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삼고시대’를 극복하겠다며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경제 정책 추진에 이견을 보이며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국회 원구성을 놓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소집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여야 충돌이 더욱 격화된 만큼 ‘민생위기 극복’ 의지는 실종된 상태다.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을 통해 무너진 국내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에는 현재 25%인 법인세 최고세율 22%로 인하하고, 자회사 배당금의 이익금 불산입율 상향 등이 담겼다.
정부는 또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공정시장 가액 비율 최대 60% 인하하고, 금융 투자 소득세 도입 2년 유예, 증권 거래세 0.23%→0.20%로 줄이는 방안 등을 내놨다.
국민의힘 역시 정부 정책에 발맞춰 민생대책 방안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서민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은행권에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 격차)을 점검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민주당 김성한 정책위의장은 "종부세 개편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의 60%까지 인하되면서 큰 폭의 부자 감세가 예상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역시 대기업만 대상으로 해 부자 감세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로 생색을 내지만 이미 제도 개선안이 시행됐다면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은 약 3.4조 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당시 여야는 2023년 1월1일부터 금융 투자 소득세 도입 대신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며 "신자유주의 시대 부자 감세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현 정부를 재차 비판했다.
민주당은 28일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회를 출범, 정부와 여당의 무능을 강조하며 '민생정당' 이미지 구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태년 경제위기대응특별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50일 정도 지났는데 즉각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비상경제대책 하나 없는 실정"이라며 "즉시 대통령 중심의 비상경제중대본부를 가동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처럼 여야가 민생경제 회복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정작 실행 의지는 실종된 상태다. 지난달 29일 전반기 국회가 종료된 이후 여야가 원구성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개점 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21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1만 6000여 건, 이중 70%가 넘는 1만 1000여 건은 현재 계류 중이다. 이달에 접수된 법안도 350여 건에 이른다.
국회 원구성을 놓고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하면서 국회 정상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인 본회의 소집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며 "(민주당은) 대선과 지선에서 국민 심판을 받고도 아직 민심 무서운 줄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다시 입법 폭주로 사사건건 정부 발목 잡기에 나선다면 민생은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 역시 "민주당이 170석으로 힘자랑을 하게 된다면 이는 다수당의 독재 시나리오"라며 "이미 법사위원장 내려놓겠다고 하지 않았나. 구차한 조건을 달지 말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직을) 야당이 통 큰 결단으로 양보했으면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여당으로서 말장난으로 대꾸하면 안된다"며 "삼중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의 마음을 우선 살펴 밤샘 협상을 하자고 매달려도 모자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권 원대표가 필리핀 특사로 출국하는 것에 대해 "(자리를 비우는 것은) 협상 상대를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대화를 포기한 무책임한 협상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출범 두 달이 다 되도록 국정의 갈피조차 못 잡고 초단타 국정운영에 빠져있는 윤석열 정권과 여당의 앞날이 위태롭기 그지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