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직접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에 개인의 기억을 사회의 기록으로 전환해 영구적으로 보존할 공공 관리체계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피해자의 증언과 흔적을 남기기 위한 민간·공공 영역의 아카이빙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력과 재정 등의 한계로 기록을 장기 보존하고 교육·연구로 연결하는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안정적인 보존 기반을 마련하되, 민간과 지역 기록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 흩어진 증언과 기록…국가가 ‘영구 관리’ 기반 만들어야
그동안 정의기억연대와 나눔의집 등 민간은 자체 아카이브와 역사관을 통해 피해자들의 유품과 구술·영상자료 등을 보존해 왔다.
공공 영역에서도 ‘아카이브814’ 등을 통해 국내외 자료를 수집하고 피해자 증언을 자막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개별 기관이나 단체의 역량에만 의존해서는 기록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사회가 축적한 기록에 국가의 예산·인력·기술 지원을 결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림의 날 당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설립을 약속한 ‘여성인권평화재단’ 역시 이러한 공공 관리의 연장선에 있다.
박정애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남겨진 기록을 찾아 듣고 기억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을 중앙정부가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 하나로 모으기보다 ‘연결’…경기도 역할도 과제
국가가 모든 기록을 물리적으로 한곳에 모으는 방식보다는 개별 아카이브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자료를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고나경 정의기억연대 기록관리팀장은 “기록을 한 번에 탐색할 지식그래프 환경을 구축하되, 국가 주도 통합으로 ‘대항기억’의 가치가 소거되지 않도록 아카이브별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장미현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아카이브 팀장은 “지역의 소녀상과 생존자 기록이 전수되려면 지자체의 행정·예산 지원이 필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자체 인프라인 ‘경기도 메모리’를 활용할 여력이 충분하다”며 “도가 추진한 기지촌 여성인권 아카이브와 ‘위안부’ 아카이브를 연계·통합 운영한다면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 보존 넘어 교육으로…AI 시대 ‘기억의 윤리’
기록을 단순한 ‘보관’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교실과 지역사회에서 활용하는 것도 과제다.
피해자 영상증언을 학교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지역의 소녀상과 기념공간, 기록 등을 역사교육과 연계한다면 생존 피해자를 직접 만날 수 없는 세대도 증언을 이어받을 수 있다.
AI를 이용한 증언 복원 등 새로운 기술에는 윤리적 기준도 요구된다. 피해자의 얼굴과 음성을 재현할 경우 원본과 재구성된 내용을 명확히 구분하고 피해자의 존엄과 역사적 사실을 보호할 기준이 필요하다.
조광명 시사평론가는 “단순 플랫폼 구축을 넘어 아카이브를 도구 삼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왜곡과 혐오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나 접근 가능한 만큼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윤리가 중요하다”며 “청소년들이 직접 논의 주체로 참여해 윤리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개인의 증언에서 사회의 책임으로
피해자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 기억의 지속성을 피해자나 민간의 노력에만 맡겨둘 수 없다.
국가는 기록을 장기 보존할 기반을 마련하고 지자체는 지역의 자료를 발굴·연계해 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를 지속할 법과 조례, 안정적인 예산도 뒤따라야 한다.
증언이 끝난다고 기억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으로 역사를 증명했던 시대에서, 이제는 국가와 지역사회가 기록과 교육, 제도를 통해 그 기억을 책임지는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 경기신문 = 나규항·장진우 기자·김해일 수습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