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5 (화)

  • 맑음동두천 18.2℃
  • 맑음강릉 21.0℃
  • 맑음서울 21.2℃
  • 맑음대전 20.2℃
  • 맑음대구 23.7℃
  • 맑음울산 21.7℃
  • 구름많음광주 22.1℃
  • 구름많음부산 23.9℃
  • 구름많음고창 19.2℃
  • 맑음제주 23.9℃
  • 맑음강화 19.8℃
  • 맑음보은 17.2℃
  • 맑음금산 19.0℃
  • 맑음강진군 21.9℃
  • 맑음경주시 20.1℃
  • 맑음거제 23.5℃
기상청 제공

[데스크칼럼] ‘반도체 머니’의 두 얼굴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뜨겁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이 대폭 늘면서 이른바 ‘반도체 머니’가 소비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드리운 경제 계층 간 양극화 현상이 걱정이다. 첨단 산업이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이 그 결실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은 반길 일이다. 문제는 그 온기가 사회 전체로 골고루 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종사자 거주 비중이 높은 지역은 성과급 지급 이후 소비가 다른 지역보다 최대 4%가량 높았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 주요 사업장이 위치한 화성 동탄 등에서는 백화점 명품과 보석 등 고가품 소비가 늘고, 주택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개별 기업의 실적을 넘어 특정 지역의 경제 지형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5억 원의 주택 구입자금을 연 1.5% 금리로 지원한다. 매매가격 25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8%대까지 오른 상황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물론 기업의 복지 제도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가계대출을 옥죄는 상황에서 대규모 저금리 자금이 동탄과 수원 등 특정 지역 부동산으로 유입될 경우 집값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 복지가 정부 부동산 정책의 사각지대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 역시 반도체 호황에 따른 물가 영향을 경고한다.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으로 기업과 가계의 구매력이 커지고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면 근원물가에 0.05~0.2%포인트의 추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가 수출과 성장을 견인하는 효자이면서 물가에는 부담을 주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반대편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40% 가구의 식비는 지난해보다 6.9%, 하위 20% 가구는 6.1% 늘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는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쌀과 달걀 등 생활에 꼭 필요한 먹거리 가격이 오르면서 저소득층일수록 더 큰 생계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이다.

 

빚으로 버티는 서민도 늘었다. 올해 상반기 채무조정 확정자는 9만 7199명으로 지난해 전체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2022년 12만 1095명이던 채무조정자는 지난해 18만 9062명으로 3년 만에 56.1%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2분기 이자 비용도 36.1%나 늘었다.

 

한쪽에서는 성과급으로 명품을 사고 저금리로 집을 살 때, 다른 한쪽에서는 밥값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빚을 조정받고 있는 게 지금 우리 경제의 두 얼굴이다.

 

반도체 기업과 종사자들이 노력의 대가를 받는 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런 고부가가치 일자리와 성과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일부 기업과 지역에 집중되는 반면 물가와 집값 상승에 따른 부담은 더 넓게 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만 잘나가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박수만 칠 것이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와 생활물가,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한쪽의 성과급 잔치가 다른 쪽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돌아온다면 사회적 위화감만 커질 수 있다.

 

반도체의 온기가 경제 구석구석, 서민의 삶까지 닿게 하는 것. 지금 정부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