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의 후원하면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부용지와 부용정이다. 네모난 모양의 부용지에는 남쪽에 부용정, 북쪽으로는 주합루, 동쪽에는 영화당, 서쪽으로는 사정기비각이 자리하고 있다. 부용지의 한 가운데는 동그란 섬 하나가 떠 있다. ‘부용(芙蓉)’이란 ‘연꽃’을 말한다. 이 연못에는 본래 연꽃이 무성했다고 전해진다. 비록 겨울이라 연꽃 한송이 만날 수 없는 부용지이지만 연꽃이 가득한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멋진 부용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부용지 남쪽에 부용정이 자리하고 있는데 십자모양이다. 자그마한 정자이지만 한껏 멋스러움을 자랑한다. 정자 안의 불발기창도 그 멋스러움에 한 몫을 더한다. 정자에서 부용지와 가운데 섬, 그리고 건너편 주합루를 바라보는 경관이 아름답다. 정조임금께서 원래 있던 택수재를 고쳐지으면서 이름을 부용정을 바꿨다. 동쪽의 영화당은 처음 지어진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광해군 때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지금 있는 건물은 당시의 것이 아니라 숙종 때 재건한 건물이다. 영화당은 앞 마당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이 앞마당이 바로 춘당대다. 이 춘당대에서는 왕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과거시험이 치러지기도 했다. 춘향전 속의 이몽룡
미세먼지가 유독 많은 1월이다. 하지만 겨울의 냄새가 조금씩 멀어지고 멀리서 봄의 향기가 스멀스멀 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새해가 시작되면 정조임금은 전국 팔도에 권농윤음을 내렸다. 농한기의 게으름을 벗어던지고 부지런히 움직여 농사를 준비해 만백성이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 것이다. 오늘은 그 정조의 마음을 마주하고 싶다. 그래서 정조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창덕궁의 후원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려놓은 옛 지도 그림 동궐도와 함께 하면 더욱 새로운 창덕궁 후원을 만날 수 있다. 창덕궁 후원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정조 임금의 이야기가 담긴 주합루이다. 주합루는 창덕궁 후원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부용지 영역에 자리하고 있다. 네모난 연못에 동그란 작은 섬이 자리하고, 한켠에는 십자(十)모양의 부용정이 소담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맞은편에는 한눈에 시선을 잡아끄는 2층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건물의 2층이 주합루이고, 1층은 규장각이다. 1층 규장각은 왕실 도서를 보관하던 곳이며, 2층 주합루는 열람실에 해당이 된다. 이 규장각은 정조 즉위년에 건립되었다. 단순히 왕실 도서관으로서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
황금 돼지해가 밝았다. 그렇지만 광화문광장은 주말마다 집회 인파로 혼잡스럽다. 밀린 차안에 갇혀 오늘은 또 어떤 집회를 하나 관심 있게 들여다보곤 한다. 차가 밀려 가끔은 짜증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요구를 이렇게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사회가 되었다는 부분에서는 대한민국이 좀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은 대한민국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기 좋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 세종로를 바라봤을 때 광화문 광장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상설전시는 제 1전시실부터 제 4전시실까지 4개의 전시영역으로 구분된다. 제 1전시실은 개항기부터 광복까지 다룬 대한민국의 태동에 대한 전시실이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끄는 것은 태극기이다. 고종임금께서 조선의 외교고문으로 지낸 미국인 데니에게 하사한 것으로 알려져 데니 태극기로 이름 붙여진 4괘와 태극문양의 태극기도 눈에 띄지만 그 보다 눈길을 당기는 것은 태극기에 잔뜩 글씨가 새겨진 태극기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태극기는 애지중지 떼가 묻지 않도록 늘 깨끗하게 보관함에 따로 보관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연말이 되면, 가는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고 새로 시작하는 2019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2019년 새해 첫날 떠오를 해는 어디서 맞이해야 2019년이 좀 더 복된 나날로 이어질까. 한 번쯤 생각해봤을 즈음이다. 그래서 오늘은 소원명당 삼막 마을로 여행을 떠나보자. 삼막 마을은 안양시 석수동에 해당한다. 