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는 봄이 온다. 봄풀이 돋아난다. 이맘때쯤 농부는 한해 작부 계획을 세운다. 이 밭에는 뭘 심고, 이 밭에는 뭐와 뭐를 같이 심고. 밭에서 자라는 풀들은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 서로를 이겨내려는 싸움을 하기도 한다. 풀의 다양한 성질을 잘 알면 아는 만큼 밭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의 농부는 아니다. 그런 게 있다는 것을 아는 수준이다. 흔히 ‘잡초’라 불리는 풀도 그 성질을 알면 ‘작물’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약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잡초’가 ‘작물’이 되기도 한다. 같은 풀도 내가 모르고 안 기르면 ‘잡초’고, 내가 알고 기르면 ‘작물’이 되니, 순전히 인간 중심적 작명이다. 그 풀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고, 약이 되어줄 풀의 입장에서 보면 ‘잡초’라고 눙 쳐버리는 인간이 가엽고 멍청하게 보일 것도 같다. 자신의 무지를 반성하지 않고 ‘너희들은 잡것이야’라고 건방 떠는 인간이 방자하게 보일 것도 같다. 이런 생각을 하기에 나는 이름 모르는 풀을 ‘잡초’라 하지 않고, ‘들풀’이라 부른다. 마치 학생 이름을 외우지 못한 교사가 그 학생을 ‘어이, 잡놈’이라 부르지 않고, ‘거기, 학생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민선8기 핵심공약 중 하나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이하 특자도) 설치다. 특자도 설치 지역은 경기도 31개 시·군 중 한강 이북 10개 시·군, 인구는 약 366만 명으로 경기도 인구의 25.9%, 면적은 경기도 전체 면적의 58%를 차지하지만, 1인당 GRDP는 전국 평균의 65% 정도로 최하위 수준인 낙후 지역이다. 이런 저발전은 분단 이후 약 80년 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중첩 규제에 묶여 개발이 제한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이 획일적 규제들을 ‘특별법’에 근거해 완화하고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지역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특자도 추진의 목적이다. 추진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은 지금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발의된 4건의 특별법은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23년 9월 행정안전부에 요청한 주민투표는 언제 시행될지 불투명하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경기도는 생활인프라와 SOC확충, 공공기관 이전 등 내용을 담은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추진하며 특자도 설치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특자도의
제2 경춘(남양주~춘천) 국도에 대한 주민 등의 의견 청취가 진행 중이다. 한편 기재부는 현재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진행 중이다. 애초 1조 2862원이었던 건설비가 원자잿값 상승 등의 이유로 6500억 원, 약 50%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2경춘국도의 건설 목적을 “국도 46호선 남양주~춘천 구간의 교통량 증가에 따른 기존 국도 기능 저하를 해소하기 위해 제2경춘국도를 신설하여 국도의 간선 기능 확보 및 지역개발촉진을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목적은 근거가 있는가? 먼저 '교통량 정보시스템'을 통해 국도 46호선 경기도 가평읍과 춘천시 의암리 구간의 일 평균 교통량을 살펴보면 2017년 18,309대를 최고로 점차 줄어 2023년 1만 6659대다. 2017년 6월 30일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영향이라고 판단된다. 그리고 전 세계 최저의 저출생으로 인한 급속한 인구 감소, 운전자의 고령화로 인한 운전 포기로 향후 교통량 감소는 명약관화다. 또한 정부의 '제2차 드론 산업 발전기본계획 (2023~2032)'에 따르면 제2경춘국도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경에는 1톤 이상을 적재한 드론이 500㎞ 이상 즉 국내 전
다행히 윤석열 탄핵이 가결됐다.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내란을 일으킨 이후부터 내 일상은 엉망이 됐다. 대다수 국민들도 그랬을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농경시대 땅 없던 민초들이 주인 없는 자투리 땅이 보이면 심었던 콩. 자신이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었던 콩밭에 마음이 가 있는 농부처럼 나는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국가의 안위에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2024년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친위쿠데타에 참여하거나 동원됐던 사람들의 증언과 당시 영상들을 보며, 남북한 간의 국지전을 일으킬 시도를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며, 수십 년 애써 만든 밭이 한순간에 쑥대밭이 될 뻔했구나 하는 공포감에 소름이 돋았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윤석열이라는 콩은 어떻게 길러진 콩이길래 헌법과 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쿠데타를 기획했을까? 쿠데타에 동조하고, 방관한 국무위원들, 국군의 사령관들 그리고 헌법기관인 국회를 위헌, 위법적으로 침탈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에서 명한 질서 있는 절차인 탄핵을 반대한 국회의원들.
