016년부터 매년 관련 예산을 편성해 온 경기도는 올해 ‘평화·인권·기억의 메시지 공모전’과 ‘기억을 잇다 SNS 챌린지’ 등을 진행했다. 수원·시흥·화성시 등에서도 지역별 행사를 마련해 시민들과 피해자를 추모했다.

 

행사 형태와 규모는 달랐지만 기림의 날을 계기로 역사를 알리려는 움직임은 도내 곳곳에서 이어졌다.

 

문제는 ‘8월 14일 이후’다.

 

기념일을 중심으로 한 행사가 일회성 추모에 머문다면 피해자의 삶과 증언을 지역의 역사로 축적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부 지역에는 별도의 기념공간이나 지속적인 사업이 충분하지 않아 주민들이 일상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역사를 접할 기회도 제한적이다.

 

결국 하루 동안의 ‘기념’과 1년 내내 이어져야 할 ‘기억’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소녀상 28개 시군까지 확산…조례는 15곳뿐

 

이 같은 차이는 기념 공간과 제도적 기반을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에는 모두 36개의 평화의 소녀상이 31개 시군 가운데 28곳에 설치돼 있다. 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한 상징적 공간이 경기도 대부분 지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하지만 소녀상을 세우는 것만으로 기억이 저절로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어떤 삶을 살았고 무엇을 증언했는지 기록하고, 남겨진 자료를 보존해 시민과 학생이 접할 수 있도록 전시·교육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기념공간 역시 시민 참여와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돼야 비로소 살아 있는 기억으로 기능할 수 있다.

 

반면 이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제도화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법제처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 관련 조례가 마련돼 있지만, 도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한 시군은 수원·고양·남양주·평택·안양·파주·김포·하남·군포·오산·이천·안성·의왕·양평·여주 등 15곳이다.

 

31개 시군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소녀상이 28개 시군까지 확산된 것과 비교하면 ‘기억의 상징’을 세우는 움직임이 이를 지속적인 사업으로 연결하는 제도화보다 앞서 있는 셈이다.

 

물론 조례가 없다고 기념사업이 없는 것은 아니며 조례 제정만으로 지속적인 기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기념사업의 목적과 지원 근거를 명문화한다는 점에서 조례는 예산과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하나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지방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달라지더라도 사업을 지속할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한 지방의회 관계자는 “향후 관련 조례 개정 등을 통해 필요한 사항을 반영하고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우는 기억’에서 ‘배우는 기억’으로

 

앞으로의 과제는 기념물을 얼마나 많이 세우느냐를 넘어 그곳에 담긴 역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있다.

 

특히 피해 생존자가 감소할수록 기록물과 영상증언, 전시와 학교 역사교육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생존자의 육성을 직접 듣던 시대에서 남겨진 기록을 통해 목소리를 만나는 ‘포스트 생존자 시대’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남은 피해자의 삶과 증언을 발굴·보존하고 시민이 관련 기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소녀상과 기념공간을 학교 역사교육과 연결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박정애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기억의 방식과 실천은 달라질 수 있다”며 “무엇을 기억할 것인지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림의 날이 행사 위주로 진행되면서 8월에만 반짝 관심을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피해 생존자를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접할 방법은 충분하다. 지자체가 지역의 기억을 이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그 빈자리를 기록하고 교육할 책임은 남아 있는 사회로 옮겨간다.

 

사는 곳에 따라 기억할 기회까지 달라져서는 안 된다.

 

8월 14일 하루 소녀상 앞에서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넘어 경기도 31개 시군 어디에서든 피해자의 기록을 접하고, 학교에서 배우며, 지역의 역사로 기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 생존자의 증언 이후에도 기억을 이어가기 위해 경기도와 시군에 남겨진 과제다.

 

[ 경기신문 = 장진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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