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동순찰대가 실효성 문제로 폐지된 이후 수년 만에 부활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며칠 전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합동 발대식’을 가졌다. 날로 심각해지는 ‘묻지마범죄’ 등 강력범죄와 민생침해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부활한 기동순찰대의 활동은 ‘단순 순찰’에만 머물던 이전과 확연히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층적 관리를 위한 일상 접촉에 기반한 시민과의 ‘라포(상호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기동순찰대 부활은 지난해 8월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과 대낮에 무차별적으로 벌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등 이상 동기 범죄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다. 경기남부경찰서의 기동순찰대는 중요 사건에 대응하고 국가 행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역 경찰, 교통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경찰관들 위주로 선발된 총 352명의 병력이 배치된다. 경찰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피습 사건이 잇따르면서 기동순찰대의 임무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순찰대는 선거 유세장에서의 안전 확보 및 주요 정치인에 대한 위해 방지 등에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형사기동대는 범죄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시작된 지 138일째이다. 138일 동안 쏟아부은 폭격으로 2만 9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그중 60%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으로 추정된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 비극은 하마스와의 전투는 찾아볼 수 없고, 병원, 학교, 피란민 시설들을 집중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달 26일, 집단 학살로 판결하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즉시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이번 판결을 반유대주의적 편향이라고 비난하며, 끝내 가자지구의 마지막 의료 시설과 대학교까지 폭격했다.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도 이후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에서는 평균 5년에 한 번씩 전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매번 이스라엘의 영토는 점점 커지고 팔레스타인 영토는 점점 줄어든다. 전 세계 인권법 전문가들은 물론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의 국가 창설 과정과 국가 운영 방식을 ‘정착민 식민주의’적 프로젝트로 비난하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충돌도 전쟁이 아닌 인도주의적 위기, 즉 대량 학살로 보는 견해가 대다수이다. 우리 문명은 지난 몇십 세기를 거쳐 유럽계 백인들의…
중학교 동창들이 모여있는 메신저 방이 있다. 각자 바빠지면서 예전만큼 자주 얼굴을 보진 못해도, 메신저 방에서 종종 대화를 나눈다. 누군가 일상 속 힘든 일을 겪은 후 메신저 방에 올리면 모두가 입을 모아 ‘그거 다 경험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만의 유행어인 셈이다. 나는 이 말에 많은 위로를 받곤 한다. 내가 겪은 힘든 일이, 곧 경험치가 되고 나를 성장시키는 좋은 발판이 된다는 말이니까. 이러한 말로 위로를 받는 것이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상에 비슷한 유행어들이 도는 것을 보았다. ‘오히려 좋아', ‘가보자고', ‘~잖아 한잔해' 등이 있다. 위 말들의 원래 뜻이나, 출처는 잘 모르겠으나 이 말들이 부정적인 상황들에 대해 웃음과 함께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주는 주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나와 친구들만의 유행어와 같이,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비슷한 뉘앙스의 말들이 유행어, 사자성어, 격언 등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시대에 존재해 왔다. 이런 종류의 말들이 존재해 온 이유는 당연하다. 인생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상황으로 가득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불행과 시련들이 늘 우리를 방문한다. 게다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리스 시대와 다른 시대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제네바 선언’을 통해 여러 번 수정돼 왔으며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졸업생들이 하는 선서로 의료인 윤리강령이기도 하다. 이 윤리강령을 어길 경우 논리적으로 비논리적인 사람들이다. 필자는 의사가 파업을 할 경우 그들의 행위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 명시된 여러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각각 논리적으로 지적해본다. 첫째,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의사의 파업은 환자의 이익보다는 의사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위로 인류에 대한 봉사에 반하는 것이다. 둘째, “나는 환자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다.” ▲의사의 파업은 환자들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 서비스 제공을 중단함으로써 환자들의 건강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셋째, “나는 환자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존중할 것이다.” ▲파업은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선택권을 제한함으로써 환자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 넷째, “나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최고의 존중을 유지할 것이다.” ▲파업으로 인해 환자들의 생명에 직간접적으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는 예로부터 학문과 덕망이 있는 지도자를 ‘선비’라고 말하였다. 선비는 교양, 인품, 지조 등을 갖추며 도덕적 실천을 중요시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러한 ‘선비사상‘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선비들은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관직에 나가서 자신의 이념과 도학을 실천하며 일생을 살았다. 그러나 세상이 어수선고 혼란스러울 때, 또는 자신의 뜻을 펼 수가 없다고 여길 때 선비들은 고향에 내려가 학문에 전념하면서 향촌사회의 풍속을 진작하며 제자를 양성하곤 했다. 이처럼 높은 학문을 하였지만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자신의 뜻을 지키며 떳떳하게 살았던 선비를 ’처사(處士)’라고 불렀다. 처사의 예로 꼽을 수 있는 이는 남명 조식(曺植) 선생이다. 남명은 16세기 지리산 근처 덕산에서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학문하며 숱한 제자를 양성했다. 퇴계 이황(李滉)과 동갑이었던 그는 “경상좌도에는 퇴계요, 경상우도에는 남명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둘은 쌍벽을 이루었다. 