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가 21년째를 맞았다. ‘풀뿌리 생활정치’라는 작은 씨앗이 강산을 두 번 바꿀 수 있는 세월을 거쳐 거목으로 성장할만한 적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세월에 대한 시대적 평가는 ‘거목’이 아닌 ‘땔감’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작지 않다. 지방자치의 권한이 2할 자치에 머물고 지방의 재정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세수 개선 등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지방자치가 오히려 역행하는 듯해서다. 경기도의회 최다선 의원으로 분류되는 강득구(더불어민주·안양2)의장은 ‘분권론자’다. 지방분권은 각종 권한과 기능을 중앙에서 지방 또는 지역으로 이양하거나 분산시켜 지자체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행정조직 형태를 의미한다. 강 의장은 신년 인터뷰에서 현 지방자치에 대해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행정권,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지방자치의 현실”이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는 “지방자치시대의 온전한 제 역할을 위해서는 중앙중심의 국가 시스템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라면서도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역의장협의회, 더불어민주당 자치분권세력모임, 자치분권지도자회의에서도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9대 도의회때 미화원 직접 고용화
장애인 이용가능 공간 조성 보람
도의회, 실무경험 많은 도의원 많아
자치입법권 등 부족 ‘반쪽’ 地自制
지방분권 실현위해 총선 출마 고심
현 지방자치시대에 대한 견해는
의장의 입장일 수도 3선 도의원의 입장일 수도 있지만 온전한 지방자치 시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또 지방자치도 의회가 양축임에도 여전히 집행부에 과도하게 힘을 쏠려있다. 인사권, 예산 편성권 등이 그렇다. 의회의 독립성과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쉽고 답답하다.
지방의회의 의원보좌관제 도입에 대해서는
광역의회의 경우 의원 1인당 1명씩의 보좌관 도입을 원칙으로 하고 지방의회별 보좌관 정수는 재정여건을 감안해 조례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국시도의장단과 연대해 의원보좌관제 도입에 필요한 법령 제·개정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고 청원운동을 전개하겠다.
20대 총선 출마를 고민 중이신데
지방자치, 지방분권이라는 큰 틀에서 우리나라 정치가 바뀔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또 중앙과 지방이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로 가도록 힘을 쏟고 싶다.
9대 도의회 재임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성과는.
의회에 청소를 해주는 환경 미화원들이 있다. 이분들이 여태까지 용역회사를 통한 간접 고용 형태였는데 9대에서 직접 고용 형태로 전환된 것이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었다. 또 도의회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본회의에 수화통역 서비스 등을 도입한 것도 큰 보람을 느낀다.
초선 시절에 비해 9대 의회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5대 시절만 해도 지역 유지분이나 사업하는 분들이 많았다. 지금은 국회에서 보좌진이나 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은 분들이 도의회에 많이 진출해 의원 개개인의 역량이 높아진 것 같다.
남경필 지사의 연정에 대해 평가한다면.
연정이 큰 틀에서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연정이 부지사 한 사람을 주고받는 연정이 아니라 가치의 연정, 정책의 연정, 민생의 연정이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좀 더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사회통합부지사에 대한 평가는.
솔직한 느낌은 사회통합부지사가 제3행정부지사라는 느낌이 든다. 사회통합부지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통합과 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본인 스스로가 한 번 돌아봤으면 좋겠다. 통합과 조정 기능을 얼마나 했는지, 인사에 관련된 부분도 좀 답답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수영 전 행정1부지사와 이재율 현 행정1부지사는 정무적인 어려움에 대해 상의를 해왔는데,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는) 그런 게 전혀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분당 사태를 어떻게 보나.
본질은 ‘문재인 물러나라. 공천 주도권을 우리가 갖겠다’는 것 아닌가. 혁신위에서 (현역의원 20% 컷오프 등의) 혁신안을 만들어 통과했으면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이 여의도 중심 사고에 젖어서 그렇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경우 국회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제 역할을 못하고 당의 갈등·분열에 앞장섰다. 비주류의 대변인 같다.
/홍성민기자 h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