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을 사업 지원을 위해 가평군 구석구석의 마을들을 자주 돌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하천, 계곡 주변에 생기는 풀빌라(Pool Villa)의 등장이다. 풀빌라는 객실마다 수영장 또는 온천이 딸린 숙박시설이다. 구글 트렌드로 ‘풀빌라’를 검색하면 검색량이 2020년부터 전국적으로 급등했다. 코로나19가 밀폐형 레저문화를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기도에서는 가평군의 검색량이 타 시군에 비해 4배가량 압도적으로 높아 1위다. 경기도의 지붕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1000미터 넘는 높은 산들이 즐비해 계곡이 깊다 보니 여름철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이 많다. 그 계곡들에 풀빌라 펜션들이 들어서고 있다. 예전에는 계곡의 물에 들어가서 놀다가 샤워하고 자기 방으로 갔다면, 이제는 계곡을 바라보며 자기 방의 풀에서 즐기는 세태로 바뀐 것이다. 촌에서 촌스러운 피서를 하기보다는 도시의 인공을 옮겨놓는 피서 문화가 늘어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보상을 받듯 1년에 며칠 예외적인 호사를 누리고픈 도시민들의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문제는 그 풀빌라에서 사용하는 물이 지하수라는 점이다. 객실마다 풀을 채우고, 풀을 청소하며 버려지는 지하수가 적지 않을 것이
의료대란의 해결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처음에는 부족한 지역의료, 필수의료, 공공의료 인력의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에 의료계가 반대를 하는 모습에 공분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며 의대의 교육 현실이나 의료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2천 명 증원을 무슨 특수부 수사하듯 그림을 그려놓고 권력의 칼을 휘두르는 듯한 정부의 모습에 공분을 느끼고 있다. 대도시의 종합병원 전공의들이 빠진 자리를 공중보건의 수백 명을 차출해서 채우려 한다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농산어촌 의료공백이 더욱 커질 것은 명약관화다. 의료계와 정부 양측 다 공익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데 정작 가장 큰 명분 중 하나였던 지역의료의 공백은 더욱 커지게 됐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꼴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공중보건의가 차출돼 생긴 의료공백을 전공의들이 의료 농활로 채울 것을 제안한다. 의료대란 와중에 열렸던 서울대 의대 졸업식에서 김정은 학장의 졸업 축사는 사회에 울림을 줬다.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 서 있다. 지금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따가운 질책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의사가 숭고한 직업이 되려면 경제적
경기도는 연천군과 함께 2022년 3월부터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연천군 청산면 주민들에게 2026년 12월까지 58개월 동안 매월 15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한다. 지역화폐는 병원, 약국, 보습학원을 제외하고 청산면에서 3개월 내 사용해야 한다. 사업이 추진된 지난 23개월간 무슨 변화가 생겼을까? 가장 큰 변화는 인구의 증가다. 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21년 12월 청산면 인구는 3,895명이었다. 2023년 12월의 인구는 4,176명으로 281명이 늘었다. 이 기간 연천군의 인구는 42,721명에서 41,584명으로 1,137이 줄었다. 연천군의 2개 읍, 8개 면 중 인구가 늘어난 읍·면은 청산면이 유일하다. 연천군은 가평군과 함께 경기도에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인구소멸 위기 지자체다. 이런 곳에서 인구감소 곡선의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체 수의 증가도 눈에 띈다. 2023년 6월 기준 농촌기본소득 가맹점 수는 281곳이다. 시범사업 시행 초기인 2022년 4월에는 190여 곳이었다고 하니 90여 곳이 늘어났다. 지역경제활성화에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지역 청소년들에게서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6명대가 될 것이라며 ‘국가소멸 위기’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한국이 끝났다’는 외신을 접하기도 했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놓는 각종 현금성 지원 정책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특히 인천시는 출산 초기 양육비 지원을 넘어 18세 학령기까지 지원 시기를 넓히는 정책도 새로 선보였다. 이런 정책들은 과연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 낼까? 작년 7월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도시계획현황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 17%의 도시지역에 약 92%의 인구가 몰려 살고 있다. 한국은행이 작년 11월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를 보면 국토 약 12%의 수도권에 50%가 넘는 인구가 몰려 살고 있고(OECD 1위) 이것이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우리나라의 과도한 도시 집중은 인구소멸의 위기는 물론 지방소멸의 위기를 잉태시킨 근본 원인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 처방 없이 지방 출생률 제고도 지방회생도 공염불이다. 한국은행은 역시 작년 11월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이라는 연구를 통해 최근 발표되고 있는 현금성 지원정책과 같은 ‘가족
정치는 아무나 하나 내년은 22대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선거의 해다.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이들의 한판 승부가 곧 펼쳐진다. 여기 저기서 자신의 정치 비전을 담은 출판기념회를 많이 열고 있다. 많은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각 지역구의 출마 예상 후보들에 대한 언론 보도도 무성하다. 그런데 정치를 꿈꾸는 수많은 예비 정치인들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무작정 정치에 뛰어든다고 다 되는 것일까. 정치는 아무나 막 해도 되는 것일까. 정치에 전혀 경험이 없는 정치 초보 아니 왕초보들의 등장은 우리 사회를 얼마나 잘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요즘 한국 정치 현실에서 보는 풍경이다. 위민과 여민 PQ. 정치지수(political quotient)를 말한다.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IQ(지능지수)가 있고, 최근에는 공감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EQ(감성지수)가 중요하다고 한다. 정치지능은 글로벌 세계 시장과 국내 정치 환경에서 정부와 기업, 시민, 사회 제 분야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정치 리더십 능력이다. 이 PQ를 체화하기 위해서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공부가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다고 한다. 그런데 위민(爲民)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언론은 내년 총선 얘기로 뜨겁다. 