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전인 1970년 12월 7일 아침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아우슈비츠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전세계를 놀라게 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폴란드를 방문한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가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희생자 위령탑을 찾았는데, 헌화하던 도중 비에 젖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브란트가 나치 독일의 잘못을 사죄한 것이다. 세계 언론들은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며 브란트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지리와 환경의 관점에서 분석한 ‘총·균·쇠’의 저자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해 “일본은 피해 국가 폴란드를 방문해 무릎 꿇고 사죄한 독일 빌리 브란트 전 총리에게 배워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브란트의 통렬한 사과는 세계사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 5·18묘역을 방문해 무릎 꿇었다.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면서 당 책임자로서 사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정당 대표가
1997년 개봉된 ‘에어포스 원’은 할리우드 스타 해리슨 포드(미국 대통령 역)가 주연을 맡아 공중납치된 대통령 전용기안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테러범들과 사투를 벌인 끝에 자신을 포함한 가족, 미국을 구하는 영화다. 그런데 중간 부분에 들어가면 지상에서는 미국 각료들이, 대통령이 공중 납치돼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통령 직무대행 절차를 밟는다. 그래서 미국 수정헌법(25조)에 따라 대통령 다음 순위인 부통령에게 ‘직무수행불능선언서’(Presidential Incapacity Declaration)가 전달되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선언서에 서명을 요구받고 고심하는 여성 부통령(분 글렌 클로즈)이 등장한다. 영화 속이긴 하지만 여성 대통령이 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대통령 선거(11월3일)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전 부통령 1942년생)가 공화당의 현직 트럼프 대통령(1946년생)에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이어지며 세계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 바이든이 최근 자신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주)을 선택했다. 바이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
올 여름은 지구온난화 탓인지 오랫동안 많은 비로 피해가 속출하고, 소멸됐지만 태풍 장미까지 영향을 미치며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앞으로도 예상되는 태풍은 보통 위도 5도 이상의 열대 해상에서 더운 공기와 찬공기가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태풍이 따뜻한 해역을 지나면 대량의 수증기를 빨아들여 위력이 어른처럼 성장하게 돼 많은 피해를 주게된다. 반대로 차가운 바닷물이나 수증기를 흡수할 수 없는 육지에 오르면 힘을 잃는다. 처음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씨앗이 추가로 에너지를 공급받느냐 여부에 따라 태풍의 일생이 결정되는 것이다. 민심도 태풍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백성의 삶이 좋아지고 평안하면 중국 요순시대 한 노인의 행복한 독백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고, 밭 갈아 먹고 우물 파서 마시니, 임금의 힘이 나한테 무슨 소용인가(日出而作 日入而息, 耕田而食 鑿井而飮, 帝力何有于我哉)”처럼 밖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어 사회적 갈등이 노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의 생활이 여의치 않아지면 갈등의 씨앗이 똬리를 틀게 되고 어떤 계기를 만나면 민심이 사납게 분출한다. 이명박 정부 1년차인 2008년 미국산 소고기광우병 사태가 지금도 생생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설 50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극초음속 무기는 음속(마하) 5이상의 속도를 가진 것으로 현재의 방어 시스템으로는 요격이 어려워 차세대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린다. 미군의 대표적인 순항(크루즈)미사일인 토마호크는 마하1 이하라 요격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경우는 마하 20 이상의 속도를 갖고 있지만 비행궤적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어 방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극초음속 무기는 지구반대편이라도 1시간 안팎에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빠른데다 고도와 방향이 불규칙해 요격이 그만큼 어렵다. 서로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파괴하는 대규모 핵전쟁이 아닌 한 미래의 전쟁은 속도와 정밀도를 가진 극초음속 무기에 의해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 게 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래서 러시아, 중국을 선두로 미국, 일본 등 강국들이 극초음속 무기 개발과 실전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이들 국가들은 극초음속 무기를 정찰 감시하는 위성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나아가 중국은 베이더우(北斗) 위성군을 운영해 이런 위성이나 센서들을 교란하고
청와대가 지난 주말 “비서관급 이상 다주택 보유자에게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강력히 권고한 결과, 1주택을 제외 하고 나머지 주택을 모두 처분했거나 처분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거듭된 집값 대책에도 백약이 무효이자 대통령과 여당이 나섰고,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처분 조치를 내린 뒤 나온 청와대의 경과 보고다. 공직 사회 일각에서는 ‘부동산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자 정부가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선시대 명재상이자 청백리(淸白吏)로 알려졌던 황희 정승이 있다. 그가 오랜 공직에서 물러날 때 사관들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장인에게서 노비를 물려 받은 것이 단지 3명뿐이었고,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것도 많지 않았는데, 집안에서 부리는 자와 농막(農幕)에 흩어져 사는 자가 많았다 정권을 잡은 여러 해 동안에 매관매직하고” (<세종실록> 10년 6월 25일) 정확한 역사적 고증은 할 수 없지만 황희의 관직 초기와 후반(퇴임) 이미지는 좀 다른 것 같다. 그만큼 명예와 부는 떨어지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다. 최근 부동산 문제로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국회의원, 고위공직자들을 보면 그
세계 패권의 국경선을 놓고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이 멕시코와 진짜 국경선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멕시코를 상대로 현대판 ‘만리장성’(萬里長城)‘ 건설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이주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양국 국경선에 추진중인 이른 바 ‘트럼프 장벽’이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해 최종 승인이 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나라의 국경선 총 2000마일(약 3200㎞)가운데 연말까지 450마일(약 700㎞)을 완공하려 하고 있다. 코로나정국의 위기 속에 지지층을 결집하고 떨어진 지지율을 반등시켜 11월 대통령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전략이 깔려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국인 멕시코의 반발은 두말할 필요없고, 미 연방대법원의 공사승인 판결이 5대4로 나뉠 정도로, 앞으로 미국내부의 갈등과 국내외에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렇다보니 관전자 입장에서 보면 ‘선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미국판 만리장성이 과연 트럼프 재선만을 위한, 개인만의 생각일까 하는데는 좀 들여다볼 게 있다. 미국은 현존하는 세계 최강국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