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대신 ‘기레기’를 요구하는 자본”. 지난 6월 14일 KBS 아침 뉴스 한 꼭지의 제목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KBS의 우리은행의 라임주가조작 관련 보도와 호반건설의 ‘2세 일감몰아주기’ 관련 보도에 대해 두 기업에서 해당 기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고 개인재산 채권가압류를 신청했다. 겁주기를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이라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나온다 해도 담당 기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벌기업의 언론 장악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30년 전에 ‘김중배 선언’이 있었다. 1991년 동아일보는 두산에 의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집중보도했다. 대광고주 두산은 동아일보 사주를 통해 집요하게 보도 통제를 시도했고 이에 저항하던 김중배 편집국장은 결국 사퇴한다. 그 퇴임사가 바로 ‘김중배선언(1996.9.6.)’이다. “1990년대가 열리면서 우리는 권력보다 더 원천적이고 영구적인 도전의 세력에 맞서게 되었다는 게 신문기자 김중배의 진단입니다. 정치 권력만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권력은 자본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비슷한 시기인 1991년 가을 계간 『사상』에 “‘무관의 제왕’에서 ‘언론노동자(?
“이 땅에 저널리즘은 있는가?”는 지난 6월 4일 서울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 ’굿바이전‘작가 일동이 내 성명서의 제목이다. 이 성명이 나오기 전날인 6월 3일 한국기자협회는 “서울민예총...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활동을 위축시키는 전시회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낸 바 있다. 기자협회 ‘협박 성명서’ 덕분에 서울민예총에서 지난 6월 1일부터 광주시의 메이홀에서 ‘굿바이 시즌2 전(展)-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소녀상’ 조각가 김운성, ‘조선일보 두루마리 휴지’의 오종선 작가, 박근혜-최순실을 풍자한 ‘더러운 잠’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이구영 작가 등 만화, 회화, 캐리커처, 일러스트 분야의 작가 18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가 성명서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소위 문재인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붉은색으로 덧칠해 적폐세력으로 묘사하고 소속사와 실명을 거론하여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 둘째, 전시하고 있는 것은 예술작품이 아니라 ‘편협한 이념과 사상이 개입되어 그들과 다른 생각의 존재를 비하하고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윤석열정부 출범 3주가 지났다. 윤석열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지난 3월 9일이다. 후보자시절 윤석열씨는 매주 언론사 기자와 만나겠다고 말 한 적이 있다. 당선된 후에도 자주 언론과 만나겠다고 했다. ‘출퇴근하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오며 가며 공식, 비공식적으로 기자들을 만나기도 쉬워졌다. 다른 건 몰라도, 윤석열 정부의 ‘언론공약’은 100% 이상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윤대통령은 5월 16일 자신의 참모들에게 "점심시간을 이용해 각계 전문가들은 물론 언론과 충분히 만나고 대화하면서 적극 소통하라"며 “'낮술'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낮술 권하는’ 혹은 ‘접대와 소통을 구분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시중의 민심을 가감 없이 파악해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참모들에게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한 것이지 낮술을 마시라고 권유한 게 아니다"라는 해명을 담은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일본 지지통신은 5월 13일 “국제 기준에 따른 원전처리수(오염수) 방출, 반대 없는 한국”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 대해 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등은 SNS를 통해 "오염수 방출, 윤석열 반대 안 해…일본 언론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난 9일 5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새 대통령 취임식 참석한 후 KTX 편으로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으로 내려갔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농사도 짓고 반려견도 기르고, 이웃 주민들과 막걸리도 나누면서 평범하게 지낼 계획이다. 문 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다. 재임 중에 한국경제가 회복되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모범적으로 대응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오징어 게임’과 같은 한류 콘텐츠는 세계를 제패했다. 이례적으로 퇴임하는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하는 윤석열 씨 보다 더 높았다. 그럼에도 보수언론은 문 전 대통령의 성과를 애써 무시한다. 오히려 ‘졸렬한 퇴임’이니 ‘줄소송예고’니 하는 악담 기사만 내보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식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라고 말 한 바 있다. 언론 브리핑 이야기도 했지만 취임사의 핵심은 국민과 직접 소통을 늘리겠다는 점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의 한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윤 당선인이 지난 4월 20일 tvN의 토크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게스트로 출연하여 자신의 삶과 당선인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퀴즈’는 방송인 유재석과 김세호가 진행하는 tvN의 간판 예능 중 하나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보여’ 주면서 퀴즈를 통해 정보와 재미도 제공하는 ‘명품’ 프로그램이다. ‘유퀴즈’는 2022년 4월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한국인 방송프로그램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유재석은 지난 2021년 《시사인》이 발표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조사에서 손석희 앵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유퀴즈’ 150회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라는 제목으로 갑자기 인생의 방향을 바꿔 성공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첫 게스트로 등장하여 약 18분간 달라진 일상, 고시 9수와 검사시절, 야식과 민트초콜릿, 고민거리 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진행자들은 크게 당황한 듯했고 ‘유퀴즈’ 특유의 밀당이나 재담도 보이지 않았다. 윤 당선인도 ‘할 말’이 있어 나온 사람 같지는 않았다.