그런데 나의 관심은 언론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는 선거에 더 관심이 크다. 바로 이장 선거다.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이장이 있는 마을에서 요즘 선거가 한창이다. 다양한 복지행정 수요 등을 파악하고 행정 서비스를 원활히 민생의 현장에 전달하기 위해서 이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마을의 발전을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마을 이장이 누구냐가 마을 발전에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 마을 발전을 잘 이끌던 이장이 바뀐 후 마을이 침체하는 예도 봤고 그 반대의 경우도 봤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면서 마을이 소멸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장을 보면서 많이 개탄스러워하기도 했다. 이장은 촌 기초지자체의 말단 직책이다.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이장이 움직이질 않으면 그 정책은 주민들에게 전달되기 힘들다. 이토록 중요한 이장은 주로 누가 될까? 일단 이장 일 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시시때때로 행정 일을 봐야 하고 주민의 민원에 응해야 하기때문에 언제든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주민이어야 한다. 그러니 고정된 시간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맡기 어렵고 주로 마
서울 가 살자 “그 이불솜 베개 다 버리고, 우리 이제 서울 가서 살자...미련 없이 버리고, 서울 가 살자”고 한다. 대중의 마음을 파고 드니 대중가요이고, 순식간에 대중이 즐겨 들으니 유행가라 할만하다. 노래나 정책 이슈나 사회적 흐름과 시대를 반영해야 성공한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었지만 이번에 갑자기 튀어 나온 ‘김포 서울 편입론’은 얼마 전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은 노래 가사처럼 들린다. 이번 김포 서울 편입론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 여당에서 나왔다. 이 이슈의 소통 풍경은 어떠한가. 급부상한 메가시티론과 사라지는 지역분권론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여당이 이겼다면 이런 주장이 나왔을까. 언론 보도를 보면 여당은 일개 구청장 선거 결과라고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으면서 선거 패배 국면의 전환용으로 새로운 이슈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하는 듯하다. 또 새로 출범한 여당 내 혁신위원회가 특정 지역 다선 출신 의원들의 내년 총선 출마 자제 내지 험지 출마라는 일종의 혁신안에 대한 서울 포함이라는 아이디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다시 말하자면 행정구역 개편과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국가발전 목표를 깊이 검토한 주장이
지금은 북한강이 흐르는 가평군에 살고 있지만 ‘서울’은 내가 태어나 46년을 살았던 내 고향이다. 어릴 적 뛰놀던 골목에 대한 기억과 청춘의 낭만을 불사르던 거리, 혁명을 외쳤던 광장도 내 기억에는 온전히 남아있다. 그렇게 ‘서울’은 내게 낯익은 이름이다. 고향을 떠나 가평군에 온 지 11년이다. 그동안에 난 내 고향 ‘서울’에 대해서 아주 낯선 사실들을 알게 됐다. 가평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자연보전권역’이고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팔당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이다. 이로 인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한강 물이 오염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한강 물을 누가 먹는가. 도시 특히 서울특별시가 먹는다. 서울 시민의 안전한 식수를 위해 가평군에는 대규모 아파트, 공장, 사무용 빌딩은 물론 4년제 대학 등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그러니 지역에 민간 자본과 인적 역량이 축적이 안 되고 지역의 경쟁력은 떨어졌다. 이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경제적 지원을 마을에 했지만 그 지원금은 마을을 키우기보다는 마을에 분쟁의 씨앗을 던져주고, 공동체성을 오염시키는 흙탕물을 끌어 올리는 마중물이 되곤 했다. 난 서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아주 안전하게
시월의 의미 이맘때 쯤이면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다. ‘잊혀진 계절’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이다. 유행처럼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이 대중가요인데 10월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잊혀진 계절’은 시작한다. 헤어진 연인의 애절한 노래이다. 10월은 수확과 추수의 계절이고, 나뭇잎도 붉게 물드는 자연의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넉넉해지기도 하고 감상에 젖고 애잔해 지기도 하는 계절이다. 이 푸르른 가을 아침에 올해 아니 지난 몇 달 사이에 벌어진 일들도 잊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공동체에 살고 있다 삶은 공동체적 생활이다. 이곳에는 사람이 있고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타인의 삶이 곧 나의 삶이다. 타인의 불행과 사고가 곧 나의 불행과 사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인생의 경험칙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인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서로의 처지와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는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적 공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
추수가 한창이다. 논농사의 특성상 벼 베기를 할 때는 농부들이 모여 같이 일을 하는 모습, 새참을 함께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좋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중장년의 젊은 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이들은 대개 평소 다른 직업을 갖고 일하다가 농사일이 바쁠 때 연로하신 부모님을 대신해 긴급 투입되는 겸업농가의 구성원들이다. 평상시 농가를 방문하면 고령의 어르신들이 농사를 짓고 계신다.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70세 이상 농가 가구주가 전체 농가의 55.9%를 차지한다. 어르신께 자식들은 농사를 안 짓냐고 여쭤보면 다들 인근의 직장에 일을 나간다고 한다. 시급 높은 아르바이트 일을 하거나 매달 또박또박 월급 받을 수 있는, 농사일보다 수익성이 높은 일로 사람들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가의 소득구조 및 소비성향 분석'(박미선, 2023.5)에 따르면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의 비중(27.7%)은 농업외소득(35.6%)의 비중과 이전소득(각종 직불금, 코로나 지원금 등)의 비중(32%) 보다도 낮다. 농촌에 살면서 농산물을 팔아서 얻는 소득의 비중이 소득원 중에서 가장 낮은 것이다. 농촌에 사는 촌부가 농부라기보다는 다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