삼막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자리한 정감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는 마을의 수호신 나무가 2그루 있다. 바로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이다. 할아버지 나무는 노인정 앞에 자리하고 있는데, 500년이나 된 느티나무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어렸을 때도 500년이었다며 이 나무는 ‘늙지 않는 나무’라고 재치 있는 이야기들을 한다. 군데군데 상처를 치유한 흔적에서 500년의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시원하게 쭉쭉 뻗은 가지들이 아직도 늠름한 모습을 자아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로 나뭇잎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할아버지 나무의 모습도 사뭇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이 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서낭 할아버지나무’라고 불린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떠나 외지에 일을 보러갈 때나 또는 중요한 시험을 치르러 갈 때면 어
무척이나 차가운 날씨가 제법 겨울답다. 요즘 언론의 관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인 듯하다. 남북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조명되는 곳이 바로 판문점이다. 그러나 판문점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참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오늘은 판문점 대신 ‘판문점, 분단 속 평화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판문점 기획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판문점’이라는 유명세에 비하면 기획사진전은 무척이나 소박한 전시회다. 그것도 1층 한 켠, 굳이 박물관을 들어가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 박물관을 별로 흥미 있어 하지 않더라도 오며가며 들릴 수 있는 특별사진전이다. 가운데 통로를 중심으로 한 켠에는 판문점과 관련된 사진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고 맞은편에는 그동안 남북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졌던 각종 회담과 남북공동성명들이 전시되어 있다. 판문점은 정전의 현장으로 출발해 분단의 경계, 분단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다 최근 평화의 최전선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판문점은 우리의 역사상 가장 비극이라 할 수 있는 6·25전쟁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기 위한 공간이었으니 처음부터 평화를 위한 장소로 출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해서 주말 늦은 시간에 박물관을 찾았다. 바로 ‘세조’ 특별전이다. 80년 전에 그려졌던 세조임금의 어진 초본을 중심으로 세조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는 전시다. 세조 임금께서 승하하신 지 약 550여 년 만에 등장한 세조 임금의 초상화, 즉 어진 초본이다. 오늘은 수양대군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조임금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보자. 세조 특별전은 국립고궁박물관 지하층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한 면 가득 차 있는 ‘세조 임금’의 어진이다. 세조 어진 초본의 크기는 가로 131.8cm, 세로 186.5cm이다. 초본이라 색이 입혀지지 않고 흰 종이에 먹 선으로만 그려졌다. 초본의 장점을 살려 벽면 가득 채워진 어진 초본에 사람들이 색을 입힐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붉은색을 입히기도 하고, 검은색을 입히기도, 때론 진녹색을 입히기도 한다.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세조임금의 이미지가 조금씩 변화되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이미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세조 임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비정한 임금이라는 생