지난 3월 4일 시작된 드라마 ‘파친코’의 흥행이 예사롭지 않다. OTT 통합검색 및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했던 1화 동영상의 조회수는 1500만 뷰에 육박하고 있다. ‘파친코’는 재미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글로벌OTT사업자인 애플TV플러스에서 1000억원의 들여 8부작 드라마로 제작, 공개한 것이다. 소설 ‘파친코’는 2017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읽어보라고 추천하기도 했던 책이다.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 살다가 일본으로 이주한 주인공 선자 가족의 4대에 걸친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 식민지배의 잔혹성과 재일 한인(자이니치)에 대한 일본인의 차별과 탄압의 역사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국내에서의 흥행은 예상된 일이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호평 일색이다. 글로벌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98%를 기록했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평점 만점을 주었으며 최근 몇 년간 나온 최고의 드라마라고 했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가족과 여성의 힘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지만 고통스러운 이주자의 삶의 초상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
제20대 대선 후 일각에서 ‘진보종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2012년 19대 대선이 끝났을 때도 MB정권에 장악되었던 공영방송과 종편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그 결과 2013년 3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가 출범하기도 했다. 볼일이 있어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낮이나 밤이나 채널A, TV조선과 같은 종합편성채널을 틀어놓은 가게들을 흔히 불 수 있다. 조중동의 수구적 논조와 정파상업주의를 그대로 방송에 옮겨놓은 것이 종합편성채널(종편)이다. 종편은 지난 2010년 MB정권이 당시 발행부수 1~4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 신문사에게 ‘선물’로 준 방송국이다. 국회 본회의장 폐쇄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헌재의 결정을 무력화하면서까지 신문방송 겸영을 밀어붙였다. 미디어산업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여론다양성 확대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국내미디어 산업은 글로벌OTT의 콘텐츠 공급기지가 되었고, 미디어 여론시장은 급격하게 양극화되었다. 그럼에도 종편은 시청률과 매출액 등 모든 면에서 ‘눈부시게’ 성장했다. 2012년 출범하던 해 종편4사의 시청률은 2.5%에 불과했으나 2020년 10%를 돌파해 네 배나 성장했다. 매출액도 2
지난해 7월 예비후보 등록 후 8개월 이상 이어졌던 20대 대선 캠페인이 끝났다. 불과 24만여 표(득표율 0.73%)라는 역대 최소 표차로 승패가 갈렸다. 이재명 후보는 유권자 1614만 7738명의 지지를 받아(47.83%) 역대 민주당 후보 중 최다 표를 얻었지만 낙선했다. 정권교체론이 먹혔다거나 부동산 민심이 폭발했다. 혹은 욕망이 양심을 이겼다거나 조중동 등 주류미디어와 강남 부동산벨트가 승리했다는 등 어떤 결과론을 들이대도 다 그럴듯해 보인다. ‘깻잎 한 장 차이’의 초박빙 선거였기 때문이다. 다른 면에서 20대 대선에서는 세대와 성별, 지역과 계층간의 투표성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영호남의 표심은 논외로 한다고 해도 2030여성과 4050세대는 이후보에게 몰표를 주었고 2030남성과 60대 이상은 윤후보에게 쏠렸다. 주류 미디어들은 20대 대선을 애초부터 ‘비호감 선거’로 규정하고 후보자와 가족의 사생활과 관련한 선정주의적 보도로 일관하며 ‘비호감 원인 제공’에 앞장섰다. 윤후보 진영은 선거운동기간 내내 문재인정부를 공격하면서 극단적 갈라치기식 언행과 ‘혐오표현’을 마다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폐지’ ‘노동조합은 미래 약탈세력’ ‘이주노동자는
20대 대선 캠페인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후보자 등록이 끝났고 2월 15일부터 여야 후보의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투표일까지 20일 정도 남았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담과 토론이 진행되겠지만 후보자와 운동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전국 각지를 누비며 유권자를 직접 만나 지지를 호소하게 될 것이다. 직접선거운동이 확대된다고 해도 대다수 유권자는 신문과 방송, 포털사이트를 통해 대선 관련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학회‧제주언론학회는 ‘제20대 대선보도 점검’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현재 선거보도의 핵심문제로 ‘장사 잘되는 질 낮은 여론조사 보도’가 기자의 취재 보도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 ‘미래권력’인 후보자에게만 집중하고 시민은 무시한다는 점, 기자들이 보도자료나 취재원에 대한 ‘검증 없이 단순하게 전달’만 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2022대선미디어감시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의 대선보도 조사결과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민언연에서는 이번 대선 100일 전부터 60일 전 사이에 나온 모든 신문과 방송의 여론조사 보도를 분석했다. 40일간 나온 여론조사 보도는 모두 347건(신문 218건, 방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언론에 대한 생각, 소위 언론관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내 주류 미디어는 윤후보를 지지를 넘어 지원하고 있다. ‘윤핵관’이 사실 ‘조중동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선후보의 언론관은 대다수 국민의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출마선언 당시 이야기과 메이저언론 운운 사례, 인터넷 언론에 대한 소송이나 최근 부인의 발언 등을 통해 윤석열 후보의 ‘언론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윤후보는 대선 출마선언 이틀 후인 작년 7월 1일 국회 기자실에 들러 “그때 그 조사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도 안 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윤 후보가 말하는 그 조사란 윤후보가 검찰총장이었던 2020년 1월 '세계일보'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다. 이 조사는 이례적으로 현직 검찰총장을 야권 대선후보로 등판시켰고, 당시 윤후보는 단숨에 10.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야권 선두주자가 된다.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통해 윤씨를 대선판으로 끌어들였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윤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언론이 여론조사를 통해 교대로 ‘윤일병 구하기’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윤후보 캠프는 2021년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