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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버닝: 타오르는 삶’ 조은주 작가가 전하는 급식조리사의 삶과 노동

타오르는 조리실, 차려진 밥상 뒤에 숨겨진 그들의 세계

 

밥은 누구나 매일 먹고 삶의 큰 즐거움으로 여기지만, 그 한 끼를 만들기 위해 불과 연기 앞에서 분투하는 이들을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학교나 직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따뜻한 밥상은 마치 당연히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2024년 경기아트센터 제4회 창작희곡공모’ 대상 수상작이자 지난 18~20일 공연을 마친 연극 ‘버닝: 타오르는 삶’은 바로 이 당연함 뒤에 숨겨진 고단한 노동과 사람에 주목한다. 작품을 집필한 조은주 작가는 어느 날 급식조리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다룬 기사 한 편을 접하고 펜을 들었다.

 

최진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이 “엄마의 마음으로 준비해 당연하게 여겨졌던 노동이, 누군가 다치고 쓰러져야 비로소 사회의 관심을 받았다”고 회고했듯, 작가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유지되는 노동 현장에 최소한의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자 했다.

 

작가는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관심을 한 번쯤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목소리를 내고자 해당 작품을 집필해냈다. 조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경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극 ‘버닝: 타오르는 삶’에서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급식조리사와 영양사와의 갈등, 업무 현장에서 쓰러져 그대로 사망하는 사례, 폐암 진단을 받았으나 산재 처리가 되지 않은 동료 조리사 등의 이야기가 차례로 전개된다.

 

조 작가는 매일 적게는 600명에서 많게는 1000명 분의 식사를 만들어내는 일에 어떻게 투신하게 됐는지 풀어나가고자 한다. 급식조리사들은 가정 내에서도 며느리이자 엄마로의 역할을 하는 평범한 주부가 대부분이다. 그는 “단순히 직업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한 사람의 세계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는 소소한 웃음을 끌어내는 요소도 풍부하다. 그 가운데 전처리, 조리, 청소 시 모두 다른 색상의 앞치마를 사용하는 상황은 보는 이를 허탈하게 웃게 만든다. 작가는 “매 작업 시 앞치마를 갈아입는 것은 법으로 정해진 일”이라며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런 과정들이 일 하나를 더 하는 셈이 되기도 한다”고 짚어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정치적, 행정적 규정이 있어 실제 작업 수행과의 간극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 무대 위에 올려진 현실의 비극과 유쾌한 풍자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자들은 학생과 교직원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는 필수 인력이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불안정에 시달린다. 칼과 불에 노출된 상시적 위험, 조리실의 압도적인 더위로 인한 열사병, 그리고 유독한 조리 연기를 마셔 발생하는 폐암까지. 온갖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이들이 산업재해(산재)를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또 극 중간중간 등장하는 ‘기자’ 캐릭터는 심각한 와중에도 엉뚱한 리포팅을 이어가며 극의 분위기를 전환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자의 멘트가 모두 실제 언론 기사에서 발췌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조 작가는 “극이 평화롭고 나긋하게 흐르는 것처럼 보여도, 현실은 여전히 춥고 황량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인물이 지금의 존재와 본질을 지니게 된 서사에 주목했다. 단순히 인물의 직업적 단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세계가 오는 것"이라는 시선으로 인물의 삶 전체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작가가 주목한 곳은 비정규직 조리사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이다. 현장의 디테일을 세밀하게 포착해 그들의 세계 자체를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 화려한 연극적 픽션이 아닌,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매일 일어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 단순한 직업을 넘어 ‘한 사람의 세계’를 다루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이 끝내 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를 ‘일에 대한 사랑’으로 정의한다. 단지 생계를 위한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음식을 통해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마음이 그들을 버티게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랑이 스스로를 불태워 소진시키는 ‘소모’가 아니라, 누군가와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기를 바랐다. 다만 “자신의 삶을 온전히 갉아먹기만 한다면 멈추는 것이 맞다”는 경계의 말도 잊지 않는다.

 

다음 작품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인터넷 기사든, 블로그 게시물이든, SNS 릴스든, 누가 달랑 한 줄 달아놓은 댓글이든 상관없다”고 답했다. 다른 때 같으면 심상히 넘길 일도 어느 때는 굳이 제 시야를 비집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연극 ‘버닝: 타오르는 삶’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 너머, 불길 속에서 타오르며 일상을 지켜내는 수많은 조리사들의 존엄과 가치를 일깨운다. 오늘 하루, 내 앞에 차려진 식사를 바라보며 그 따뜻함 뒤에 숨겨진 타인의 노고를 한 번쯤 깊이 떠올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 경기신문 = 정진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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