11월 1일 정부는 “지방자지단체에 배분하는 보통교부세 산정 기준에 ‘생활인구’를 반영한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2월 11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생활인구’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른 새로운 인구개념으로 올해부터 89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산정되고 있는데, “등록인구(주민등록인구, 등록외국인) + 체류인구(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로 구성된다. 체류인구의 유형은 통근, 통학, 관광 등이 있다. 정부의 개정안이 입법되면 인구감소 지자체들에게 생활인구 지표는 예산 확보의 사활이 걸린 성과지표가 될 것이다. 한편 정부는 입법 예고 이틀 전인 10월 30일 「‘24년 2/4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정부는 체류인구의 카드결재액 통계를 함께 제시하며 “인구감소지역 찾은 2360만 체류인구, 방문 지역에서 실제 거주인구만큼 카드 결제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체류인구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체류인구 늘리기를 통한 인구소멸 위기 대응을 부추긴 것이다. 위 발표에서 생활인구 중 체류인구 비중이 높은 지자체 1위는 양양군(17.4배)이고, 내가 살고 있는 가평군은 2위(15.6배)다
ChatGPT에게 ‘해와 달의 고향’을 질문하면 다음과 같은 답이 나온다. “‘해와 달의 고향’이라는 표현은 주로 시적이거나 서사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며, 여러 문화와 신화에서 다양한 해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신화에서는 해와 달이 형제자매로 묘사되기도 하고, 각각의 신성이 있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답변에서 ‘해와 달을 형제자매로 묘사’ 했다는 것은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언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자녀에게 줄 떡을 구해 산을 넘어오던 아낙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며 기망하다가 결국 잡아먹는 호랑이. 그 호랑이가 아낙의 옷을 입고 그 자녀인 오누이까지 잡아먹으려 하고,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에 올라간 오누이가 우물에 비쳐 호랑이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오누이는 하늘에 빌어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 해와 달이 되고, 쫓아가던 호랑이는 동아줄이 끊어져 수수밭에 떨어져 죽었다는 전래동화. 이 신화 같은 전래동화의 배경이 됐던 마을은 어디일까? 가평군에 그 마을을 자임한 마을이 생겼다. 청평면 상천(上泉)4리 감천(甘泉)마을이다. 상천의 옛 지명은 감정(甘井), 즉 달콤한 우물이다. 우리나라 지명에 호랑이 ‘호(虎)
북한에서 날려 보내는 쓰레기 풍선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쓰레기가 됐다. 확인된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 비닐 그리고 플라스틱병 등 생활 쓰레기라고 한다. 이 뉴스를 접하며 나는 가평군 관광객들 중 일부가 몰래 버리고 간 쓰레기 비닐봉지가 생각났다. 그 안의 내용물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사회적협동조합은 가평군의 가평천, 벽계천, 조종천의 계곡·하천 유지관리 사업을 하고 있다. 이전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불법시설을 철거하고 만든 친수시설을 관리하고, 그 시설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보안관’이라고 이름 붙인 주민들이 활동하는 것이다. 지난 7, 8월 피서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왔다 갔다. 그 시기 나는 우리 안의 쓰레기 풍선을 봤다. 여행지에서 일탈의 쾌감 속에서 방종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관광지에 버리는 쓰레기는 마치 도시에서 촌으로 날려보내는 쓰레기 풍선처럼 느껴진다. 몰래 버리고, 꼭꼭 숨겨 버리고, 물에 버리고, 화장실 변기에 버리는 쓰레기 풍선들. 청정계곡에 놀러 와서 그곳을 오염시키고 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편할까 의문이다. 