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꼭 나오는 말이 ‘불출’이다. 아마 한자로는 아니 不에 나올 出쯤 되리라. ‘계엄당국’이 작성한 것으로도 알려진, 수거(收去)해서 척결(剔抉)할 500명 리스트는 ‘시대적 해석’이 필요하다. 그 명단에도 들지 못한 이들이 요즘 스스로를 냉소적으로 불출이라 부른단다. 이번 시태에만 국한된 것은 물론 아니다. 국어사전의 불출(不出)의 뜻은 ‘밖으로 나가지 아니함’이다. 문을 닫아걸고 나오지 않는다는 두문불출(杜門不出)과 이어지겠다. 저기도 못 끼니 마땅히 두문불출해야 할 정도로 못난 사람이라는, 자기비하의 비아냥일 터. 차별과 비하의 의미가 포함됐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문구가 붙은 두 번째 설명은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아하, 저 비아냥의 뜻과 상통하는 군. 하여간 (중요한) 유명인 리스트다. 그 중에는 당장 체포할 이들도 있다. 처음에 세상(언론)은 수거라는 ‘희한한 용어’에 놀라더니 낱낱의 그 이름들을 보고는 자못 정색하는 표정이다. 저 명단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겠다. 이는 ‘이번 사태의 불출’을 정의하는 (정서적) 기준이리라. MBC 한겨레 경향 등을 참고해 내용을 정리해 보자. 노 전 사령관이란 자의…
무슨 일을 하든 먼저 마음이 동(動)해야 한다. 마음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때 과정도 순탄하고 결과 또한 좋다. 만약 마음이 부정적으로 작동하면 과정이 아무리 매끄럽다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슨 일이든 마음이 불편하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손과 발이 얼어붙고, 입과 머리가 둔해진다.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누구의 잘못과 허물을 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서로의 마음이 뒤틀어져 있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정도(正道)보다 사도(邪道)가 우세한 까닭이다. 게다가 과거 해석은 혼란스럽고 현실 진단은 차분하지 않고 미래 전망은 진정성이 없다. 남(南)과 북(北)은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로 갈라져 80년 동안 딴살림하고 있다.이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이런 상태가 몇 년 더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2045년 G5 진입이나 남북통일은 고사하고 남-북-재외동포사회를 하나로 잇는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 공동체’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가 존립이 위태로운 이때,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위고하 불문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흐트러진 마음을 잡아야 한다. 개인·가정·사회·국가는 각자 따로인 것 같아도 씨줄과 날줄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
을사년 설날 벽두부터 매스컴을 통해 전해 듣는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 관련 소식이 과히 충격적이다. 딥시크가 개발한 생성형 AI를 발표하자마자 AI 종주국인 미국의 자존심이 추락한 걸 지켜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아마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된 게 분명하였을 것이다. 이번 딥시크의 충격을 2022년 11월 30일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출현한 것만큼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오픈소스 모델 가운데 리더보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폐쇄 소스 모델과 당당하게 맞서 경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된 AI 스타트업으로 저비용 고성능의 장점을 갖춘 경쟁력 있는 기업이다. 중국의 헤지 펀드 하이 플라이어(High-Flyer)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으며, 창업자인 량원펑은 저장대학 출신의 탁월한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컴퓨터 공학자로 알려져 있다. 딥시크의 기업 가치는 최대 22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딥시크는 강력한 AI 기업으로서 오픈AI의 GPT-4와 비슷한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의 대표적인 최신 모델로는 V3로, GPT-4o와 비슷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기술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1일 핵심사업으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 빅테크들이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자하여 미국 16개 주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대형 AI 인프라 확충사업이다. 바이든 전 정부는 중국의 대국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반도체·전기차·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공급망 재구축사업을 추진하였으며 ‘반도체 칩4’ 동맹에 역점을 두었다. 반면, 트럼프는 집권 초반부터 차세대 첨단산업을 주도할 AI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챗GPT의 주인공인 오픈AI CEO 샘 올트먼을 주축으로 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생성형 AI 덕분에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AI 광풍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AI를 기업 핵심역량으로 지정하여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샘 올트먼은 “AI 발전 속도가 ‘무어의 법칙’보다 훨씬 빠르다”라고 언급하였으며 엔비디아 CEO 젠슨 황도 “피지칼AI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AI 기술은 단순히 언어모델만이 아니라, 가전제품,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어줍잖게 영화를 제작하겠다며 나다닐 때 만든 영화가 김새론 주연의 ‘바비’이다. 한국에서 가장 별종 영화감독인 이상우(‘엄마는 창녀다’ ‘아버지는 개다’ ‘나는 쓰레기다’ 등 일명 쓰레기 3부작이 그의 주요 작품이다)가 만들었고 김새론은 여기서 친동생 김아론과 각각 순영, 순자 역할로 나온다. 순영은 거리에서 핸드폰 고리 품팔이로 살아 가는데 철없는 여동생 순자는 고사하고 지적 장애인인 아버지를 돌보느라 어린 삶이 고단하기 짝이 없다. 악마 같은 작은 아빠, 곧 삼촌은 돈을 받고 순영을, 바비 인형같이 생긴 미국 소녀에게 줄 심장이식 수술을 시키러 내보내려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순영은 미국 가면 바비 인형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꼬드김에 그렇다면 자기보다 동생을 보내 달라 부탁한다. 비극이다. 2012년 작품이고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김새론이 11살 때였다. 김새론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4살이다. 영화 ‘아저씨’로 급부상했었다. 8살의 아역 스타였다. 대체로 아역 스타들은 성장통을 겪는다. 그들 중 일부에게서는 술과 애정 스캔들이 터지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스타가 된 경우 대체로 그 부담감을 견디지 못한다. 언제 급전직하 인기가 떨어질지도 모
