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5 (월)

  • 맑음동두천 14.9℃
  • 맑음강릉 18.3℃
  • 맑음서울 16.3℃
  • 맑음대전 16.3℃
  • 맑음대구 19.8℃
  • 맑음울산 18.9℃
  • 맑음광주 17.3℃
  • 맑음부산 20.8℃
  • 맑음고창 16.5℃
  • 구름많음제주 20.2℃
  • 맑음강화 15.8℃
  • 맑음보은 15.5℃
  • 맑음금산 16.5℃
  • 맑음강진군 18.1℃
  • 맑음경주시 17.5℃
  • 맑음거제 19.3℃
기상청 제공

[이 사람] 이혜련 여주시소년소녀합창단장..."일단 시작이 경험을 부르거든요"

경력단절 딛고 다시 잡은 지휘봉…40대 대학원 진학·박사과정까지
“삶의 경험은 사라지지 않아…언젠가 새로운 기회 만들어 줘”

 

"완벽하게 시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최근 여주시 천송동 여주여성회관에서 만난 이혜련 여주시소년소녀합창단장의 첫마디는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함축하고 있었다. 포기해야 했던 유학, 세 아이 엄마로서의 경력단절, 생계를 위한 구직활동까지. 당시에는 서로 무관해 보였던 경험들이 하나씩 연결돼 지금의 지휘자 이혜련을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성장시킨 힘으로 ‘경험’을 꼽았다. 힘겨운 삶 속에서 마주한 크고 작은 경험들이 당시에는 서툴고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새로운 길을 열어준 소중한 기회였다는 것이다. 현재 여주시소년소녀합창단과 세종여성합창단, 안산 꿈의교회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으며 소프라노 성악가와 음악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합창지휘학 박사과정도 밟고 있다.

 

◇ 고난 속 선택한 성악…‘꾸준함이 저력’

 

이 단장은 성남의 비탈진 달동네에서 자랐다. 집안 사정으로 자주 이사해야 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성악을 전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노래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려운 형편을 이해한 선생님의 도움으로 레슨을 받을 수 있었고, 마침내 중앙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는 오랫동안 전문교육을 받아온 동료들과 경쟁하기 위해 연습에 매진했다.

 

꾸준한 연습 끝에 졸업 당시 실기 수석을 차지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타고난 조건이나 재능보다 꾸준히 노력하는 힘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경력단절 후 경험이 ‘지휘자’의 자산으로

 

졸업 후 유학을 꿈꿨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해야 했다. 결혼 후 세 아이를 키우면서 음악 활동도 6년여간 중단됐다. 엄마로서는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음악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었다.

 

가정 형편까지 어려워지면서 다시 경제활동에 나섰다. 피아노학원 파트타임 강사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돌봄교실 교사, 방과후학교 강사, 도서관 사서도우미, 시니어 뮤지컬 강사, 장애 아동과 학부모 합창 지도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훗날 그의 역량이 됐다. 여러 세대와 소통하고 가르치며 쌓은 경험이 지휘자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세종여성합창단과 교회 성가대의 지휘를 제안받으면서 처음 지휘봉을 잡았다. 혼자 노래하는 성악과 달리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가는 합창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다양한 연령층을 가르친 경험 역시 단원들을 이해하고 이끄는 데 도움이 됐다.

 

 

◇ ‘진짜 성장’의 의미…“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

 

그는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40대에 대학원에 진학해 세 아이의 육아와 학업을 병행했다. 주변에서는 늦은 도전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 단장은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5년 뒤에도 같은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돌이켜보면 실패와 단절, 생계를 위해 뛰어든 여러 일이 오히려 그를 성장시켰다. 모든 상황에서 배우겠다는 자세로 경험을 하나씩 자신의 자산으로 쌓았다. 성악은 음악적 토대가 됐고, 육아와 여러 교육현장에서의 경험은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 됐다. 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는 전문성을 넓혔다. 서로 떨어져 있던 경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길로 연결된 셈이다.

 

그는 “결국 경험이 많은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도 커지는 것 같아요”라며 “경험은 개인의 성장은 물론 다양한 직업적 기회로도 이어지거든요”라고 활짝 웃었다.

 

◇ 한 걸음이 새로운 성장의 토대…“오늘 한 걸음 내디뎌 보세요”

 

인터뷰는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이들을 향한 조언으로 이어졌다. 집안 형편이나 실력, 외모 등 자신을 둘러싼 외부 조건에 얽매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특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혜련 단장이 말하는 ‘성장을 만드는 경험’은 거창하지 않았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을 내딛고, 그 경험을 다음 기회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의 삶이 보여준 메시지는 분명했다.

 

“완벽해서 시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시작했기 때문에 성장하는 것입니다. 늦은 시작보다 더 아쉬운 것은 시작하지 않는 것입니다.”

 

[ 경기신문 = 황의성 기자 ]

기자정보

황의성

이천 여주 담당기자

프로필 사진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