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스승이 되고 제자가 되어 독서도 하고 취미도 살리고 아동은 물론 다문화가정도 삼삼오오
화성高 학생들 ‘후배사랑’ 후끈 멘토&멘티 활동 140여명 참여 인근 도서관서도 협력
경기도는 독서문화 개선과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설립·운영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 운영사업을 10년 동안 진행해 오고 있다.
도내 작은도서관은 처음 시행된 지난 2006년 12곳이 개관된 이후 한해 평균 130여곳이 증가해 올해 현재 1천370곳까지 그 수가 늘었다.
그 중에서도 화성시에 위치한 ‘만세작은도서관’은 지역주민과 전통시장 상인들이 함께 운영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멘토·멘티 활동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글교실 등을 시행,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민과 상인들의 소통으로 활성화된 지역공동체를 꿈꾸고 있는 만세작은도서관을 찾았다.
화성 향납읍 주민들과 발안만세시장 상인회가 공동운영하고 있는 만세작은도서관은 아동·청소년부터 직장인, 소외계층인 다문화 가정까지 모든 지역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 형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도서관 이름 중 ‘만세’는 ‘만명의 스승을 만나는 세상’의 줄임말로 주민들 서로가 재능기부를 나누며 상대방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뜻이 담겼다.
만세작은도서관 이효정 대표는 “각 사람에게는 부족하지만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있고, 그것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다”며 “지역주민들 서로가 스승과 제자가 돼 지식을 공유한다는 게 만세작은도서관이 담고 있는 철학”이라고 말했다.
만세작은도서관은 지난해 1월 전통시장을 살리는 모임에서 만난 6명의 이른바 ‘향남맘’들로부터 시작됐다.
평소 학업과 인성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열악한 교육환경을 걱정했고 이에 대한 대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아이들을 위한 교육공간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6명의 향남맘은 개인출자 등을 통해 도서관을 조성하는 활동에 돌입했다.
경험도 지식도 부족했던 이들에게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서관을 운영할 장소도 없었을 뿐 아니라 도서 구입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이들의 사정을 알게 된 수원·화성·용인 등 ‘육아맘카페’ 회원들이 책을 조금씩 기부하기 시작하면서 도서관의 토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아동, 소설, 교양 등 다양한 분야의 약 2천권의 책이 도서관 안에 마련된 상태다.
또 도서관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던 한 주민이 건물 3층에 1년 무상임대 조건으로 장소를 제공,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공간문제가 해결됐다.
이와 함께 인근에 위치한 발안만세시장 상인회와 협력체계를 구축, 당초 목적인 아이들을 위한 학업 및 인성 교육 개발에서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체 조성으로 활동 범위가 확대됐다.
이러한 주민들의 열띤 지원과 응원 속에 만세작은도서관은 지난해 5월 공식적으로 개관했고, 운영위원들과 자원봉사자의 봉사후원의 형태로 운영방식이 결정됐다.
이후 취미·독서·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본격적인 활동이 이어졌다.
특히 화성고등학교 학생들이 후배들의 학습을 1:1로 도와주는 ‘지역청소년, 아동 멘토&멘티 활동’은 약 14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겁다.
국어, 한국사, 과학 등의 과목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가르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멘토인 고등학생의 경우 입시를 위한 봉사활동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멘티인 초중학생의 경우 입학하게 될 학교의 내신 시험을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같은 참여열기는 주변에 영향을 미쳤고, 인근 도서관 2곳도 멘토&멘티 활동에 협력하는 등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한달에 1번씩 ‘우리고장 문화체험 활동’을 통해 ‘발안9경’, ‘화성8경’ 등 지역의 명소를 방문하고, 그 역사를 배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실’과 ‘다문화 한글문화체험’은 외국인들까지 아우르는 지역공동체라는 새로운 원동력이 됐다.
평소 접하기 힘든 바리스타, 컬러링, 캘리그래피, 폼아트을 배울 수 있는 ‘함께 배워보아요’와 직장인·주부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만세낭소리’도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나날이 성장 중이다.
이효정 대표는 “지역주민들의 열띤 응원 속에서 도서관의 활동이 점차 확장해 나가고 있다”며 “따뜻한 배려와 나눔이 있는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Interview 이 효 정 만세작은도서관 대표
사업들 좋은평가는 운영위원들 ‘덕’
어려운 학생 장학금 지급도 검토
상인들 모두 책 읽는 ‘그날까지…’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됐으면 합니다.”
만세작은도서관 이효정(57) 대표는 지역주민과 상인들이 함께한 도서관 활동에 많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동네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고, 전통시장 역시 위기를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 자체가 이미 큰 변화”라며 “활동을 시작한 지 약 1년 만에 지역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등 변화될 향남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만세발안시장에서 조경사업으로 약 3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향남읍의 ‘산 증인’이다.
화성에서 평생을 자라온 만큼 동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데다 주변 상인으로부터 특유의 열정을 인정받아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만세발안시장 상인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상인들의 도서문화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는 ‘책꾸러미’ 활동을 통해 만세도서관을 알게 됐고 상인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상인회와 도서관 운영위원들의 권유로 올해 3월부터 대표직을 맡게 됐다.
이 대표는 “이제 막 시작된 활동이다 보니 대표로서 영향력이 미미했던 것 같다”면서도 “문화체험 및 멘토&멘티 등 다양한 사업들이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밤 12시까지 활동에 대해 의논하고 계획한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도서관의 운영위원들을 치켜세웠다.
만세도서관은 지난 1년동안 진행했던 프로그램들을 분석해 이를 보완하는 한편, 경제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급도 검토 중에 있다.
또 상인들 모두가 책을 읽는 ‘품격 있는’ 전통시장을 형성하는 목표도 세웠다.
끝으로 이 대표는 “지역내 사회단체 등을 통해 만세작은도서관에 대한 활동과 취지를 알려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하는 등 영역 확대해 주력해 나갈 계획”이라며 “자연과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배려와 나눔이 있는 지역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용현기자 cyh3187@