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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외국인 연금’ 보도, 혐오 조장은 안 된다

 

“한국서 한 달 일한 중국인, 평생 연금 받는다?”…외국인 연금 재테크 논란”(TV조선), “韓서 한 달 일한 중국인이 국민연금 평생 받는다고?”…외국인 ‘추납 꼼수’ 논란”(서울신문). 지난 8월 21일 외국인의 국민연금 추후납부(추납)를 다룬 일부 언론의 제목이다. 국민연금 제도의 허점을 따져보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특정 국적의 외국인을 부각해 혐오와 배제를 자극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보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국인’이라는 국적이다. 실제 외국인 추납 신청에서 중국 국적자의 비중이 67.6%로 가장 높은 것은 사실이다. 중국인에 이어 미국인 13%, 캐나다인 8.4%, 일본인 5% 등이 뒤를 잇는다. 한국 체류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의 비율은 약 35.2%, 미국인 6.5%, 일본인 2.1%, 캐나다인은 1.1%다. 캐나다인을 제외한 상위 국가들의 추납 비율은 체류 외국인 비율의 두 배 정도다. 그렇다면 국내 체류 중국인에게만 초점을 맞출 문제가 아니다. 한국 체류 비중 1.1%에 불과한 캐나다인의 추납 비율이 8.4%라는 사실도 취재해 기사에 담았어야 했다.

 

아울러 한국 체류 외국인 비율이 높은 베트남(12.1%)이나 태국(6.1%) 같은 나라 국적 외국인의 추납 비중은 얼마인지, 왜 상대적으로 낮거나 높은지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특정 국가를 집중 조명하려면 다른 국가와 비교해 그 차이가 실제로 의미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이번 논란에서 놓쳐서는 안 될 사실이 또 있다. 정부 전수조사 결과 ‘1개월 가입 후 119개월 추납’ 사례는 3명이고, 실제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1명에 그쳤다. ‘외국인이 한 달만 일하고 평생 연금을 타간다’는 자극적인 인상을 준 것과 실제 규모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제도의 허점은 고쳐야 한다.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추납 자격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가 간 사회보장제도가 상호주의에 따라 운영되는 만큼 우리 국민이 상대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도 따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외국인이 우리의 연금을 빼앗아 간다’는 식의 국수주의적 프레임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꼼수’, ‘타먹는다’, ‘평생 연금’, ‘중국 노인’ 같은 표현은 독자의 분노를 먼저 자극한다. 복잡한 사회보장제도를 설명하기보다 국적과 감정을 앞세우는 순간 언론은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갈등의 증폭자가 된다. 제도의 허점을 비판하는 것과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우리도 다른 나라에서 차별의 당사자였다. 1980년대 재일동포들은 일본의 외국인등록법에 따른 지문 날인을 강요받았다. 우리는 일본에 차별 철폐를 요구했다. 일본 사회에서도 외국인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본다는 비판이 커졌고, 결국 지문 날인 제도는 폐지됐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수갑까지 찬 채 구금됐다. 한국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 발표 직후 벌어진 일이어서 우리 국민의 분노는 더했다. 외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는 차별이라며 분노하면서, 국내의 외국인을 다룰 때는 국적부터 들이대는 태도는 과연 정당한가.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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