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기수는 7월 20일 9경주 SBS배 대상경주 우승으로 1천399승을 챙겼으나 이어진 10경주에서 3착에 그쳐 1천400승 고지는 8월로 미뤄지는 듯 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이 그의 손을 잡아주었는지 조경호 기수 부상으로 11경주에 대신 출전해 올 7월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개인적으로는 대기록 달성과 함께 대상경주까지 한꺼번에 품에 안는 남다른 하루였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서인지 지난 2일 만난 박 기수의 표정엔 그날의 들뜬 분위기는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었으나 전인미답의 대기록에 대한 소감을 그는 “기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라며 “기수변경으로 승리를 따내 어째 공짜로 얻은 기분이다”고 간단하게 정리했다.
말주변 없고 무뚝뚝하다는 소문이 허전(虛傳)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답변이었다.
말을 타고 달릴 때 뺨을 스치는 바람이 좋아 기수가 되었다는 박태종.
그가 서울경마공원 경주로를 달린지도 어언 2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간 9천100전을 치르면서 승률 15.4%, 복승률 29.3%를 기록한 사실 하나만으로 최고의 기수라는 사실을 입증하고도 남았다.
500승, 1000승 등 대기록 수립 시 잔뜩 기대하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할라치면 슬럼프에 자주 빠지기도 했으나 긴 세월 자신과의 지루한 싸움을 견뎌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제부터가 나와의 싸움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한다. 그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영원불멸할 경마사를 남기고 싶은 욕심 때문일까. “흘러가는 세월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체력 닿는 데까지 기승을 계속하고 싶어요. 그래서 예전보다 더욱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젠 기록갱신엔 큰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면서도 후배들이 자신의 기록을 쉽게 깨지 못하게 한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말에 오른다는 말을 유추 해봐도 승수 쌓기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하다.
적수다운 적수가 나오지 않아 심심했던(?) 그에게 최대 강적인 문세영 기수를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했다. “세영이는 날이 갈수록 기승술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야 경마가 한층 흥미로워지고 한국경마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후배들의 약진마저 반긴다는 지독한 경마사랑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자양분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는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