남명은 60세가 되었을 때 김해를 떠나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마을인 덕산으로 옮겨 왔다. 그곳 산천재에서 남명은 학문과 제자 양성에 전념하면서 국가의 안위(安危)와 고통스런 백성의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이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 있다. 반면에 생각만 해도 수치스러워 기억 속에서 모조리 지우고 싶은 추억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혹자는 ‘추억도 추억 나름’이라고 하지 않았든가. 그중 하나가 추억은 항상 아름답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기를 원하는 징후(sign)가 있다. 그것이 곧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나쁜 기억은 빨리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은 증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수치스럽거나 가슴 아픈 기억은 모두 빼버리고 아름다운 추억만 간직하려 한다. 현실이 힘들고 고달플수록 과거로의 회귀본능을 보이며, 행복했던 지난날의 자기 모습을 되찾고 아픈 현실을 조금이라고 잊으려고 한다. 아름답고 평안한 행복을 현재보다는 과거의 추억 속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딱히 과거가 현재보다 더 나은 것이 없어도 의도적으로라도 지나간 삶은 아주 행복했다고 여긴다. 그것은 분명 착각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무드셀라 증후군과는 달리 순교자 증후군(Martyr Syndrome)은 과거의 기억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나쁜 감정만 떠올리는 징후를 말한다.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과거 퇴직금제도는 법에 따라 회사가 근로자의 근속연수만큼의 퇴직금을 쌓아두고 퇴직하는 때에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법적으로1년 근속에 대하여 한 달 급여만큼의 퇴직금이 적립되며, 예전에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강했기 때문에 근속연수가 10년 20년 장기인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근속연수가 길면 길수록 퇴직금의 금액도 커지게 되고 이렇게 쌓인 목돈으로 ‘치킨 집’으로 대명사화 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도 참 많았다. 하지만 그 시절의 퇴직금은 퇴직전까지 회사가 운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상황이 나빠지면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고, 특히 IMF 구제 금융 시절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과정에서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 이후 이를 보안하고자 2005년부터 도입된 것이 퇴직연금제도다. 퇴직연금제도란 회사가 근로자에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운용을 맡겨두는 것을 말한다. 이미 회사를 떠난 돈이기 때문에 회사의 상황이 나빠져도 금융기관에 있는 근로자들의 퇴직금은 안전하게 보호되는 것이 그 골자이다. 우리가 회사를 다니면 회사는 우리의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맡기게 되는데 이 퇴직금
경기도에 등록된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가 5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도는 전기차 충전기 확대 설치 등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충전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친환경차 확대는 지구촌의 치명적인 기후 위기를 막아내기 위한 최일선 대책이다. 온 국민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기반 시설 제공에 한 점 차질도 없어야 한다. 신속하고 충분한 충전시설 확대 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경기도의 집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도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전국의 25.1%인 652만598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친환경차는 7.9%인 51만 8505대다. 전기차 11만 4117대, 수소차 7050대, 하이브리드차 39만 6887대가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47.0%)와 하이브리드차(29.7%)의 증가율이 2022년에 비해 두드러졌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경기도는 올해 도비 20억 원을 투입, 공공시설과 공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 110기를 설치한다. 이를 위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전기차 공용 급속 충전시설 사전 신청을 받았고, 현지 실사를 통해 적정 장소를 선정할 방침이다.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지
유인촌 장관님. 저는 영화평론가 오동진이라고 합니다. 프리랜서 라이터입니다. 프리랜서 생활을 한 지는 20년쯤 됩니다. 생면부지(라고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장관께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원고료 좀 올려 주십시오. 원고료가 너무 낮아 프리랜서들의 생계를 이어 가기가 너무 힘든 지경입니다. 프리랜서 원고료 만이 아닙니다. 대학 강사들의 강의료도 좀 올려 주십시오. 여기도 굉장히 열악한 조건으로 일하고 있는 분야 중 한 곳입니다.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값이 너무 쌉니다. 지식의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프리랜서들이 받는 원고료는 제가 이 일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200자 원고지 장당 8000원~1만 원 수준에서 요지부동, 고착화 된지 오랩니다. 원고 청탁은 대체로 원고지 10장, A4 용지로 한 장 반, 자수로는 2000자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0만원을 받을 때 3.3% 심지어는 8.8%까지 세금을 원천 징수 합니다. 결국 9만 원 남짓을 받는다는 얘깁니다. 한달에 원고지 300장, A4 17장, 글자 수로 6만 자 정도를 써야 300만원을 벌까 말까 합니다. 도시 노동자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 가는 사람이라
말 속에 뼈가 있다는 언중유골의 골(骨 뼈)은 비유의 재료다. ‘가시 돋친 말’ 따위의 여러 쓰임새가 있다. 그런데 어떤 형태로건 ‘언중유골’은 그 소리만으로 뜻을 펼 수 없다. ‘말(言) 가운데(中) 있는(有) 뼈’라는, 말의 바탕을 지탱하는 의미의 문자를 새삼스럽게 보자는 것이다. 한글은 소리내기 또는 소리를 기록하기에 적당하다. 한글로 표기되는 한자(어)는 의미를 담거나 빚어내기에 적당하다. 이 두 장점의 합(合), 한국어가 우수한 언어인 까닭이다. 물론 한자어는 ‘오픈’이나 ‘뉘앙스’ 같은 외국어 바탕 외래어(外來語)와 어법상 성격이 같은, 한국어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수교(修交) 외교(外交) 국교(國交) 등도 다 그렇다. 우리나라가 쿠바와 국교를 맺었다, 즉 한국과 쿠바가 수교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외교관계를 가지게 된 것이다. 언론의 주목은 당연하다. ‘국교’(외교관계)를 맺는(修) 것이 ‘수교’다. 여기서, ‘수교를 맺었다.’는 말은 기자나 외교부 등 언어생산자 또는 전문가 집단이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 ‘수교했다’라야 한다. 외교부도 초롱초롱한 말로 발표해야 하고, 보도하는 언론도 또록또록한 개념으로 전해야 한다. 기껏 ‘말 정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