그렇지만 그들도 북한이 보내는 쓰레기 풍선에는 마음이 많이 불편할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은 아니지만 이미 주말에는 하천과 계곡을 찾아 가평군을 찾는 도시민들이 적지 않다. 관광객이 오면 지역 주민의 소득이 올라가겠지만 그들이 배출하는 CO2와 쓰레기를 생각하면 탄소중립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약 6만 3000여 명이 살고 있는 가평군에 그보다 백배가 넘는 관광객이 방문해서 배출하는 쓰레기 처리 문제는 가평군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렇지만 가평군만의 과제도 아니다.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로 인해 각 지자체별로 소각장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지만, 소각장은 주민 반대로 설립도 어렵고, 설립한다 해도 탄소배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 문제는 각 지자체의 중요한 과제다. 또한 기후 열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지역의 경계가 없이 발생하는 것이기에 도시에 살든 촌에 살든 모두 협력해서 풀어야 할 과제다. 경기도는 지난 4월 발표한 '제1차 경기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서 ‘기후격차’ 완화로 기후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기후격차’는 지역별, 계층별로 기후위기 대응능력의 격차를 얘기하는 것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
농촌유학은 해외유학 가듯 도시의 학생들이 농(산어)촌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다. 현재 전라남북도, 강원특별도와 농촌유학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농촌유학을 ‘서울 학생이 일정 기간 흙을 밟을 수 있는 농촌의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마을-학교 안에서 계절의 변화, 제철 먹거리, 관계 맺기 등의 경험을 통해 생태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2021년부터 올해까지 105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고 한다. 도시의 과밀, 과잉을 덜고, 지방의 과소, 결핍을 채우면서 도농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으로 그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기도 상황은 어떤가? 초등학생 수는 2023년 기준 75만 명이 넘어 서울 학생 수의 2배가량이다. 경기도의 초등학교 학급 1인당 학생 수는 23.1명, 서울시는 21.3명이다. 경기도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5.1명, 서울시는 13.5명이다. 경기도의 초등학교가 서울시보다 과밀도가 더 높다. 수원, 용인, 고양은 백만 명이 넘는 도시지만 연천, 가평은 소멸위기지역으로 각각 인구 약 4만, 6만에 그친다. 그만큼 과밀지역과 과소지역의 편차가 크다. 서울시가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2일 브리티시 컬럼비아(이하 BC)주를 방문해 재넷 오스틴 주총독, 데이비드 이비 주총리 등과 양 지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BC주는 캐나다 내에서 유일한 경기도의 자매결연 지역이고, 5월 19일은 자매결연 16주년을 맞는 날이다. 데이비드 총리는 “BC주와 경기도의 협력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웠던 전쟁의 역사 때부터 시작해 지금의 강화된 협력 관계까지 성장했다”고 말했고, 김동연 도지사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쿼터 정원이 기존 4천 명에서 1만 2천 명으로 늘었다”면서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청년 지원 사업들과 워킹홀리데이와 연계해서 협력 방법을 찾아봤으면 한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 보도를 보고 떠오른 두 가지 정책 아이디어를 이 자리를 통해 제안한다. 첫째, 가평전투와 우프(WWOOF)를 활용한 청년 교류다. 가평전투는 1951년 4월 23일부터 사흘간 가평군 북면 일대에서 당시 영연방군 제27여단(영국 미들섹스 대대·호주 왕실 3대대·캐나다 프린세스 패트리샤 2대대, 뉴질랜드 16포병 연대) 장병들이 병력 수가 5배나 많은 중공군의 침공을 결사 저지해 승리를 거둔 전투다. 당시 참전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