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화장실 문화의 메카’로 불리는 수원시내 공중화장실 대부분이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다.
특히 시는 화장실 관련 예산을 매년 수십억원씩 쏟아 붓고 있지만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관리·감독에는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24일 수원시에 따르면 관내 조성된 공원 218곳 중 61곳에 공중화장실이 설치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24시간 개방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청소원과 관리인이 배정돼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후 시간대는 관리 사각지대로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다.
더욱이 새벽시간은 관리자 부재에 따라 일부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전락한 것은 물론 추위를 피하기 위한 노숙자들의 숙소로 변질되는 등 부작용이 잇따라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한 화장실은 실내 흡연을 막기 위해 흡연 경고등을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 된 것은 물론 화장실 내 기물 대부분도 파손된 채 방치된 상태다.
또 효원공원 화장실의 경우 연일 맹위를 떨치는 한파를 피해 대변기에서 잠든 사람들로 매일 아침 웃지 못할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 박모(32)씨는 “화장실이 언제부턴가 청소년들의 흡연과 음주를 위한 탈선 장소로 전락해 어이가 없다”며 “새벽 5시쯤 운동을 나왔다가 공원 화장실을 이용하려는데 남·여학생이 버젓이 교복을 입고 함께 남자화장실에서 꼴불견을 연출해서 훈계하다 시비가 붙은 적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소원 이모(65·여)씨는 “청소때문에 잠든 사람을 깨우면 대부분 불쾌한 표정을 짓고 심지어 욕설까지도 한다”며 “밤새 화장실에서 술을 먹었는지 술병과 술 냄새가 코를 찔러 우리도 불쾌한데 시민들이야 오죽하겠느냐”고 혀를 찼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밤새 관리인을 배치할 수도 없고 CCTV를 설치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인근 파출소에 순찰을 강화하도록 요청한 상태”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