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한 힐링축제를 다녀왔다. 초청 가수 노래를 듣던 중 최근 감사원 감사에 문제가 된 지역축제가 생각났다. 특산물을 알리고 관광객을 불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취지는 분명 반길 일이다. 주민 소득을 늘리고 지역 역사와 문화를 알린단 점에서도 축제 가치는 작지 않다. 다만 화려한 무대 뒤 불투명한 계약과 부정적 회계 부실이 반복되고 또 일부 세력이 이권을 취하는 복마전이라면 다르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은 축제 사업비 중복 집행으로 회계 논란을 낳은 여주시에 재정산과 보조금 환수란 조치를 내렸다. 주민지원기금으로 지원된 1억 1000만 원 예산 중 2755만 원이 동일 행사에 중복계약과 추가계약으로 처리됐다는 판단에서다. 축제추진위원회가 집행한 행사대행용역비 8255만 원 중 각각 1155만 원과 1600만 원이다. 추진위는 추가 연예인 섭외 비용이라고 주장했지만 객관적 증빙자료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런 데도 여주시는 태평한 것 같다. 추진위가 이 사업을 총괄했다 하더라도 예산과 보조금의 교부·정산은 물론이고 지도 감독 책임이 있는데도 말이다. 한 주민에 따르면 억대 행사가 시 담당부서와 심의위원회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축제 사업비 산정과 중복계약 가능성, 증빙자료가 일치하지 않았을 텐데도 ‘적정 집행’으로 판단했다. 제출된 행사실적보고서와 계산서만 대조해보면 금방 오류를 찾을 수 있는 일이다.
추진위의 자질 부족도 문제다. 행사를 맡은 관계자는 기본적인 행사업무와 회계 처리 능력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행사계약과 회계, 보조금 규정을 좀 아는 사람이 없다. 현장에서 계약서가 중복되거나 업체선정 기준이 불분명한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업무 미숙 탓만 하기엔 주민 세금과 공공기금이 걸린 만큼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주민의 해명 요구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추진위는 주민들 요구에 “그동안 이렇게 해왔다”며 “행사만 잘 끝나면 된다”는 식으로 일축했다. 현금 수억 원이 법인계좌로 입금돼 사업체를 선정하고 자금을 집행하는데 견제 장치는 없었다. 위원 선출 때마다 금품이 오가며 자리다툼이 끊이지 않는단 주민 얘기가 딱하다. 명예로운 행사보다 예산과 계약 자리에만 목숨 건단 의혹을 떨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지역사회의 폐쇄적인 관계망이다. 이 지역은 정치인과 주민대표, 기업체가 선후배나 형·동생으로 얽히고 선거 때마다 서로 돕는 구조로 보였다. 회계 잘못이 발견됐는 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다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눈감았다. 명시적인 청탁이나 금품수수만 부패가 아니다. 관계를 고려해 계약을 묵인하고 감독을 포기하는 행위도 공익 훼손이란 점에서 덜하지 않다.
감사원 감사에 지적됐는데도 처리는 하세월이다. 여주시는 감사보고서에 따른 재정산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한 주민에게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특정 업체와의 이해충돌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고 외부 검증 절차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인 일이라면 금세 파산했단 소리가 분분하다. 여주시는 이행을 뭉개다 최근에서야 뒤늦은 조사로 바쁜 모양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축제는 지역민을 위한 잔치여야 한다. 일부 관계자의 자리와 잇속 챙기기 위한 방패가 돼서는 곤란하다. 복마전 속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은 축제의 본래 의미를 돌아보고 살피는 것은 물론 축제 주인인 다수 주민에게 돌려줄 때 빛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