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이 정동수교수에게 그간의 예술생애를 한단락 총화하는 작품전을 펼치면 좋겠다고 한것이 2003년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간 심장병,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 백내장 등 병에 시달리다보니 12년만에 꿈을 이룰수 있었다. 정동수교수는 오히려 1980년대부터 정년퇴직후 지금까지 창작한 작품들도 다양하게 펼쳐보일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정동수교수는 7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힘든 동년시절을 겪었다. 그는 친구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 때,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운 집에서 고스톱의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소학교를 다니면서 학교강당에서 펼쳐진 미술작품전시회에서 제백석을 비롯한 유명화가들의 작품에 매료되여 미술써클을 택했다. 그는 소학교 4학년때부터 창작을 시작했고 연길시청소년전에 참가해 1등상의 영예를 따내기도 했다.
정동수교수는 아무리 어려운 생활조건에서도 학업에서는 항상 우등생이였다. 미술에 꿈을 갖고있었지만 중의가 되였으면 하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고중시절에 1~2년은 중의원에서 진맥을 배우기도 했다. 1958년에 연변예술학교에 추천되여 입학했지만 어수선한 세월이라 미술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시 고중에 돌아왔다. 바로 이 시기에 중앙민족학원학생모집 판공실에서 연변에 학생을 모집하러 왔다. 미술을 좋아했던 정동수교수는 시험에 참가했고 30여명가운데서 1등으로 합격됐다.
당시 중앙미술학원 미술학과에는 정동수교수와 다른 한명이 연변에서 합격되여 유화를 전공했다. 하루는 미술교원이 두 사람을 불러놓고 연변예술학교에서 중국화를 가르칠 사람을 양성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둘중 한사람이 전공을 바꾸라고 했다. 그때 다른 한 친구가 자기는 이미 유화를 그려왔고 유화도구도 갖추었으니 바꿀수 없다고 했다. 결국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정동수교수가 중국화를 선택하게 됐다.
“퍽 후에야 알게 된것인데 그때 찾아온 사람은 연변가무단 단장이며 연변예술학교 교장이였던 김태희선생이였습니다. 북경에서 펼쳐진 전국소수민족회연대회에 참가하러 왔다고 들었습니다.”
1964년, 중앙미술학원을 졸업한 정동수교수는 장춘시유리공장에 배치받아 보온병, 대야 등에 그림을 디자인했다. 그러다가 ‘문화대혁명’시기를 거치면서 십년간 ‘로동계급재교육’을 받았다. 이 기간 중국화창작은 멈췄지만 당시 사회수요에 맞는 삽화, 련환화, 포스터 등 일련의 습작과 창작을 했다.
1979년, 선생은 연변대학 미술학원에서 교편을 잡게 되면서 강의를 했을뿐만아니라 학급담임도 맡으면서 다시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다. 십년간 중국화를 그리지 못했는데 교원으로서 학생들에게 얼렁뚱땅 가르쳐서는 안된다면서 학교지도부에 여러차 제기했다. 1981년 그는 소원대로 항주에 있는 절강미술학원 중국화학과에서 연수했다.
항주에서 2년간 연수하는 기간 선생은 서호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할 정도로 공부에 전념했다.
정동수교수는 항주에서 공부하면서 교원들과 대가들의 그림을 모사했다. 1980년대초는 중국화의 절정기인지라 많은 우수한 작품들을 모사할수 있었다. 이번 작품전을 펼치면서 정동수교수는 사생작품 28폭과 모사작품 27폭을 연변대학 미술학원에 기증했다.
정동수교수는 1983년부터 연변대학 미술학원에서 중국화과목을 가르쳤고 1993년부터는 중국화학과를 설치하는 작업에 착수해 2년만인 1995년에 중국화학과를 창설하고 교연실주임을 맡았다. 올해면 연변대학 미술학원에 중국화학과가 설치된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화 1기생으로 조선족학생만 받았어요. 구쏘련의 유화를 많이 접촉하던 시기라 중국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적었어요. 또 교원대오도 부족했는데 도합 5명뿐이였죠. 그리고 인쇄물이 부족한것도 어려움의 하나이죠.”
또한 중국화에 관련된 책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동수교수는 ‘중국조선족미술가론’, ‘중국미술사’(편집), ‘중국화기법’ 등을 조선어로 펴냄으로써 조선족학생들이 한어로 된 교재를 리해하기 힘든 부분을 참고할수 있도록 했다.
2005년부터 정동수교수는 중국화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정리하기 하였다. 선생의 각고의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네번째 저서 ‘내가 본 중국수묵화인물화’를 내놓았으며 올해에는 ‘정동수화집’을 출판했다.
“앞으로도 그림은 계속 그릴것입니다. 전과는 달리 형식을 바꾸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작품을 그릴것이예요. 또 정력이 된다면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는 책도 펴내고싶어요.”
/글·사진=허국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