지난 2월 9일, 세계적 힙합 아티스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슈퍼볼 LIX 하프타임 쇼에 섰다. 슈퍼볼이란, 미국 프로미식축구 리그(NFL, National Football League)의 챔피언 결정전을 일컫는 말이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경기 전후반을 나누는 20~30분의 쉬는 시간 동안의 공연(순수 공연 시간은 12~15분 정도)을 말한다. 매년 1억 명 이상이 생중계로 경기를 시청하기 때문에 슈퍼볼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의 결승전이 아니라 미국 스포츠, 문화, 경제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이며 경기 자체뿐만 아니라, 하프타임 쇼와 광고도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 *30초 광고비가 120억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슈퍼볼, 그리고 하프타임 쇼는 NFL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글로벌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아티스트로서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선다는 건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자리인 것이다. 그렇기에 매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뜨겁지만, 올해는 더욱 뜨거운 열기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켄드릭 라마의 공연이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현재 미국 사회
유튜브로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이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달 초에 발표한 ‘2024 언론수용자 조사’를 보면 유튜브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2021년 26.7%에서 2023년에는 25.1%로, 2024년에는 18.4%까지 줄었다. 여론 양극화의 원인으로 주로 꼽던 유튜브 이용이 줄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뉴스 이용률이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지만 2023년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경로가 있는가 살펴보면 메신저 서비스가 14.5%에서 16.8%로, SNS가 8.6%에서 10.9%로 증가했다. 유튜브를 포함해서 개인 맞춤형 뉴스 전송 서비스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가 여전해 보인다. 뉴스 산업 전반이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전략이 우세해지고 있는데, 유튜브라는 채널의 영향력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개인별 맞춤 정보를 제공할 채널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정도로 말할 수는 있어 보인다. 해당 조사 설문 기간은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3천 명을 조사했다. 여러모로 뉴스 소비가 개인화하면서 수용자의 뉴스 선택권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반대로 뉴스 생산자는 수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뉴스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만들 전
을사년도 한 달이 가고 둘째 달 중순이 지나간다. 2월은 28일까지다 1월 말경에는 설 연휴 겸 공휴일로 쉬고 2월은 28일까지니까 새해 벽두부터 뭔가 헐렁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는 게 뭐 그런 거지’ 싶었다. 그런데 명절에 다녀간 어느 회사 사장 말이 떠올랐다. 매일 꼬박꼬박 광고를 내보내야 하고 기사를 써 편집해 독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계약 사회에서는 하루하루가 경제적 단위 가치로 따져질 수밖에 없다던 그 말이. 나라 밖으로 눈을 주면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경제와 안보에 따른 불안의식은 심각해졌다. 이민자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게 되었다. 국내 사정은 지난해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이란 자의 친위 쿠데타 시도와 그 이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대한 지지자들의 난립과 난동, 그리고 그 후유증과 통치자의 비이성적인 재판과정의 태도 등 마음 편히 보낼 수가 없었다. 새해라고 맑은 기운으로 덕담을 나누기에도 어설프기만 했다. 매사 기본과 근본을 놓치면 개인의 삶도 나라도 혼란스럽고 불행한 것. 하루 속히 기본 질서가 잡혀 사람다운 삶을 고민해야 할 같다. 무거운 마음 달래고자 2022년 4월 20일 작고 한 한승헌 변호사의
며칠 전 한해의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중요한 명절 정월대보름이 지났다. 예전부터 나쁜 기운을 쫓고 건강과 부를 기원하는 의미로 보름달을 보며 달집도 태우면서 소원도 빌고, 묵은 나물에 오곡밥과 귀밝이술, 부럼도 깨면서 많은 사람과 나눔을 함께 하는 정겨운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이런 좋은 의미를 소소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따뜻했다. 세시 음식 중에 귀밝이술은 ‘귀가 밝아지고 일 년 내내 좋은 소식을 들어라’라는 의미로 전해지는데, ‘동국세시기’에는 ‘보름날 이른 아침에 데우지 않은 찬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귓병이 생기지 않는다. 이 술을 이명주(耳明酒)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음식 중 하나인 오곡밥은 겨울철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주기 위해 다양한 잡곡을 넣어 밥을 짓는데 지역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으로 찹쌀, 수수, 조, 콩, 기장이 들어간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다섯 곡식이 각각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고, 다양한 곡식을 섞으므로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면서 이를 통해 한해의 모든 일이 풍성하고 순조롭게 이뤄지는 바람을 담고 있다. 또 그 음식을 통해 한해의
사람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지만, 최근 우리는 극단적으로 양분화되어 서로에게 매서운 말을 내뿜고 있다. 너무나 첨예하게 다른 생각에 이 상황이 잘 봉합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 염려되는 순간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응답자들은 진보와 보수 갈등(92.3%)을 가장 심각하게 꼽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82.2%), 노사갈등(79.1%), 빈부갈등(78.0%), 대기업과 중소기업 갈등(71.8%), 지역갈등(71.5%) 등이 심각하다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한 사회통합으로 가기 위해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적어보고자 한다. 갈등(葛藤)이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상태이다(네이버 국어사전)’. 당사자 간의 가치, 생각, 목표, 이해 등이 달라 극단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로, 개인, 조직, 정책 간의 갈등 등 여러 형태가 있다.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갈등을 당사자 간에 잘 해결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로 가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갈등은 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