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과 예술. 언뜻 들으면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평행선처럼 보인다. 생산 효율과 첨단 기술을 추구하는 냉정한 산업 현장과, 인간의 감수성과 창작 열정을 다루는 시각예술은 어울리기 힘든 조합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수명이 다해 쓸모없어진 재료로 무엇을 새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예술가들의 집요한 질문이 던져지는 순간, 메마른 산업지대는 유쾌하고 역동적인 예술적 영감의 터전으로 탈바꿈한다.
수원산업단지 한가운데 자리한 문화공간 ‘고색뉴지엄’에서 산업과 예술의 이색적인 만남을 다룬 기획전 ‘고색찬란-산업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개최하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는 10월 11일까지 고색뉴지엄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고색뉴지엄과 수원산업단지가 손을 잡고 처음으로 시도하는 뜻깊은 상생 협업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를 위해 수원산업단지 내 5개 입주 기업과 10명의 시각예술 작가가 뜻을 모았다. 참여 작가들은 지난 7월과 8월, 찌는 듯한 폭염 속에서도 참여 기업의 생산 현장을 발로 뛰며 치열한 노동의 숨결을 관찰했다. 이들은 낯선 공정과 산업 재료를 탐색하고, 수명을 다해 버려지는 산업 폐기물과 부산물들을 수집했다.
정직한 생산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건져 올린 거친 재료들은 작가들의 손길을 거쳐 강렬한 생명력을 지닌 예술 작품 50여 점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장르 역시 회화, 설치, 사진, 직물공예, 디지털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첫 번째 섹션 ‘현장 속으로’는 거칠고 차갑게만 느껴지던 공장 지대를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온기 어린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두 번째 섹션 ‘쓰임을 넘어’에서는 본래의 기능을 다하고 버려질 운명이었던 부산물들이 예술적 가치를 입고 변신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주형 작가의 ‘BLUE DRESS’는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업 현장에서 쓰이다 버려진 폐방진복을 화려한 드레스로 재구성한 이 작가는 “사람의 인식에 따라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중점을 뒀다”며 “순수하게 기능만을 위해 만들어진 방진복이 오직 아름다움만을 위한 옷으로 재탄생했을 때의 반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세 번째 섹션 ‘낯설지만 흥미로운’에서는 예술가와 산업 현장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해가는 치열했던 제작 과정의 기록을 담아냈다. 김지연 작가는 대표적인 산업 폐자재인 인쇄회로기판(PCB)과 크리스탈, 그리고 생명력이 있는 식물을 대비시킨 작품 ‘조화’를 선보였다.
김 작가는 “PCB판이 과연 썩을까, 어떻게 시간의 흐름을 견딜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했다”며, 차가운 폐자재와 살아있는 식물의 대비를 통해 물질이 지닌 새로운 가능성과 시공간의 흔적을 표현해냈다.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창작의 주체로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일상에서 손에 익은 소중한 작업 도구를 직접 그려낸 ‘나의 작업 도구’ 코너는 삶의 터전에 대한 근로자들의 소박한 애정과 진정성을 담아내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여기에 실제 공장에서 쓰이던 PCB를 작품 설명판과 사진 액자 틀로 활용하는 등 전시장 공간 연출 전반에 산업 소재를 세심하게 녹여낸 센스도 돋보인다.
전시 기간 중에는 작가와 관람객이 직접 만나 소통하는 ‘작가와의 대화’는 물론, 산업 재료를 활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시민 참여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돼 풍성함을 더한다.
이창세 고색뉴지엄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산업단지가 단순한 물품 생산 공간을 넘어 작가와 시민, 근로자가 함께 지역 문화를 일구는 거점 공간으로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전했으며, 정인 수원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역시 “산업 현장의 재료와 근로자의 일상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새로이 조명한 의미 있는 시도”라며 지속적인 협력 의지를 밝혔다.
산업과 예술이 빚어내는 특유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다음 달 11일까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정진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