따뜻한 햇살이 내리 쬐는 늦가을 관악산 서쪽에 자리한 삼성산을 찾았다. 삼성산에는 신라시대의 고승 원효·의상·윤필 대사가 장막을 치고 수도를 했다는 삼막사가 자리하고 있다. 오늘 여행은 천년사찰 삼막사로 여행을 떠나보자. 안양시 석수동 삼막 맛거리촌에서 경인교대를 지나 굽이굽이 한참을 오르다보면 삼막사로 오르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삼성산을 오른다. 삼삼오오 산을 오르거나 올랐던 이들을 마주하며 삼막사를 향해 나아간다. 해발 477m의 삼성산은 오르기에 꽤 숨이 차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면 삼막사를 마주한다. ‘삼성산’이라는 지명도 ‘삼막사’라는 사찰명도 원효·의상·윤필 대사 세 고승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삼막사에 올라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원효대사가 수행을 했을 것으로 보는 석굴이다. 아주 자그마한 석굴인데 이를 ‘삼막’이라 하고, 원효대사가 수행했다 해서 ‘원효굴’ 또는 ‘원효석굴’로 불린다. 최근에 원효대사를 석굴에 복원해 모셨으며, 석굴 위로 보존을 위한 지붕 또한 새로 만들어졌다. 모셔진 원효대사는 두 손으로 지팡이를 쥔 채 연화좌대 위에 자리하고 있다. 원효굴을 내려오면 바위 면을 깎아 새겨진 ‘삼귀자’를 만난다. 조선
‘남한산성’이라는 이름은 백제 온조왕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 울긋불긋 붉은 단풍들 사이로 이어지는 성곽길은 끝없는 시간여행을 부추긴다. 남한산성의 회색의 성곽길은 화려한 단풍과 대비되어 한층 더 기나긴 역사를 부각시키는 듯하다. 회색과 오색단풍의 절묘한 만남. 남한산성을 가장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시기이다. 남한산성에서도 가장 높은 곳 수어장대로부터 오늘 여행을 시작해보자. 수어장대는 남문과 서문 사이에 자리해 있다. 남한산성에서 위치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있어서 산성의 성내는 물론이고 성 밖 멀리까지 살피고 감시하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래서 수어장대는 장수의 지휘소 겸 감시시설이다. 남한산성에는 동서남북과 외성의 외동장대까지 모두 5개의 장대가 있었다. 그중 서쪽을 방어하는 장수의 지휘소가 바로 수어장대이다. 지금은 나머지 장대는 모두 없어지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수어장대이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은 기단 위에 수어장대가 있다. 수어장대 위로 올라서는 계단도 자연석으로 눈길을 끈다. 2층의 수어장대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이맘때가 되면 단풍으로 물든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한층 더 멋스러움을 자랑한다. 수어장대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가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항상 이맘때면 나오는 뉴스가 단풍소식이다. 오늘은 단풍과 문화유산 모두를 만날 수 있는 남한산성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래서일까, 남한산성에 오를 때면 늘 47일간의 숨 막히는 전쟁에 휩싸이는 듯 하다. 조선의 국왕으로서 치욕스런 항복을 택해야했던 인조의 아픔은 남한산성 곳곳에 배어 있다. 오늘 남한산성 여행의 출발점은 산성의 중심지인 종로이다. 보통 산성로터리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옛날 이곳에는 시간을 알려주는 종각이 있어서 종로라 불렀다. 산성 로터리를 지나 수어장대 가는 길 언덕에 오르자마자 침괘정을 만나게 된다. 은행나무 한그루가 정자의 분위기를 한결 밝게 만들어준다. 정자 앞에는 쉼터도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무기 제작소로 알려져 있는 침괘정은 영조임금 때 광주유수가 ‘침과정’이라는 편액을 걸었다. ‘침과’란 말 그대로 ‘창을 베고 눕는다’라는 뜻이다. 병자호란의 치욕적인 패배를 거울로 삼아 나라 밖을 경계하고 내실을 기하자는 뜻이 침괘정에 남아 있는 것이다. 편액은 침과정으로 되어 있지만 사람들에게 불리는 이름은 침괘정이다. 인조 임금 때 침괘정에 명나라 사신이 머물렀는데 사신이 무기
지난 여행에 이어 오늘도 전주향교 여행을 계속해보자. 요즘은 여기저기에서 배롱나무가 유독 눈에 띈다. 배롱나무 꽃은 분명 붉은 꽃인데 붉은 꽃이 아닌 보랏빛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리라. 하지만 보랏빛이 주는 아련한 그리움은 배롱나무와 잘 어울린다. 배롱나무 꽃은 ‘부귀’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지만 ‘떠난 님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숨겨진 꽃말도 있다. 꽃말 ‘부귀’는 전주 향교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떠난 님에 대한 그리움’이 훨씬 더 잘 맞는다. 먼저 떠나간 성현들에 대한 그리움, 성현의 가르침에 대한 그리움, 그 그리움들을 담아 이 곳에 배롱나무를 심지는 않았을까…. 대성전 앞의 배롱나무를 떠나 명륜당으로 향한다. ‘머리조심’이라는 글씨를 마주하고 저절로 다소곳하게 만드는 작은 문을 통과하면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마주하고 잠시 작은 탄성을 지른다. 눈앞에 자리한 명륜당은 지붕만 빼꼼히 내민채 은행나무와 입구의 작은 조경수에 숨겨져 있다. 명륜당 서쪽으로 은행나무가 쭉 뻗어 올라가 가지를 지붕 위로 뻗어 내었다. 녹색의 은행잎들은 지붕의 회색과 나무로 지어진 명륜당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마음을 빼앗는다.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